홀로서기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메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18
목계장터 - 신 경 림 - (1976~)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 바람이 되라네 뱃길 따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 볕도 서러운 방물 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13
" 촛불" 나의 눈물을 위로 한다고 말하지 말라 나의 삶은 눈물 흘리는데 있다 너희의 무릎을 꿇리는데 있다 십자가상과 만다라 곁에 청순한 모습으로 서 있다고 좋아하지 말라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삶과 무릎 꿇지 못하는 삶을 오래 사는 삶이라고 부러워 하지말라 작아지지 않는 삶을 박수치지 ..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11
진흙탕에 찍힌 바퀴 자국 진흙탕에 덤프트럭 바퀴 자국 선명하다 가라앉은 진흙탕 물을 헝클어트린 바퀴 자국 선명하다 바퀴 자국 위에 바퀴 자국 어디로든 가기위해 남이 남긴 흔적을 지워야 한다 다시 흔적을 남겨야 한다 물컹한 진흙탕을 짓이기고 지나간 바퀴 자국, 진흙탕을 보는 사람 뇌리에 바퀴 자국이 ..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08
앵남리 삽화 정 혜 숙 쓸쓸함이 가부좌한 외딴 집의 툇마루 한 줄기 여린 햇살이 무심히 들여다본다 아무도 오지않는 집, 까치집만 덩그렇다 모서리 둥글게 닳은 일기를 꺼내본다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를 꿈꾸었던 가없이 멀어진 날에개 젖은 손을 흔든다 꽃 다 진 뒤 그것도 소한으로 가는 길목 저 ..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07
'벌써 사랑이' 벌써 사랑이 썩으며 걸어가네 벌서 걸음이 병들어 절룩거리네 (중략) 병든 사랑은 아무도 돌볼 수가 없다네 돌볼수록 썩어가기 때문에 누구도 손대지 못하고 쳐다만 볼 뿐이네 졸아든 사랑,거미줄 몇 가닥으로 남아 파들거리네 사랑이 몇 가닥 물질의, 물질적 팽창이었음을 보는 아아 늦은 저녁이여 ..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07
리어카 리어카 이 홍 섭 올망졸망한 자식이 셋 그리고 낡은 리어카 한대가 전부였다 집을 나설 때는 배추가 돌아올 때는 하드를 문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연신 침을 묻혀 보지만 타는 햇빛 아래서 그녀의 입술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어린 자식들이 그녀의 가여운 입술을 ..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07
'강' 양수를 여섯번이나 담았던 당신의 아랫배는 생명의곳간,옆으로 누우면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며 방바닥에 너부러진다 긴장을 놓아버린 아름다운 아랫배 누가 저 싱싱한 방앗간을 똥배라 비웃을 수 있는가 허벅지와 아랫배의 터진 살은 마른 들녘을 적셔 나가는 은빛 강 깊고 아늑한 중심으로 도도히 ..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07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07
생선 -조 동 범 - 냉장고의 생선 한마리 서늘하게 누워 바다를 추억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갇힌채 두 눈을 부릅뜨고 마지막으로 보았던 바다를 떠올리고 있다 생선의 눈동자에 잠시 푸른빛이 넘실댄다 생선은 내장을 쏟아낸 가벼운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바다는 너무 먼곳에 있다 파도처럼, 냉장고 돌.. ´˝˚³οο엔돌핀 팍팍 200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