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엔돌핀 팍팍

홀로서기

수로보니게 여인 2006. 10. 18. 21:46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메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 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진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 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

  <이번에는 > 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 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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