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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물고기처럼/ 나 희 덕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7] 마른 물고기처럼 나 희 덕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거리고 있었다, 나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몸을 ..

The Song of the Old Mother/ William Butler Yeats

The Song of the Old Mother늙은 어미의 노래 William Butler Yeats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I rise in the dawn, and I kneel and blow 나는 새벽에 일어나 쭈그려 앉아 불어댄다. Till the seed of the fire flicker and glow; 가물거리는 불씨가 활활 타오를 때까지 And then I must scrub and bake and sweep 그런 다음 밥 짓고 그릇 씻고 쓸어야 한다. Til..

바람 부는 날 / 김 종 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5] 바람 부는 날 김 종 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

어느 사랑의 기록 / 남 진 우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4] 어느 사랑의 기록 남 진 우 사랑하고 싶을 때 내 몸엔 가시가 돋아난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은빛 가시가 돋아나 나를 찌르고 내가 껴안는 사람을 찌른다 가시 돋친 혀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핥고 가시 돋친 손으로 부드럽게 가슴을 쓰다듬는 것은 그녀의 온몸에..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김도연

김도연,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낭독 박기산 이승준 윤복인) 2008년 10월 30일 김도연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배달하며 몽골에 갔을 때의 일이에요. 시골 농가를 방문했죠. 송아지가 자꾸 어미 젖을 빨아먹으려고 하니까 십대 초반 그 집의 아들 녀석이 송아지를 쫓아내고는 손에다 뭘 묻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 용 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 용 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