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계곡 흘러내린 자드락 길 언저리에 오래된 은사시나무처럼 나는 그렇게 서있었다.
재넘이는 나를 뒤에다 두고 골짜기를 홀연히 빠져나가고 , 키가 높다란 나무만 소맷자락 일렁이는 팔을
우산처럼 펼쳐들고 서있는 하늘 쪽빛도 그리운 곳에 까닭모를 연원(淵源)을 품고 그렇게 서있었던 것이다.
깊고 그윽한 안개가 아침마다 피어오르며 동양화의 여백을 내 앞에 펼쳐놓았지만,
30여 년을 수줍은 꽃 몽우리의 입술도 틔워본 적 없는 나는, 파도소리 내는 잎새도 한 번 피워보지 못했다.
소라고둥 창자 같은 산허리를 휘감고 내려온 바람의 꼬리만 응시하는 텅 빈 눈,
이파리 없는 앙상한 가지만 산바람에 들썩이며 겨울비 속에 벌서는 나무처럼 그렇게 서있었던 것이다.
계곡은 들판을 가로지나 냇물이 되고, 제 노래 닮은 섬을 몇 개 띄워 놓고 샛강이 되어 바다로 흘러갔다.
밤은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처럼 쌓여갔다.
계곡을 훑으며 지나간 바람은, 바다 위를 굴러 세상을 한 바퀴 돌아와 내게 말을 걸어온다.
“출렁이는 은빛 바다엔 네가 경험하지 못한 온갖 아름답고 신비한 것들이 가득 차있어.
달빛 물보라는 바다를 뒹굴고 갈매기는 물보라를 쫒아 황홀한 날갯짓을 쉬지 않아.”
바깥 소리를 훠이훠이 날려보지만, 바람은 안개만 자욱한 가슴에 간기를 묻혀 헤집어 놓는다.
생장 멈춘 나이테만 하나 둘 늘어가던 나는 팔이 저리고 가슴이 저며 왔다.
그때 영혼 불붙인 연료 소진된 빈 몸 에서, 마른 생각 하나가 부스럭거리는 낙엽소리를 냈다.
‘왜 나는 아침이 펼쳐놓는 여백에 비경을 그리지 못했을까.
무엇이 나를 은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흐르게 하지 못하게 하고,
어깨위에 내려앉는 산 그림자만 숙명처럼 짊어진 채 계곡의 붙박이 되게 하였을까?’
무심히, 아니 언젠가부터 열려있던 상념 사이를 계곡을 휘감은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나는 꽃 족두리 머리에 이고, 새의 날개 닮은 이파리로 날갯짖 하며 세상을 날을 수 없을까?’
산길을 휘도는 바람을 응시하던 텅 빈 눈이 내 안으로 향했다.
우윳빛 여명이, 오래 갇혀있던 생각의 상자를 비집고 들어와 야윈 어깨를 감싸며 내려앉았다.
눈부신 햇살보다 더 정겨운 여명 속에서 차분한 엄마의 목소리 같은 상념이 피어오른다.
나는 낯설지 않은 목소리를 따라 몸을 흔들었다.
흠칫! 친숙해진 크고 작은 바위들이 발목을 붙잡았다.
계곡 속에 오래된 나무가 바위 틈새로 얽혀가며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세월의 갈피마다 떨어진 생각의 씨앗들은 뿌리를 내리며 삶의 질곡사이로 그 연원을 찾아들었었다.
그렇기에 덩굴이 되어버린 뿌리를 들어 올리는 일이 내겐 역부족이었다.
‘바위를 굴리자. 생각의 바위를 굴려내야 바다를 흐를 수 있을 거야.’
나는 오랜동안, 이미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바위를 흔들기 시작했다.
낙엽처럼 쌓인 세월의 갈피 속에 묻힌 뿌리를 흔드는 몸에선 출혈같은 땀방울이 흘렀다.
충동 없이 시작된 내출혈! 그 건 오랜 아픔을 참아내던 내출혈의 시작이었이다. 나는 지혈하지 않았다.
‘심연(沈淵)에 웅크린 세상을 흐르지 못한 응어리를 다 토해낸 후에야 비로소 야윈 가지에 물이 오르고,
거북이 등같이 딱딱하게 굳은 몸의 꽃눈을 열어 봉우리 피울 수 있으리라.
그 후에야 팔랑이는 은색 잎 틔우고 신나는 파도노래 부르며 바다를 흐를 수 있으리라!’
바깥 소리 잠재우고 안으로 눈뜬 나에게 수런거리는 내면의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낮은 포복으로 달빛 휘감긴 물보라 일으키며 바다를 뒹구는 파도소리도 같고,
발밑을 흐르며 몸의 말단에 피를 돌게 하던 심연 계곡의 독백같기도 한 상념이
연료 소진된 텅 빈 몸에 온기를 돌게 하고, 꽃 몽우리 입술 틔울 소망의 씨앗을 떨어뜨렸다.
‘벌서는 나무 같던 야윈 어깨에 날개 처음 돋는 날, 하늘을 우러르는 마음으로 세상을 흐르리라!’
오늘도 나는 찬란히 부서지는 석양 머리에 이고, 은 이파리 돋우어 바다를 구르는 파도와 술래잡기 할 날을 기대하며
아침이 펼쳐주는 여백에 꽃봉우리 틔우는 땀방울을 마음의 정원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자드락길/산기슭의 비탈에 난 좁은 길.
재넘이/산에서 내리 부는 바람, 산바람.
제가 아는 수필에 대한 상식은 ‘누구나 쓸 수 있고 , 형식이 없으며, 아무나 쓰되,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재가 주는 깨달음이 있어야’ 가 전부여서,
써 놓은 글이 수필에 적격한지를 몰라 선생님께 지도를 의뢰하는 거랍니다^^
~~~~에서 응모하는 문예작품 공모에 응모 하려고 합니다.
이번 주가 접수 마감인데 진즉 써 놓고도 접수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중 선생님 생각이…
계곡 흘러내린 자드락 길 언저리에 오래된 은사시나무처럼 나는 그렇게 서있었다.
재넘이는 나를 뒤에다 두고 골짜기를 홀연히 빠져나가고 , 키가 높다란 나무만 소맷자락 일렁이는 팔을
우산처럼 펼쳐들고 서있는 하늘 쪽빛도 그리운 곳에 까닭모를 연원(淵源)을 품고 그렇게 서있었던 것이다.
깊고 그윽한 안개가 아침마다 피어오르며 동양화의 여백을 내 앞에 펼쳐놓았지만,
30여 년을 수줍은 꽃 몽우리의 입술도 틔워본 적 없는 나는, 파도소리 내는 잎새도 한 번 피워보지 못했다.
소라고둥 창자를 닮은(같은/닮은 고민하던 부분) 산허리를 휘감고 내려온 바람의 꼬리만 응시하는 텅 빈 눈,
이파리 없는 앙상한 가지만 산바람에 들썩이며 겨울비 속에 벌서는 나무가 되어 (그렇게?중복) 서있었던 것이다.
계곡은 들판을 가로지나 냇물이 되고, 제 노래 닮은 섬을 몇 개 띄워 놓고 샛강이 되어 바다로 흘러갔다.
밤은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처럼 쌓여갔다.
계곡을 훑으며 지나간 바람은, 바다 위를 굴러 세상을 한 바퀴 돌아와 내게 말을 걸어온다.
“출렁이는 은빛 바다엔 네가 경험하지 못한 온갖 아름답고 신비한 것들이 가득 차있어.
달빛 물보라는 바다를 뒹굴고 갈매기는 물보라를 쫒아 황홀한 날갯짓을 쉬지 않아.”
바깥 소리를 훠이훠이 날려보지만, 바람은 안개만 자욱한 가슴에 간기를 묻혀 헤집어 놓는다.
생장(生長) 멈춘 나이테만 하나 둘 늘어가던 나는 팔이 저리고 가슴이 저며 왔다.
그때 영혼 불붙인 연료 소진된 빈 몸 에서, 마른 생각 하나가 부스럭거리는 낙엽소리를 냈다.
‘왜 나는 아침이 펼쳐놓는 여백에 비경(秘境?)을 그리지 못했을까.
무엇이 나를 은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흐르게 하지 못하게 하고,
어깨위에 내려앉는 산 그림자만 숙명처럼 짊어진 채 계곡의 붙박이 되게 하였을까?’
‘나는 꽃 족두리 머리에 이고, 새의 날개 닮은 이파리로 날갯짓 하며 세상을 날 수 없을까?’
무심히, 아니 언젠가부터 열려 있던 상념 사이를 계곡을 훑은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고,
계곡을 휘돌며 지나간 재넘이의 꼬리만 쫒던 텅 빈 눈이 내 안으로 향했다?/위문장에도 있는데…?
우윳빛 여명이, 오래 갇혀있던 생각상자를 비집고 들어와 야윈 어깨를 감싸며 내려앉았다.
눈부신 햇살보다 더 정겨운 여명 속에서 차분한 엄마의 목소리 같은 상념이 피어오른다.
나는 낯설지 않은 목소리를 따라 몸을 흔들었다.
흠칫! 친숙해진 크고 작은 바위들이 발목을 붙잡았다.
계곡 속에 오래된 나무가 바위 틈새로 얽혀가며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세월의 갈피마다 떨어진 생각의 씨앗들은 뿌리를 내리며 삶의 질곡사이로 그 연원을 찾아들었었다.
그렇게 덩굴이 되어버린 뿌리를 들어 올리는 일이 내겐 역부족이었다.
‘바위를 굴리자. 생각의 바위를 굴려내야 바다를 흐를 수 있을 거야.’
바위를 굴리자. 생각의 바위를 굴려내야 바다를 흐를 수 있을 거야.’
나는 오랜 동안, 이미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삭제) 바위를 흔들기 시작했다.
낙엽처럼 쌓인 세월의 갈피 속에 묻힌 뿌리를 흔드는 몸에선 출혈 같은 땀방울이 흘렀다.
충동 없이 시작된 내출혈! 그 건 오랜 아픔을 참아내던 내출혈의 시작이었다. 나는 지혈하지 않았다.
‘심연에 웅크린 세상을 흐르지 못한 응어리를 다 토해낸 후에야 비로소 야윈 가지에 물이 오르고,
거북이 등같이 딱딱하게 굳은 몸의 꽃눈을 열어 봉우리 피울 수 있으리라.
그 후에야 팔랑이는 은색 잎 틔우고 신나는 파도노래 부르며 바다를 흐를 수 있으리라!’
바깥 소리 잠재우고 안으로 눈뜬 나에게 수런거리는 내면의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낮은 포복으로 달빛 휘감긴 물보라 일으키며 바다를 뒹구는 파도소리도 같고,
발밑을 흐르며 몸의 말단에 피를 돌게 하던 심연 계곡의 독백 같기도 한 상념이
연료 소진된 텅 빈 몸에 온기를 돌게 하고, 꽃 몽우리 입술 틔울 소망의 씨앗을 떨어뜨렸다.
‘벌서는 나무 같던 야윈 어깨에 날개 처음 돋는 날, 하늘을 우러르는 마음으로 세상을 흐르리라!’
오늘도 나는 찬란히 부서지는 석양 머리에 이고, 은 이파리 돋우어 바다를 구르는 파도와 술래잡기 할 날을 기대하며
아침이 펼쳐주는 여백에 꽃 몽우리 틔우는 땀방울을 마음의 정원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 응모 요령 중 하나 200자 원고지 15매 내외
에구~~~頭야... ㅜㅜ/선생님 죄송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