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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 부부 2

수로보니게 여인 2010. 10. 4. 21:30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부부 2



지난 시간에 부부라는 테마로 공부했습니다.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인위적인 틀이 필요한데,
그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정서나 생각을 좀 더 잘 보여주기 위한
구체적 표현 형식이라고 했습니다.


엽서나 편지 한 통이 될 수도 있고,
직접 녹음한 노래가 될 수도 있다고 했지요.


지난 주 게시판에 양경미 씨의 질문이 올라왔었죠.


"저희 남편은 항상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니가 지금까지 맞은 빗방울의 수만큼 사랑해>"


사랑한다고 직접 표현하는 것보다 더 나은 표현방식을
찾고자 하는 것이니까 물론 인위적인 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는 겁니다.
더 나은 표현방식은 없을지 고민해 보는 거죠.


저 말을 구체적으로 증명해 보여주면 어떨까요.
가령, 비오는 날마다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한 문장씩 메모를 남겨놓는 거죠. 그리고 한 일년 쯤 지나서
그 '비' 비망록을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는 겁니다.


살아가는 것을 잘 기록하는 게 글쓰기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
가끔은 근사한 글을 쓰기 위해 근사한 삶을 살아보는 것이 어떠한가.



예술의전당 회화전시회 다녀오신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도 했지요.
'불투명한 물감으로 투명한 물의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놀랍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늘 광활하고 무한한 것을 추구합니다.
한 세기도 살지 못하면서 영원한 사랑과 진리를 추구하죠.
그러한 것이 바로 인간다움이며 예술은 그러한 것을 숭고미라고 표현합니다.

오늘도 부부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차이는 결국,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기인할 겁니다.


사랑한다면 배우자를 위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도 있긴 한데
전 이 말 안 믿어요. 사람의 본질은 쉽게 안 변하거든요.
억지로 자신을 바꾸려 하기 보다 상대방의 개성을 인정하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남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남성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여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남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가 어떤 부부와 마주쳤는데요,
서로 언쟁이 벌어진 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아저씨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계속 투덜거리며 걷더라고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 잠잠해지더군요.


부부간의 관계, 의사소통...
이런 것이 글쓰기의 좋은 소재가 될 것 같긴 한데요,
평범하고 뻔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극히 자연스럽고 평범하다는 건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래요.


영화 음향효과를 담당하는 폴리아티스트 문재인 씨에게
방송국 리포터가 이렇게 물었어요.
어떤 소리를 연출하는 게 가장 어렵습니까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발자국 소리요.'

숨쉬는 소리, 걷는 소리, 먹는 소리...
그런 지극히 평범한 것을 관객들이 부자연스럽다고 눈치 채지 못하게끔
연출하는 게 가장 어렵답니다.


그래서 음향팀에서는 영화 시사회가 끝난 뒤에
관객들이 음향에 대해 좋았느니 나빴느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자축 파티를 한다고 해요.


가장 평범한 소재를 가장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진정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이라고 했습니다.
구체적 실천 방법에 관해서도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쓰는 글의 첫 독자가 여러분의 배우자라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면 훨씬 더 설득력 높은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글을 쓸 때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쓰긴 하지만,
우선 아내에게 먼저 보여주고 좋은 반응을 얻으려고 애씁니다.


항상 내편인 내 배우자도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그런 글이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세상 사람 모두를 움직이려 하지 말고, 자신 앞에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그러면 세상이 움직인다."


업무상 글이든 업무 이외에 취미로 쓰는 글이든
구체적인 실제 인물 한 명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를 위해 어휘 수준을 택하고 예나 비유를 정하십시오.
그러면 그 사람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이들이 자기 이야기인 양 공감합니다.


극작가이자 시인인 안톤 체홉 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편의 사랑이 지극할수록 아내의 소망은 소박해진다."


오늘의 좋은 문장


작가 에밀 졸라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술이란 작가의 특별한 관점에서 자연의 한 구석을 보여주는 일이다."


글을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 세상의 보편적 진리를 보여주겠다는
거창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거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한 조각을 잘 보여주면
거기에서 보편성이 싹튼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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