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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부부

수로보니게 여인 2010. 9. 28. 20:49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부부

지난 시간에는 형제라는 주제를 갖고
글쓰기 원칙과 비슷한 점에 관해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인터뷰를 인용했었는데요,
진심을 전달하려면 인위적인 틀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있었죠.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예를 들어, 사랑을 표현하는 인위적 틀, 즉 구체적 방식에 따라 어떤 것은 통속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예술이 되기도 하죠.

어떤 사람은 그것을 피아노로 표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정성껏 준비한 요리로 표현하기도 하겠죠.
그런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인위적인 틀을 만들려 하지 않고
너무 쉽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가족끼리 무슨 형식이 필요하냐...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이런 인위적인 형식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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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인위적 표현의 틀이 가장 필요한 관계,
바로 부부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저희는 결혼 2년차 초보부부입니다.
선배님들의 이야기와 조언을 많이 듣고 싶습니다.

저는 매주 월요일마다 선약이 잡혀 있어요.
월요일 저녁은 제 아내와 외식하는 시간이거든요.
언젠가 친구랑 통화하다가 월요일 저녁에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선약이 있다고 거절했거든요.

아내와 약속 때문이죠.
그런데 친구가 막 열을 내더군요. 그게 무슨 약속이냐고...
그렇지만 전 가까운 관계, 특히 가족하고 한 약속일수록 더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TV 광고 중에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소소한 일들에 관해
말하는 대목이 있더군요.

“드라마채널 함부로 돌리지 마세요.”

저도 그렇고 서로 마음이 상하는 건 늘 사소해보이는 일상사에서 비롯하잖아요.

배려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갖거나,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게 큰 싸움의 계기가 되죠.

그런 광고도 있잖아요.
항상 남의 편만 들어서 남편인가 봅니다...

아내들은 사랑을 계속 확인받기를 원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자연스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애씁니다.
제 아내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고,
저도 취미로 그림낙서 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전시회에 많이 다니고요, 제 엉성한 삽화를 넣은
그림편지를 보낸 적도 있습니다.
결혼 1주년 선물이 그림편지였습니다.

그런데 전 낯선 곳을 찾아갈 때 헤매지 않고
딱딱 길을 찾아 목적지까지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막히는 길을 택하거나 길을 헤맬 때 아내가 옆에서 참견하면
기분이 확 상해요. 왠지 내 영역을 침범당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이게 여자와 남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남자는 애초 계획대로 딱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데,
헤맬 때 아내가 옆에서 의견을 내면 그 내용은 전혀 듣지 않고
그걸 자신을 탓하는 걸로 받아들이거든요.

전 얼마전부터 이런 사소한 차이들을 따로 정리해두고 있어요.
나중에 ‘내향인 부부를 위한 가이드북’ 같은 걸 써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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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히 알면서도 다시 한 번 물어보고, 확인하고, 표현하면
부부간의 의사소통의 질도 향상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게 아주 좋은 글쓰기 소재죠. 차이를 확인하고
지혜롭게 해결하는 과정은 거의 모든 서사의 보편 구조이거든요.

<왕의 남자>에서는 공길이(이준기)와 장생(감우성)이 이런 말을 나누죠.

"나 여기 있어. 너 거기 있지?"

처음엔 뻔한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이 영화의 주제가 담겨 있더군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자기 위치를 깨닫게 해주는 게 바로 사랑이며,
상대방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것도 사랑 때문이죠.
그저 서로 마음을 확인했을 뿐인데, 그 순간 인생은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인 듯 출렁입니다.

제가 추석 연휴 첫날에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영국근대회화전시회에 아내와 다녀왔어요.

윌리엄 터너의 그림을 보면서 아내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불투명한 물감으로 투명한 물의 질감을 표현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제가 글쓰기 강의할 때 많이 강조하는 내용과 비슷했습니다.

추상적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구체적 대상이 필요하고,
거창한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사소한 일상사가 필요하죠.

상대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오만에서 벗어나는 건
부부관계든, 다른 인간관계든, 공부든, 글쓰기든
변함없는 진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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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문장

지난 주에 스누피의 작가 찰스 슐츠의 아들인
몬티 슐츠가 지은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에 나오는
구절을 소개했는데요, 오늘도 같은 책에 나온 구절을 소개하겠습니다.

"배경이 온두라스라면, 독자들은 더위와 습기와 갈증을 느껴야 해.

마을 광장으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과 교회당옆에 묶어놓은 작은 당나귀의 엉덩이에서 솟구치는 더운 김을 볼 수 있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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