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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 아버지 2

수로보니게 여인 2010. 9. 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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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 - 아버지 2

지난주 아버지란 테마로 글쓰기 연습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의견을 올려주셨어요. 다 소개해 드리진 못하고요,
몇 가지 사연만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아버지에 관한 시를 올려주신 분이 있습니다.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일기' 라는 시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처럼 낚시를 갔다
아버지가 직장일도 바빴기 때문에
거의 1년만의 나들이었다
아버지는 돌아와서 일기를 썼다
"오늘은 아들과 낚시를 갔다.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완전 허탕이었다.
다른 사람이 준 물고기로 찌개를 끓여 먹었다
아들 보기가 민망하여 혼이 났다."
아들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버지와 낚시를 갔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멋진 날이었다."

멋진데요, 아버지는 더 멋있는 걸 기대했지만,
아들은 이미 가장 멋진 추억을 간직하게 되었네요.

다른 사연도 소개하겠습니다.

윤상숙 씨가 올려주신 글입니다.

저는 한가한 약국에서 하얀 가운을 입으시고 돋보기안경을 쓰고
책을 읽으시는 아버지 모습..나이드신 모습이 왠지 쓸쓸합니다

눈앞에 아버지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르죠?

아주 잘 쓰셨는데요, 하나만 더 보완하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인 모습을 묘사하려는 태도가 좋은데,
지금 아버지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기술하면 더 좋습니다.
거기서 이야기가 나오는 거거든요.

아버지가 읽고 있는 게 어떤 건지 있는 그대로 적는 게 좋습니다.
톨스토이의 소설이든, 신경숙의 소설이든, 자신이 본대로
제목을 적으십시오. 아버지에게 물어봐도 좋죠.
아빠, 지금 어떤 책 읽으세요? 그러면 이야기 하나가 더 생기죠.
독자는 저자의 모든 문장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주로 기억합니다.

1318 번호로 보내주신 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주름진 구두를 떠올릴 수 있어요.'
아주 좋은 표현입니다.
주름진 구두라면 낡은 구두를 가리키는 거겠죠.
구체적인 형상으로 보편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7520 번호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제가 사고쳤을 때 상대방 어머니께 죄송하다면 비시던 모습"

공감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좋은 표현이에요. 그런데 여기서도 어떤 사고를 치고
아버지가 어떻게 사과를 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는다면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 "아버지의 가을"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바람도 단풍든
가을 저녁에
지게를 내려놓고
툇마루에 앉아
늙은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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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은 슬픔을 표현한 정지용의 유리창 을 소개합니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슬프면서도 아름답지요.
'물먹은 별'이라는 표현을 한 번 살펴 보죠.
별이 물을 먹은 걸까요?

물을 먹은 건 시적 자아의 눈망울이겠죠. 세상에 자식을 잃은 슬픔보다
큰 것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러면 눈망울에 자주 눈물이 맺힐 테고
세상 모든 것이 이그러져 보이겠죠.
별도 물을 먹을 테고 노을도 번져 보이겠지요.

그런 걸 감정이입이라고 합니다.
문정임의 시 '아버지의 바다' 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어요.

"만취한 자전거가 툴툴거리며 따라왔었다."

술취한 건 물론 자전거가 아니라 아버지겠죠.

아버지의 심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모든 사물과 대상이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다가올 겁니다.
그러면 글이 탄생하는 거지요.

박예분, "희망이네 가정 조사"를 소개합니다.

우리 아빠는 회사가 부도나서
지금 일자리가 없다.

학교에서 가져온
가정 조사표에 열심히 대답하는 누나.

아버지의 직업은?
-지금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임.

아버지의 월수입은?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있을 예정임.

누나의 눈동자 속에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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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문장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술이란 진실을 깨닫게 하는 거짓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