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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마당

수로보니게 여인 2010. 10. 18. 22:51

 

 

 
<<글짓는 마을>>


지난 시간에는 집이라는 테마로 공부했습니다.

집은 자기 삶의 구체적 실현입니다.
집의 구석(광, 창고), 잡동사니는 실현못한 꿈이거나 콤플렉스이거나,
또는 평생 안고 갈 소중한 추억이죠.
그것들을 펼쳐 놓으세요. 그리고 의미를 다시 부여하세요. 


글쓰기에선 의미부여가 참 중요하다는 점을 매번 깨닫습니다.
자기만의 프리즘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면 누구나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조금 더 보충하지요.


축구 선수들은 축구로 세상을 바라볼 겁니다.
요리사들은 요리라는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보죠.


다섯 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뒤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어 한국에서 주최한 행사에 초대된 상훈 드장브르씨는 행사 도중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한국에 도착했을 때 까마득하게 잊혀졌던 익숙한 냄새가 났다.
그건 다섯 살 때 맡았던 한국의 냄새였다.


요리사 상훈은 요리사답게 냄새를 매개로 한국을 다시 만난 겁니다.


이번 주 주제는 마당 입니다.

냄새 이야기로 계속 이어가죠.
전 마당을 떠올리면 그 냄새가 나요.
예전 마당 있던 집에 살았을 때 소나기가 오면
풀풀 풍겨오던 퀴퀴한 먼지 냄새...

누구나 마당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 마당에서 나던 냄새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겠죠.
장작 타는 냄새가 가득 찬 마당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테고,
옥수수 찌는 냄새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후각뿐 아니라 다른 감각을 모두 열고 추억을 채집해 보는 겁니다.


시각 /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었나요

청각 /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딱딱 하면서 타던 솔가지 어떤 새가 울고 있죠 아니면 옆집 할아버지의 고함 소리

미각, 촉각도 열어 보세요.


싸리비로 정성껏 쓴 마당은, 설사 떡이 떨어진다 해도
바로 주워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고 뽀송뽀송하잖아요.

이 각각의 감각 역시 아까 강조한 글감 채집의 필터,
세상을 바라보는 프리즘인 겁니다.


예를 들어, 작가 패트릭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냄새라는
프리즘으로 본 한 남자의 광기를 다루었죠.


EBS다큐페스티벌에 출품된 영화 <달팽이의 별>은
촉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장애인 남자의 일상을 다루었습니다.


마당이 담고 있는 상징성 같은 게 있잖아요.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쓰는 마당은 광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함께 어울리는 공간에 **마당이라고 이름을 붙이곤 하죠.

마당엔 아무것도 없지만, 그렇기에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게 마당의 신비가 아닐까요.
벽 없는 방이 되기도 하죠.


오규원의 시 중에 '여름에는 저녁을' 이란 작품이 있는데,
이런 구절이 나와요.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참, 푸근한 장면이죠
마당은 그만큼 넉넉한 공간이기 때문이겠죠.
땅에 금을 치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멍석을 펴면 작은 축제의 공연장이 되기도 하구요.

혼례 장소가 되기도 하고, 어른이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이 되기도 하죠.


나에게 마당은 무엇이었는지,
내 기억 속에 마당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는지 떠올려보면 좋겠네요.


함께 읽을 좋은 문장


나탈리 골드버그가 지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한문화, 2005, p. 17.


글을 잘 쓰겠다 마음먹은 사람은 인생을 충실히 살겠다 다짐한 거와 같습니다.
열심히 산대로 충실히 기록하고, 더 멋진 구절을 쓰기 위해 더 근사하게 살고자 하죠.
글쓰기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은 바로 지행합일입니다.


이 책에는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것이 진정으로 글쓰기에 실려 있다면,
거기에는 글을 쓰는 사람도 없고 종이도 없고 펜도 없고 생각도 없다.
모든 것은 사라지고 오직 글쓰는 행위만이 글을 쓰고 있게 된다. 같은 책, p. 33.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펼쳐 놓으면 굳이 사족을 덧붙이거나 화려한 수식을 달지 않아도
문장은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글쓰기 연습을 하다가 어느 순간 저런 것을 경험하게 된다면
무척 기쁠 겁니다. 차곡차곡 하다 보면 그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다음주 테마는, 광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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