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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 형제

수로보니게 여인 2010. 9. 28. 20:15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 형제

오늘의 주제는 형제입니다. 형제자매에 관한 작품 하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떠오를 겁니다.

전, '제망매가'의 한 구절이 떠올라요.
"한 가지에서 태어나고서도 서로 가는 곳 어딘지 모르는구나."

형제에 관한 특징을 살피다 보면
글쓰기의 보편 원리와 무척 비슷한 점을 보게 됩니다.

한 마디로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거죠.

같은 부모에게서 왔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닌 별개 존재인 듯한 형제들이 있죠.

문학을 비롯한 예술 작품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형제의 갈등 또는 조화를 다루지요.

어떤 목적에 도달하는 방식과 과정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
글쓰기와 비슷한 점입니다.

글쓰기의 효용 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타인과 동질감을 느끼며 안도하는 것
둘째, 타인과 이질감을 느끼며 충격과 신선함을 얻는 것

이 두 가지를 최초로 경험하는 계기가 바로 형제죠.

형제 관계는 사회적 인간 관계를 배우는 첫 관문인 것 같아요.
타인과 자신이 비슷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죠.

형제는 생김새도 서로 닮았으니 더욱 큰 동질감을 불러일으키고
동정과 연민도 더욱 커집니다.

병으로 일찍 죽은 동생의 모습을 꿈속에서
본 형이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박목월, "하관" 일부)

우리가 동포애, 인류애라고 부르는 숭고한 정신의 바탕에는
우애가 깔려 있지요. '다르지만 하나이기에
생사고락을 함께 하자'는 형제애 말예요.

형제 간 오해와 불신도 여러 문학 작품의 주된 테마이자
소재가 됩니다.

비극은 늘 사소한 계기에서 비롯하죠.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에 바탕을 두고 만든
제임스 웨일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 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소녀가 괴물에게 꽃을 좋아하냐고 묻자 괴물은 희미한 미소를 띤다.
소녀와 괴물은 호숫가에서 꽃잎을 하나씩 떼어 호수에 던지며 논다.
소녀가 먼저 꽃잎을 떼어 물에 던지면 괴물이 따라한다.
소녀가 마지막 꽃잎을 호수에 빠뜨리고 더 이상 던질 게 없어지자
괴물은 꽃잎을 던졌듯 소녀를 호수에 던진다. 비극이 시작된다.

오해야말로 인류의 영원한 글쓰기 테마입니다.
오해를 품는 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또 인간이기에 그것을 바로잡고 해명할 수 있는 거죠.

<씨네21>에 홍상수 감독의 인터뷰가 실렸는데요,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타인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의존해야 하는 인위적 틀이 오만 가지 있다.

중간에 틀이 있어야 진심이 전달되지 100% 날것으로 그냥 말하면 도리어 타인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진부함에 질려 귀를 막을 수도 있고 장광설에 질리거나
엄격하지 못한 자기 연민이 꼴보기 싫어 도망쳐버릴 수도 있다.”

형제 간에도 진심을 표현하기 위한 인위적 틀이 필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