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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집

수로보니게 여인 2010. 10. 11. 20:42
<글짓는 마을>


이번 주 주제는 '집' 입니다.
가족 구성원에 관해 살펴보았으니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인 집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저는 집을 떠올릴 때 이 말이 생각납니다. '우주'
'우주'라는 글자를 풀어보면 모두 집이란 뜻이죠.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 세상만사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아요.


집에 관한 시 한 편을 읽겠습니다.

김효은 시인의 "집에 관한 단상"이라는 작품인데요,
한 제목 아래 여러 작은 작품이 옴니버스처럼 딸려 있습니다.
그중 두편을 소개합니다. 먼저 '달팽이'라는 작품입니다.


달팽이

날개도 없고 다리도 없지만
있는 힘껏 바닥을 기어다닌다
내 슬픔은
너무 오래...
딱딱하게 굳어져 옹이가 되었다
(...)
지문처럼
나이테처럼
언제나 걸어온 길들을
둥글게 말아
짊어지고 다닌다
내 집은
작은 섬

집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이 바로 달팽이 같습니다.


매일 저녁 지친 몸을 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아무리 누추하고 초라해도 소중한 것이죠.


집이라는 주제에서 어떤 글감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집에 관해 각자 개념규정을 해 보는 겁니다.
자기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한식연구자는 자신이 직접 지은 황토집을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집은 장아찌다.'


오래될수록 깊은 맛을 내고 안 먹으면 종종 사무치게 먹고 싶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새로운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세상만사를 글쓰기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면 집 역시 글쓰기의 전초기지로 규정되죠.


동물의 집, 둥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거 같아요.
가장 적은 공간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 비바람을 피하고, 어떻게 다른 생물과 공존하며 사는지 살펴보는 거죠.

그리고 그런 장면 중 일부를 인간의 삶과 연관을 지어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꿀벌이나 개미나 아니면 비버처럼 오랜시간에 걸쳐
튼튼하게 집을 짓는 장면을 서술한 다음, 인간,
특히 대한민국의 아파트 문화에 한 번 적용해 보는 겁니다.


건축가 정기용 씨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경축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라는 플래카드는 한국에서만 보는 진풍경이다.
자신들이 살던 집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경축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KBS, <다큐멘터리3일>에서 서울 옥수동 13 재개발 구역을
3일간 취재해 방영한 적 있습니다. 도시재개발을 하는 목적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지역 주민들을 외곽 지역으로 쫓아내는 결과만 초래하곤 하죠.
여기에 이런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새로운 마을을 지으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얻는 걸까요 그리고 이 언덕 마을이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인식보다는 소중한 옛것,
가치있는 낡은 것을 보존하고자 하는 인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집은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담는 그릇이고,
여러 이야기가 탄생하는 공간이죠.
그런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곳이 바로 동네이고요.
무분별한 도시재개발은 서로 의지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동네의 이야기를 무참히 깨버리곤 합니다.


집을 보금자리가 아닌 투자 수단으로 생각할 때
동네 어귀에는 이런 플래카드가 걸리게 됩니다.


“우리 동네 임대아파트가 웬 말인가”

같이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집값을 떨어뜨리는 훼방꾼으로 생각하는 거죠.

오늘 함께 읽을 좋은 문장


살다 보면 정든 집에서 떠나야 할 때도 생기잖아요.
특히 자기 집이 없는 가족인 경우에는요.
안도현 시인의 "처음처럼" 이란 시를 소개하죠.


이사를 가려고 아버지가
벽에 걸린 액자를 떼어냈다
바로 그 자리에
빛이 바래지 않은 벽지가
새것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집에 이사 와서
벽지를 처음 바를 때
그 마음
그 첫 마음,
떠나더라도 잊지 말라고
액자 크기만큼 하얗게
남아 있다


다음주 테마는-마당 
  

- 대한민국 성공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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