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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어울리는 글쓰기 방법

수로보니게 여인 2010. 8. 30. 00:49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가족

이번 시즌부터는 테마를 조금 더 구체화해서
그 주제와 어울리는 글쓰기 방법과 표현 방법에 관해 공부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가족’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잘 쓸 순 없는 소재입니다.
가장 가까이 있기에 가장 소중하지만, 그 소중함을 쉽게 잊곤 하죠.

지난 시간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한 구절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행복한 가정은 대체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 나름대로 불행한 이유를 갖고 있다.”

문학이나 영화의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 역시 가족입니다.
가족 이야기를 쓰지 않은 작가는 드물 겁니다.
전 가족 이야기를 할 때 진은영 시인의 ‘가족’이란 시가 떠오릅니다.

가족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여기서 꽃과 화분은 가족 구성원이죠.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고 자아실현을 한 사람이라도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는 무척 서툴고 미흡한 관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상처도 많이 주고요.

자기 뜻대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서 그런 것이죠.
그래서 어떤이는 가족을 이렇게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안 보면 슬쩍 버리고 싶은 존재.’

반면 가족이라서 느낄 수 있는 진한 감동이 있기에
그런 슬픔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이 연출하고 직접 연기까지 했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그런 걸 잘 보여주죠.
전쟁과 학살의 참상 속에서 어린 아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아버지는 포로수용소 생활을 선물이 걸린 시합이라고 거짓말을 하죠.

1등상이 탱크를 태워주는 거였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연합군 병사가 꼬마에게 탱크를 태워주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부모와 형제 관계만이 아니라 어른이 되고 아이들 낳으면
새로운 가족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도 글쓰기의 영원한 모티브죠.

나희덕 시인은 자식을 키우면서 느낀 점을 이렇게 담담하게 정리했습니다.

양말을 뒤집어도 바지를 털어도 모래투성이다
아이는 매일 모래를 묻혀 들어온다
그리고 모래알보다 많은 걸 배워서 들어온다
 - 나희덕, "황사 속에서" 일부.

‘어떤 아이들’ 이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30평은 30평끼리
17평 주공은 17평 주공끼리
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아도
짝을 맞추어 잘 노는 아이들
(...)
뛰놀 만한 언덕 하나 없어
5층 아파트 옥상에서 연을 날리며
얼레를 풀어 동심을 날려보내는 아이들

 - 나희덕, "어떤 아이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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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표현법을 익히기에 좋은 시 소개하겠습니다.

좋은 글은 모두 한 테마 아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갖추고 있어요. 첫 부분에 가족을 꽃에 비유했다면
끝까지 꽃과 관련된 표현을 유지합니다.
그런 걸 범주라고 하지요.

김광규 시인의 '밤눈' 이라는 시를 가지고 설명할게요.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비유가 하나 나왔지요?

둘의 관계를 집에 빗댔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나올 비유는 집과 어떤 점에서든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가 안심해요. 두 번째 연은 이렇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왜 ‘방’에 비유했는지 아시겠지요?

집과 비슷한 범주를 공유해야 하니까요.

세 번째 연입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여기서는 ‘바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시는 여기서 끝나지만 우리는 이 시를 읽으며
이 시를 모방해서 새로운 구절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서로의 이것이 되고 싶었다‘ 형식으로 한 번 써 보는 거죠.
다만 이것이 들어갈 자리에는 ’집‘, ’방‘, ’바깥‘처럼
유사한 속성을 지닌 말이 있어야 하죠.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껍질’이 들어가도 될 겁니다.
내용물을 단단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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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문장

EBS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인
<달팽이의 별>이라는 작품에 나온 대사를 소개합니다. (시각장애인의 일상)

“태어나 한 번도 별을 본 적은 없지만, 별이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일이 없다.”

다음 시간 주제-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