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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로 집 이름을 삼은 까닭

수로보니게 여인 2009. 9. 14. 19:14

막걸리로 집 이름을 은 까닭
2009. 09. 14. (월)

막걸리가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선시대 막걸리를 자신의 집 이름으로 은 사람이 있었다. 17세기의 문인 이세화(李世華)라는 사람이 그러하였다. 이세화는 막걸리로 집 이름을 은 까닭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집을 막걸리로 이름 붙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주인이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막사발에 막걸리를 담아 앞에 둔다. 그 맛이 진하고 그 색이 하얗다. 가격이 저렴하고 만들기도 쉬워 장만하기가 어렵지 않다. 배고플 때 요기가 되고 목마를 때 갈증을 풀어주는 것이 전적으로 여기에 달려 있다. 이에 그 집 이름을 이렇게 붙인 것이다.

아, 천지 사이에는 다섯 가지 색이 있으니, 청색, 황색, 적색, 흑색이 각기 그 빛깔로 행세하지만, 맑고 깨끗하며 질박하고 곧은 것은 오직 흰색뿐이다. 사물 중에 흰 것은 그 종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사람 중에서 흰 것은 온 세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사물은 그 본바탕을 보존할 수 있지만 사람은 잃어버리는 것을 면하지 못하여 그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슬프다. 주인은 하루살이 신세에 흙덩이, 나무토막 같은 몸뚱아리인지라, 가만히 들어도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오음(五音)을 듣지 못하고, 자세히 보아도 청ㆍ황ㆍ적ㆍ백ㆍ흑의 오색(五色)을 보지 못한다. 산중에서 늘그막에 보는 것이라곤 거울 속의 백발과 막걸리 한 동이뿐이다. 귀밑머리를 쓰다듬고 한 동이 막걸리를 마시고 취하여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이러하다.

백발의 흰 빛이여, 막걸리의 흰 빛이여.
너는 내 마음에 꼭 드는구나.
옥쟁반의 진수성찬은 천금의 값이라 장만할 수 없는데,
막사발에 부어 마시는 일은 정말 초가집이라 마땅하지.
내 흰 빛으로 너의 흰 빛을 얻으리니
막걸리야, 막걸리야,
빈 방에 늘 흰 빛이 돌게 하기를.

 

▶ 음중팔선도(飮中八仙圖)_카이호 유쇼_경도(교토)국립박물관 소장

 

- 이세화,〈백주당기(白酒堂記)〉《쌍백당집(雙栢堂集)》

[해설]
이세화(李世華, 16301701)는 육조의 판서를 두루 역임한 명환(名宦)이요, 절조가 높은 선비였다. 숙종이 희빈 장씨를 사랑하여 인현왕후(仁顯王后)를 폐하려 할 때 오두인(吳斗寅)과 함께 이를 반대하는 상소의 소두(疏頭)에 이름을 올렸다. 숙종이 크게 분노하여 밤중에 친국을 하자, 이세화는 “국사로 인해 죽기를 원했는데 이제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지만, 신의 죽음이 성덕에 누를 끼칠까 두려우며 신에게 용서할 수 없는 죄가 있다 하더라도 옥리에게 맡겨 다스리게 하면 될 것을 밤새도록 친국하니 옥체를 상하게 할까 두렵습니다.”라 말한 일화가 후세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본관이 부평이며 자는 군실(君實)이다. 호는 쌍백당(雙栢堂)이 알려져 있지만 파주의 칠정(七井)이 고향인지라 칠정(七井) 혹은 정곡(井谷)이라는 호도 사용하였다. 그의 문집 《쌍백당집(雙栢堂集)》이 목판본으로 간행되어 장서각에 보관되어 있으며 규장각에는 필사본이 전한다.

중국에서 백주(白酒)는 고급 소주를 가리킬 때도 있지만 도연명(陶淵明)이 중양절에 막걸리에 국화를 띄워 마신 고사가 알려져, 우리나라에서도 이른 시기부터 소탈한 문인의 멋을 돋우는 술이 되었다. 막걸리를 읊은 시에 늘 국화꽃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백(李白)의 “막걸리 막 익을 때 산속으로 돌아오니, 기장 쪼는 누런 닭이 가을 되어 살졌네. 아이 불러 닭을 삶고 막걸리 들이키니, 아녀들 웃고 장난치며 옷자락을 끄네(白酒新熟山中歸, 黃雞啄黍秋正肥. 呼童烹雞酌白酒, 兒女嬉笑牽人衣.)”(〈남릉에서 아이들과 헤어져 서울로 돌아와서(南陵別兒童入京)〉)라 한 시가 널리 알려져 있어, 막걸리에 닭백숙도 은일을 지향한 선비의 시에 자주 등장한다.

이세화는 자신의 집 이름을 막걸리라는 뜻에서 백주당이라 하였다. 막걸리는 값이 싸서 쉽게 구할 수 있고 허기와 갈증에 보탬이 되니 예나 지금이나 서민에게 잘 어울린다. 이세화는 여기에 더하여 막걸리의 백(白)에 의미를 부여하여 청백(淸白)의 뜻을 끌어들였다. 이 글의 핵심어는 바로 백(白)이다. 사물은 백(白)의 본바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사람은 청백(淸白)의 절조를 끝까지 지키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하여 세태를 개탄하였다. 자신의 백발(白髮)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이 초가에서의 청빈한 삶이요, 청빈한 삶에 막걸리가 가장 잘 어울린다 하였다. 이렇게 사노라면 절로 마음이 맑아진다고 하였다. 《장자(莊子)》에 텅 빈 방 안에서 흰빛이 생겨난다는 허실생백(虛室生白)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세화는 이 말을 끌어와 빈 방이라야 훤한 햇살이 잘 드는 것처럼 마음을 비우고 맑게 살겠노라 다짐하였다. 이세화는 노년에 청백리에 뽑혔으니 실제 이렇게 살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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