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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저자 다이아몬드 교수를 만나다

수로보니게 여인 2013. 9. 7. 18:54

[Weekly BIZ]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저자 다이아몬드 교수를 만나다

• 로스앤젤레스(미국)=박승혁 기자 입력 : 2013.09.07 03:33

우린 응석받이만 키워내…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의 노인·교육 문제 해결책 배울 수 있어
"난 컴맹… 인터넷 안하면 생산성 높아져… 스마트폰·SNS는 인간관계에 악영향
사람이 사람과 대화할 땐 얼굴을 봐야… 표정·말투·눈빛에서 진심 알 수 있어"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76) UCLA 지리학과 교수는 컴맹이었다. 평생 컴퓨터를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찾아간 그의 연구실에도 컴퓨터가 없었다. 책상에는 오래된 테이프 녹음기와 공테이프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다이아몬드 교수는 "책을 쓸 때 우선 펜으로 공책에 쓴 다음 내용을 읽어 테이프에 녹음하면, 비서가 테이프를 듣고 컴퓨터에 입력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약속을 위해 기자와 주고받은 이메일도 같은 방식으로 비서가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UCLA 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밝은 주황색 남방에 갈색 면바지 차림으로, 산책 나온 동네 할아버지 같았다. 연구실 벽에는 아내와 뒤늦게 본 쌍둥이 아들(26세)의 사진이 가득했다. '총, 균, 쇠'에 등장하는 뉴기니 사람들 사진도 눈에 띄었다. 그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오! 맞아요" 하면서 흥미롭다는 듯 대답하곤 했다. 고향인 보스턴 특유의 강한 억양이 묻어 있었다.

◀필리핀 루손 섬에 사는 아그타족 부족민.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50년간 뉴기니 등 세계 여러 전통 사회 생활상을 연구했다. 그는 자녀 교육, 노부모 봉양 등 현대 사회가 겪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전통 사회의 생활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김영사 제공

 

전통 사회에서 배운다

―평생 뉴기니 같은 전통 사회를 연구하셨는데, 뉴기니 같은 곳에 머물다가 미국에 돌아오면 바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공기가 다르죠. 거기는 자동차, 기름, 화학제품 냄새란 게 없어요. 자동차 소리도 없고요. 색깔도 다릅니다. 회색 콘크리트 세상이 아닌 녹색 삼림이 펼쳐져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립니다. 그리고 모든 대화는 마치 지금 우리가 인터뷰하듯 사람 대 사람, 면 대 면으로 이뤄집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같은 문명사회에선 사람 대 기계 소통이 주를 이루죠. 어쩌다 사람 대 사람이 만나서 얘기를 하려 해도, 특히 젊은 친구들은 대화 시간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이나 아이팟에 고개를 파묻고 보냅니다. 이건 도대체 누구와 얘기하는 건지 분간이 힘들어요. 뉴기니에선 대화를 할 때 상대편의 완벽한 관심(full attention)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눈과 눈은 서로 바라보고 귀는 스마트폰의 전자음이 아닌 상대방 목소리에 집중합니다."

―수천년 전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전통 사회에서 현대 문명이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나요.

"50년 동안 뉴기니를 중심으로 전통 사회를 연구하면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구나' 하고 느낀 적이 많습니다. 전통 사회는 우리가 향유하는 물질적 풍요나 의료 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기대 수명이 짧을 뿐, 다른 부분은 비슷해요. 자녀 교육, 노부모 봉양, 자원 배분 등 우리 현대사회가 겪는 똑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떤 면에선 현대사회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전통 사회는 각각 매우 다릅니다. 미국·한국·일본·독일·이스라엘의 현대사회는 사실 거의 같아요. 모두 양복을 입고 회사로 출근하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전통 사회는 서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전통 사회는 인간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정리해야 하는지 연구해 놓은 수천 가지 실험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 사회의 근본적 문제점, 예컨대 노인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나, 아이는 어떻게 길러야 하나, 사회에 대한 진짜 큰 위협은 무엇인가 등등 말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뉴기니로 가셨나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유럽 이외 외국은 못 가봤어요. 졸업 직후 세상 어딘가로 정말 모험을 찾아 떠나고 싶었죠. 스물다섯 살이던 1963년 대학 친구와 페루 여행을 계획했어요.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 정글을 여행하며, 제3세계의 신비함과 매력에 눈을 떴죠. 그래서 이듬해 세상에서 가장 외진 곳으로 가보자고 또 의기투합했습니다. 그게 바로 뉴기니입니다. 당시 뉴기니에는 아직도 석기 문명을 유지한 채 사는 사람들이 있었고, 심지어 외부와 전혀 접촉도 하지 않은 원시 부족이 있다고 알려졌어요. 내겐 뭔가 로맨틱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50년간 거의 매년 가고 있습니다."

―원시사회라고 표현해도 되나요.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원시사회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요. 20세기까지 뉴기니는 석제 도구를 사용했고, 문자도 없었어요. 중앙정부 대신 부족장이 통치했고, 의료 기술이나 제조업은 당연히 없었죠. 그러나 원시적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적 측면이지 절대로 뉴기니 사람들의 지능이나 감성이 원시적이란 것은 아닙니다. 저는 뉴기니에 도착한 첫날 재래시장에서 한 아주머니와 흥정하면서 기술 빼곤 모든 면이 미국인과 똑같이 똑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나중에 제 저서 '총, 균, 쇠'의 주제가 되기도 했어요. 지능 면에서 모두 똑같은 인간인데, 왜 뉴기니는 20세기에도 석기시대에 머물렀고, 유럽과 아시아는 발전했을까 하는 의문이었죠. 관점을 바꿔서 인간관계, 지속적 우정, 노인을 대하는 태도 등을 보면 전통 사회가 더 나은 점도 있습니다. 즉 섣불리 어느 한 쪽만이 우월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현대 문명은 'WEIRD'

―현대 문명을 'WEIRD(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tic의 약자를 딴 것으로, 공교롭게도 혹은 의도적으로 '기괴한'이란 의미의 단어가 된다)'라고 정의하셨죠. 스펠링 순서만 바꾸면 'WIRED(인터넷이 연결된)' 또는 'WIDER(드넓은)' 문명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는데, 굳이 'WEIRD'라고 명명한 이유가 있나요.

 

"WEIRD라는 말은 제가 지은 게 아닙니다. 조 헨리시 등 사회학자들이 지은 것을 차용했어요. 아주 적합한 이름이라고 보는데, 왜냐하면 현대 문명은 지난 수만 년의 인류 문명 전체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특이하고 다르기 때문입니다. 문자를 쓰고, 철제 도구를 쓰고, 중앙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현대 문명은 긴 인류 역사에서 보면 아주 기괴합니다. 500년 전만 해도 수천 부족이 문자도 옷도 없이 삶을 영위했거든요."

―전작 '문명의 붕괴'에서 이스터 섬, 그린란드 등 문명사회가 어떻게 붕괴했는지를 다뤘습니다. WEIRD 문명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단연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 소비입니다. 현대사회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자원을 소비하고 있어요. 깨끗한 물, 화석연료가 50년 후에도 남아날지 의문입니다. 남획으로 더 이상 먹을 만한 생선이 남아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 자녀 양육입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적이고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어요. 서양인들이 뉴기니에 가면 아이들의 당당함에 놀라곤 합니다. 뉴기니 아이들은 이미 열 살쯤에 사회성을 거의 갖추고, 스스로 독립적 판단과 행동을 합니다. 뉴기니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열 살짜리 아이와 흥정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의 열 살짜리라면 어땠을까요. 뉴기니인들은 아이들을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기릅니다. 부모가 항상 옆에 붙어서 잔소리하거나 훈계하지 않는 대신, 실수를 저지르고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저와 아내는 뉴기니에서 그것을 배워 우리 아이들이 자랄 때 최대한 자유를 부여했어요.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게 전폭적으로 지원했죠."

의사를 포기하고 탐험에 나서다

―아버지가 의사였고, 한때 의사가 되려고 한 적도 있었는데, 왜 의사가 되지 않으셨나요.

"학부는 하버드에서 생화학을 전공했고 케임브리지에서 생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사실 어릴 때 꿈은 의사였어요. 아버지가 소아과 의사니까 주변에서도 다들 나는 의사가 돼야 한다고 했죠. 그런데 학부 때 제 소명을 깨달았습니다. 전 아버지처럼 진찰실에 앉아 온종일 환자를 돌보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인간, 동물, 식물 등 생명에 대해 탐험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어요. 그것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은 없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학기에 메디컬스쿨 합격 통지를 받아 놓고도 진학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전공을 약간 비틀어 연구하며 실험하고 탐험할 수 있는 생리학을 공부했죠. 만약 의사가 됐다면 매년 뉴기니에 찾아가 몇 달씩 정글 탐험하고 새를 관찰할 수 있었을까요."

(그는 생리학으로 과학 인생을 시작했지만,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 문화인류학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수많은 책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음…. 쌍둥이 아들 중에 누가 더 좋으냐고 묻는 것과 같네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총, 균, 쇠'를 꼽아야겠죠. 대중이 가장 좋아한 책이니까요. 그러나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책은 첫 번째 책인 '제3의 침팬지'예요. 독자들이 읽는 데 가장 흥미로울 겁니다. 바흐의 음악에 대해서 쓴 책도 있는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후대에 남기고 싶은 말

―76세인데도 정정하신데, 건강 비결은 무엇인지요.


"쌍둥이 아들이 26세인데, 일주일에 세 번 걔들과 함께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 리프팅 경쟁을 합니다. 그리고 매일 조류 관찰을 하면서 약 4㎞ 정도 걷습니다. 다양한 새를 관찰하고 도감에 나온 모습과 비교하면 정신 운동도 되죠. 아, 그리고 컴퓨터를 멀리하는 것 역시 건강 유지법의 하나라 할 수 있겠네요."

―학자로서 후대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첫째, 인생은 복잡하다는 겁니다. 누군가 단순한 해답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틀린 해답입니다. 복잡함을 두려워하지 말고 답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네요. 둘째, 인간의 다양성을 배워야 합니다. 세상엔 다른 사회 수백 개가 존재합니다. 일부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WEIRD 문명보다 더 현명한 해결책을 갖고 있습니다. 셋째, 지속 가능한 환경 보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에너지, 자원, 물, 이런 것이 바로 당신의 인생에서 뼈저리게 경험하게 될 문제점입니다. 향후 40년 이내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영원히 기회를 잃을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