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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첫 시집 이후 60년…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

수로보니게 여인 2013. 6. 8. 16:43

입력 : 2013.06.07 03:01

‘목숨’으로 태어난 60년 ‘심장’은 더 선명해졌으니

 김남조, 첫 시집 이후 60년…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

 

 

 

사람도 환갑이 있지만, 시인에게도 갑년이 있다. 시의 원로, 김남조(86·사진) 시인이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문학수첩)를 냈다. 첫 시집 '목숨'(1953) 이후 정확히 60년 만이다.

'나는 노병입니다/ 태어나면서 입대하여/ 최고령 병사 되었습니다/ 이젠 허리 굽어지고/ 머릿결 하얗게 세었으나/ 퇴역명단에 이름 나붙지 않았으니/ 여전히 현역병사입니다// 나의 병무는 삶입니다'('노병' 전문)

나지막하고 섬세한 목소리로 노병(老兵)은 여전히 현역임을 당당하게 선언한다. 그리고 특유의 영성(靈性) 가득한 시인으로서, 이번 시집에서도 종교적 경건함과 신성을 지상의 사랑으로 잇는다. '신의 기도' '축원' '일용할 행복' '용서와 축복' 등이 그 시편들이다.

60년 동안 시를 써온 이 노병은, 자신의 시론을 '은밀한 혈서(血書)'로 정의했다.

'은밀한 혈서 몇 줄은/ 누구의 가슴에나 필연 있으리/ 시간의 시냇물 흐르는 동안/ 글씨들 어른 되고/ 늙었으리/ 적멸의 집 한 채엔/ 고요가 꽉 찼으리/ 너무 늦었다거나/ 아직 아니라거나/ 그런 말소리도 잦아들었으리// 사람의 음성은/ 핏자국보다 선명하기에'('혈서' 전문)

시인은 6·25 이후 실존적 허기와 가파른 자의식을 깨물어, 핏기 어린 글씨들을 적어 왔다. 해설을 쓴 한양대 유성호 교수는 "전후의 폐허에서 길어올린 서정적 목소리에서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들려주는 목소리까지, 그 지속성과 균질성이 참으로 눈부시다"고 썼다.

시인은 "절대적 불가사의인 심장이 노년에 이를수록 과로하고 헐어져 아프고 다급해짐을 알게도 된 듯하다"면서 "모든 사람, 모든 동식물까지가 심장으로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범연한 현실이 새삼 장하고 아름다워 기이한 전율로 치받으니 나의 외경과 감동을 아니 고할 수 없다"고 했다. 구순을 코앞에 둔 시인이 이번 시집을 '심장이 아프다'로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