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선 3초마다 '歌王'이 태어나고 있었다
입력 : 2013.05.02 03:21 | 수정 : 2013.05.02 09:20['조용필 19집' CD 제작 현장]
"서태지 이후 가장 바쁜 요즘" - 밀려드는 주문에 열흘째 철야
관리직까지 생산 라인 투입 "그분 컴백 후 5㎏ 빠졌어요"
'제작-인쇄-포장' 무한 반복 - 첫 물량은 일주일 만에 매진
2만장 찍고 5만장 더 추가… 하루 CD원료만 1t 넘게 써
3초에 하나씩 조용필이 탄생하고 있었다. 중형 승용차만 한 인쇄기 끝에서 쉴 새 없이 CD 알맹이가 떨어져 나와 긴 쇠막대기에 꽂혀 차곡차곡 쌓였다. 이것이 150개 쌓이면 비닐로 싸여 포장 공정으로 넘어갔다. 조용필 19집 '헬로'를 만들어내는 이 공장은 이날로 열흘째 전 직원이 조용필에 매달려 있다. 제철 공장이나 발전소도 아닌데 지난 21일부터 24시간 풀가동 체제에 들어갔다. 밀린 주문량을 채우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수 미디어'를 1일 0시에 찾아가봤다. 회사 현관 앞에는 음반 케이스 5000장이 상자 24개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그 옆에는 포장을 기다리는 CD 알판 수천 장이 쌓여 있었다.
◇CD 공장도 '조용필 신드롬'
"조용필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어요. 살이 5㎏나 빠졌다니까요." 포장 공정에서 일하는 한 여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8시에 출근해 자정을 넘기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이 회사는 요즘 15명 전 직원이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며 밤샘 작업 중이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몇만 장씩 들어오는 주문을 맞추느라 초과 근무가 다반사다. 근로자의 날인 1일에도 정상 근무했다.
330㎡(100평)쯤 되는 제조 공장은 기계들이 밤새 토해내는 굉음 때문에 소리를 질러야만 대화가 가능했다. 조용필 소속사에서 전달받은 마스터 CD를 금형(金型)에 새겨 '스탬퍼(stamper)'를 만들고 이 스탬퍼를 통해 수만 장의 CD가 복제된다. 음악이 담긴 CD는 윗면에 인쇄가 더해진 뒤 포장 단계로 넘어간다. 66㎡(20평)쯤 되는 포장 공장에서는 케이스에 CD를 넣어 제품을 완성한다. 이후엔 유통업체로 배달된다.
CD 제조 라인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속사포였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쉴 새 없이 회전한 인쇄기 뚜껑을 열자 빨강·파랑·노랑 삼원색과 검정 잉크가 색동처럼 펼쳐졌다. 잉크를 묻힌 롤러가 CD 윗면을 훑을 때마다 'CHOYONGPIL 19TH'라는 흰 글자가 선명해졌다. 지난 23일 음반이 발매되기 이틀 전부터 이 회사의 사출(寫出) 장비 5대와 인쇄기 3대가 24시간 가동됐다. 기존에 주문받은 다른 가수 음반과 학습지 CD도 제작하는 가운데 조용필 CD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철야 작업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기계 열을 식히느라 에어컨도 덩달아 온종일 돌아간다. 그런데도 실내 온도는 23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원료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CD의 원료인 폴리카보네이트가 하루 1t 이상, CD 500장 인쇄 분량인 1L짜리 잉크도 하루 40통이 쓰인다. 15년 경력의 안모(40) 과장은 관리직이지만 조용필 앨범 때문에 생산 라인에 투입됐다. 그는 완성된 CD를 살피며 "장비가 자동화돼서 손으로 할 일이 많지 않지만 모두가 관심 갖는 조용필 앨범이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오전 2시 직원들 얼굴에 졸음 대신 땀이 맺혔다.
◇"서태지 이후 이런 일은 처음"
조용필 앨범의 품귀 현상은 이 회사 직원들에게도 놀랍고 반가운 뉴스다. '헬로'는 다른 가수나 클래식 음반 주문량의 20배에 달한다. 경력 10년차 박모(39)씨는 "2009년 서태지 음반을 찍은 뒤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 했다. 그는 "빅뱅 같은 아이돌그룹 앨범도 초도 물량 4만~5만장을 찍으면 한참 돼서야 조금씩 추가 주문이 들어오는데, 이번엔 하루건너 2만장씩 주문이 밀려든다"고 말했다.
조용필 음반은 발매 직후 초도 2만장이 매진돼 이 회사에만 5만장이 추가 주문됐다. 지난 27일 1만장, 1일 2만장을 추가 납품했고, 2일에도 2만장을 납품해야 한다. 현재 조용필 19집은 이 회사와 가산동의 3A미디어 등 두 회사에서 찍어내고 있다. 직원 송모(34)씨는 "음반 시장이 침체된 뒤로는 주로 학습지 CD를 찍었는데 이렇게 밤새워 음악 CD를 찍어내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고 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조용필에 열광할까 싶어 노래를 들어봤어요. 야, 노래 좋던데요." 기계 사이를 분주히 오가던 직원 박씨가 말했다. 오전 4시쯤 인쇄기 모니터에 '검사된 디스크 12000'이라는 글자가 떴다. 안 과장은 음료 캔을 따며 "2만장 다 찍어내면 또 다음 2만장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오랜만의 생산 라인 철야 근무가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싸이 누른 King"… 빌보드, 조용필 기사 게재
빌보드닷컴도 가왕(歌王)을 주목했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빌보드닷컴 K타운 섹션은 '조용필이 싸이를 K팝 핫100 차트 1위에서 끌어내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왕(King)이 돌아왔다"며 "지난주 빌보드 K팝 차트 47위였던 조용필 신곡 '바운스'가 이번 주엔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빌보드닷컴은 조용필을 '한국 팝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 '한국의 마이클 잭슨'이라고 소개하며 "1980년대부터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단발머리', '창 밖의 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조용필의 히트곡도 소개했다. 조용필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싸이도 언급하면서 "조용필과 싸이가 다음 주 차트에서 큰 승부를 앞두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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