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아도 혼자 말하고 빛을 뿜어내는 텔레비전 한 대가 있는 헌책방」(낭송 이승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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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머무는 시간 동안 이백이나 가람이나 김수영이나 모두 이웃집 아저씨 같았고 예술이나 역사나 제각각 다정한 목소리로 흥성흥성했습니다(다행이랄까 쌤통이랄까 거기 처세술이니 경제니 하는 책들은 별반 없습니다). 세계는 다정스레 넓었고 깊고 그윽했으며 그 좁디좁은 통로는 한없이 즐거운 설렘의 여로였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던 일과 헌책방을 사랑하던 일이 겹으로 포개져 있는 시입니다. 헌책방은 그러고 보니 사랑을 닮았습니다. 그 옹색스러움이며 미로의 세계가 그렇습니다. 아득하고 빛 바래져가는 표지들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책들이 담고 있는 가없는 세계는 여전히 생생한 것이니 비록 지나간 것일망정 사랑이 그렇지 않던가요? 알지 못할 사람의 메모가 남은 헌 책! 내 가슴에 메모를 남긴 그 사람! 흐린 불빛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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