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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봄/ 김병호

수로보니게 여인 2013. 5. 8. 14:11

김병호, 「세상 끝의 봄」(낭송 김병호)

 

 


김병호, 「세상 끝의 봄」를 배달하며


다른 것이 아닌, 꽃을 쓰는 일에는 무슨 생각이 딸려 오는지요. 꽃을 쓸어 묻는 일에는 무슨 기억이 딸려 오는지요. 살아온 기억보다는 그 너머의 것, 세상에 오기 전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것만 같지 않는지요?

신(神)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싶은 한 영혼이 있습니다. '이쪽'의 삶에 묻어나는 질문의 무늬들이 끝내 지워지지 않아 견습 수행자가 된 한 영혼이 있습니다. 막 시작한 또 다른 생이 목련 꽃의 낙화들을 쓸고 있습니다. 멍이 든 얼굴들을 쓸고 있습니다. 어머니였다가 아버지였다가 또, 한때 보고 싶은 이였다가 이내 빗자루 끝에 쓸려가는 부질없는 얼굴들.

실은 목련도 밤새 서성이고 망설이며 보따리를 싸서 떠나온 꽃인지 모릅니다. 멀고 먼 밤을 걸어서 온 꽃인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 견습 수녀님, 제 얼굴을 쓸고 있는 목련 나무인지 모릅니다.

세상의 '중심'에 서는 일의 내력이 이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