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봄 노래」(낭송 황인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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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든지 '시'라고 하는 어떤 '어깨'가 있긴 있는 건데 그 어깨의 '뽕'을 완전히 빼고설랑 허랑허랑 시를, 시가 아니라고들 하면 어때 하는 배짱으로 쓰는 분입니다......만, 이른바 서양말로 리얼리티가 시쳇말로 쌩얼입니다. '봄 노래'니 모질고 긴 겨울을 이겨낸 뭐 그런 거, '봄 노래'니 꽃도 좀 나오고 희망도 좀 나오는 뭐 그런 거, '봄 노래'니 근면함도 좀 권하고 제때 씨도 뿌려야 한다는 둥 뭐 그런 것 중에 하나라도 몰래 숨겨서 넣어야 할 텐데 당췌 그런 건 없고 낮잠 좀 자렸더니 여러가지가 귀찮게 한다고 투덜대기만 합니다. 암요. 봄이니 낮잠이 좀 옵니까? 맞죠. 헌데 실은 그게 길고 모진 겨울을 이긴 생명이라는 뜻 아니겠어요? 애들 뛰어노니 그게 희망 아니겠어요? '하루해 좀 꺼내달라'고 햇살은 보채니 그게 옛날로 치면 권농(勸農)의 말씀은 또 아닐까요? 봄이 건들건들 대문을 활짝 열고 우리에게로 온다는 말이 이렇게 어여쁠 수가 없습니다. 귀찮다는 듯이 오는 봄, 그렇지만 싫지는 않다는 봄의 얼굴 말입니다. 앗, 근데 벌써 여름 날씨니 앗! 봄은 짧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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