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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8>유치원생 돌보듯

수로보니게 여인 2013. 5. 16. 16:44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8>유치원생 돌보듯 치매 노인 챙기는 '치매 유치원' 늘려야

입력 : 2013.05.16 03:01 | 수정 : 2013.05.16 11:04

 

[8] 지자체 치매지원센터의 '유치원式 운영'에 해법 있다

'통학버스' 운영하고 낮엔 종이접기·글쓰기·색칠 교육
웃음 치료 등 환자 가족 위한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
선진국도 고급 요양시설 대신 '치매 유치원' 확대 나서

 

서울에 사는 주부 김선희(53)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2008년과 2010년 치매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부모님 두 분 모두 식사를 하시고도 안 했다고 하고, 어머니는 휴지가 보이는 족족 주머니에 넣어 온 주머니에 휴지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보내는 대신 집에서 모시기로 결정했다.


치매 환자를 한 명도 아닌 두 명 돌보지만, 김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외출을 한다. 벌써 4년째다. 15일 오전 김씨는 매우 분주했다. 부모님을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히고, 차에 태웠다. 그는 "부모님을 모시고 '유치원'에 간다"고 했다. 김씨는 차로 20분을 달려 서울 송파구 치매지원센터에 도착했다. 김씨가 말한 '유치원'은 바로 치매지원센터였다. 센터에 도착하자 무뚝뚝한 표정이었던 부모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씨는 "처음엔 부모님이 낯선 곳에 가는 걸 꺼리셨는데 꾸준히 오다 보니 아주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이 된 딸과 아들이 어릴 때 다니던 유치원과 이곳(치매지원센터)이 놀랄 만큼 비슷하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치매지원센터에 모인 치매 환자들이 색종이로 꽃 만들기를 하고 있다. 치매 환자들이 이곳에서 하는 종이접기, 색칠공부, 글쓰기 등은 환자의 뇌를 활성화해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이덕훈 기자

 

유치원생들이 등·하원을 할 때 '스쿨버스'를 이용하듯, 일부 치매지원센터(송파 제외)에서는 센터와 환자 집을 왕래하는 전용버스를 운영한다. 교육 프로그램도 유치원 과정과 비슷하다. 증세가 중한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보호자가 센터에 함께 와야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센터에서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종이접기, 색칠공부, 글쓰기, 사물놀이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손지형 강사가 "자, 그림 안에 색칠하세요. 다 하신 분들은 제출하시고요"라고 하자, 치매 환자 9명은 밑바탕에 그려진 선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해 크레파스로 알록달록 색칠을 했다. 강사 손씨는 "어린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처럼 치매 환자들도 센터에서 기초 교육과 함께 사회성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뿐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치매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센터를 이용하려는 환자와 가족들이 늘어 경쟁률이 높아졌지만, 치매지원센터는 중증 치매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환자 가족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기 때문이다. 요양사 오명숙(57)씨는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동안 가족들은 식당에 주로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환자들과 있을 때 꿈도 못 꿨던 자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치매지원센터 수혜 현황 - 그래프
남편이 치매 환자인 홍수경(82)씨는 "최근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웃음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해 그간 쌓였던 답답함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한봄을(72)씨는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가족 입장에서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치매 유치원' 프로그램으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치매 정책 전문가인 빌헬미나 호프만 박사(스웨덴치매센터 소장)는 "치매 완치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자가 가족, 지역사회와 함께 일상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라며 "고급스러운 요양시설을 짓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던 방식은 이미 옛날식(old-fashioned)이 됐다"고 말했다. 1960년대부터 50여년 동안 요양시설 건립에 초점을 맞췄던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기존의 '병원 입원형' 치료 정책 대신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가족과 함께 지내며 치료를 받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환자들이 가족, 지역사회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치매지원센터의 양과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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