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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12> "치매, 우리 함께 이겨내자"…

수로보니게 여인 2013. 5. 28. 17:45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 우리 함께 이겨내자"… 아픈 아내·엄마 손잡고 희망의 行進

특별취재팀

입력 : 2013.05.27 02:56

 

[12] 치매극복 걷기 대회… 8세부터 88세까지 500명 참가
치매 아내와 함께 온 남편, 치매 걱정하는 노부부도
"치매와 싸우는 사람들 만나 함께 얘기하며 큰 힘 얻어"


"엄마, 열심히 돌봐드릴게요" "여보, 지금처럼만 있어주오…"
희망의 우체통에 엽서 수북

섭씨 30도 따가운 햇볕도, 세월의 무게로 가늘어진 다리도 그들의 걸음을 붙잡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치매센터가 주최·주관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 '치매 극복 걷기 대회'가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에서 열렸다. '동행, 치매를 넘어'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여덟 살 꼬마부터 88세 노인까지 500여명이 한데 모여 3.2㎞ 코스를 따라 걸었다. 걷는 내내 도란도란 얘기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유진호(80)· 이규연(77)씨 부부는 "요즘도 사람 이름이 기억 안 날 때마다 '우리 내외가 치매 아닌가' 걱정했다"며 "이곳에서 치매를 이겨내려는 많은 분과 만나 얘기 나누면서 외로움을 떨쳐내고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치매 가족도, 일반인도 "치매를 넘어 희망을 되새긴 하루"

"남자보다 여자가 치매에 더 잘 걸린다."(정답: ○) "옛날 일을 잘 기억하면 치매가 아니다."(정답: X)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치매 상식 OX 퀴즈'부터 풀었다. 사회자가 정답을 발표할 때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아∼"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인천에서 왔다는 조복열(여·64)씨는 "평소 치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10번 문제에서 탈락했다"며 아쉬워했다.

 

아름다운 동행, 치매를 넘어…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치매센터가 주최·주관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 ‘치매 극복 걷기 대회’가 25일 서울 뚝섬유원지에서 열렸다. 5월의 화창한 봄날, 치매를 알고 이겨내기 위해 모인 참가자 500여명은 한강변 3.2㎞ 결승점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디며 치매 극복의 의지를 다졌다. 거의 모든 참가자가 완주했다. /성형주 기자
오후 3시, 참가자들이 몸풀기 체조를 한 뒤 "동행, 치매를 넘어"를 다 함께 외치며 뚝섬유원지 수변 무대에서 1.6㎞ 떨어진 반환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임춘수(69)씨는 이날 4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고경희(66)씨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괜찮지?" 더운 날씨 탓에 아내의 이마에 땀이 맺히자 임씨가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는 말없이 웃었다.

치매 환자 가족뿐 아니라 일반 참가자들도 걷기 행렬에 동참했다. 초등학생 아들딸을 데리고 온 이모(37)씨는 "아이들에게 치매는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함께 왔다"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 직원들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코스 곳곳에서 "아버님, 어머님 힘내세요. 파이팅!"을 외치며 함께 걸었다. 주말을 맞아 한강으로 나온 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원어민 강사 제이슨(34)씨는 "치매(dementia)를 이겨내자는 취지로 걷기 대회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며 "가족이 함께 손잡고 걷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말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한 시간이 채 안 돼 3.2㎞ 코스를 완주했다. 최고령 참가자 조규상(88)씨는 "치매에 대해 공부도 하고, 이렇게 걸으면서 운동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였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치매에 관심을 갖는다면 치매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치매 아내에게 보내는 엽서… "지금처럼만 있어주오"

이날 걷기 대회 주최 측 부스 한 곳에는 빨간 '희망우체통'이 마련됐다. 이 우체통에는 걷기 대회 전후 참가자들이 치매 환자들에게 쓴 엽서 수십 통이 담겼다. '엄마! 치매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답니다. 열심히 돌봐드릴게요' '누님 힘내세요. 꾸준히 치료하면 건강이 찾아올 겁니다' 같은 치매 가족의 엽서부터 '훌륭한 간호사가 돼 어르신들 따뜻하게 보살펴드릴게요'라고 쓴 대학생 엽서까지 다양했다.

임춘수씨도 아내를 향해 엽서를 썼다. '언제까지 함께하고 싶은 당신께. 사십 년이 지난 오늘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는, 기억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당신을 곁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은 한없는 후회뿐입니다. 당신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내 부족함을 당신이 알아줬으면 고맙겠고. 지금처럼 더 이상 힘들지 않으면 고맙겠어요. 못난 남편이 2013.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