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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9>동네 친구들과 함께 사는 치매 할머니

수로보니게 여인 2013. 5. 18. 22:35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9>

동네 친구들과 함께 사는 치매 할머니… 사라지던 기억을 붙잡았다

특별취재팀

입력 : 2013.05.18 02:58

[9] 전북 김제 '그룹홈' 치매 예방·증세 완화에 효과… 30년前 스웨덴서 시작, 세계적 추세

부대끼고 돕고 웃으며 사니 우울함·공격성향 확연히 감소… 드라마보며 옛날얘기 "까르르"
김제市, 그룹홈 127개 운영

지난 16일 낮 12시 전북 김제시 양전동의 용두경로당에서 70∼80대 어르신 13명이 한데 모여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독거노인인 이들은 홀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지난 2007년 '그룹홈'으로 지정된 이 경로당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서로가 가족이 돼 줬다. 이곳 어르신들은 "함께 밥 먹고 함께 잠자면서 말도 많아졌고 웃음도 많아졌다"고 했다.


	지난 16일 오후 전북 김제시 월성동‘월성여자그룹홈’에서 할머니들이 한데 모여 낮잠을 자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가족’이라 부르며 치매 증상을 보이는 할머니와도 무리 없이 함께 지낸다.
지난 16일 오후 전북 김제시 월성동‘월성여자그룹홈’에서 할머니들이 한데 모여 낮잠을 자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가족’이라 부르며 치매 증상을 보이는 할머니와도 무리 없이 함께 지낸다. 치매 증상 할머니는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다. /이민석 기자
이곳 어르신 중 일부는 인지(認知) 저하나 치매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한다. 주변 노인들이 가족처럼 잘 보살펴주기 때문이다. 김모(81) 할머니도 2010년 말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김 할머니가) 원래 멀쩡했는데 2∼3년 전부터 자주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대화를 잘 하다가도 경로당을 나가 길을 잃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그 즈음부터 남편이 세상을 떠난 연도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로당에서 만난 '제2의 가족' 덕분에 그의 생활은 악화하지 않았다. 김 할머니가 가끔 밥도 안 먹고 밭일을 하고 있으면, 다른 어르신들이 밭으로 뛰어가 "밥 먹을 시간"이라며 끌고 왔고, 안 씻어서 냄새가 날 때는 목욕탕으로 데려가 씻겨줬다. 욕을 하면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혼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할머니가 우울해하는 날은 줄어들었고, 공격적 성향도 수그러들었다. 김 할머니를 '동생'이라 부르는 이종예(86) 할머니는 "우린 가족이니까 같이 부대끼고, 같이 도우며 사는 거야"라고 말했다.

전북 김제에는 용두경로당 같은 '그룹홈'이 모두 127개나 있다. 이곳에 사는 어르신도 1258명에 이른다. 65세 이상 시민 비율이 20%가 넘는 김제시는 2006년부터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이분들이 함께 살면서 외로움도 치유하고 치매 같은 병에 걸릴 위험도 낮추기 위해서다. 대부분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개조해 만든 그룹홈에는 주방 용품과 가전제품, 침구류, 목욕 용품, 운동기구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노인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치매 예방·검진도 잘 이뤄진다. 김제시 보건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그룹홈을 방문해 치매 인지 검사를 하고, 대도시 치매센터에서 하는 색종이 접기, 그림 그리기 등 치매 퇴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비용은 시(市) 부담이다.


	‘월성여자그룹홈’에서 할머니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월성여자그룹홈’에서 할머니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민석 기자
김제 월성여자그룹홈에도 치매 전 단계인 인지 저하 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김모(93) 할머니가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홈에서 함께 사는 할머니 10명이 가족처럼 도와 별문제가 없다. 이영자(71) 할머니는 "언니(김 할머니)가 우리랑 똑같이 밤에 드라마를 보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면 너무 재미있어서 새벽까지 못 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그룹홈'이 치매 위험에 노출된 노인들의 치매 예방뿐 아니라, 치매 조기 진단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충북 단양군 치매 상담 요원 박산옥(51)씨는 작년 초부터 군내 노인 7000여명 중 5000여명에게 치매 선별 검사를 시행했다. 박씨는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경로당을 방문하니 짧은 시간에 적은 예산으로 많은 분의 치매 검사를 할 수 있었다"며 "80여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고, 그중 40명 정도는 조기 진단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30여년 전 스웨덴에서 시작된 그룹홈은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는 1997년부터 치매 대책의 일환으로 그룹홈을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치매센터 빌헬미나 호프만(Hoffman) 소장은 "치매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치매 발병 이전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그룹홈은 치매 위험 노인들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끊임없이 뇌를 자극해 치매 증세 악화를 늦추는 긍정적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그룹홈(Group home)

가족이 아닌 이들이 공동생활할 수 있도록 한 시설. 처음에는 장애인이나 노숙자의 자립을 돕기 위한 시설이었으나 최근에는 치매 등 특정 질환 환자들의 치료·재활을 위해서도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