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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각서/ 이성복

수로보니게 여인 2013. 4. 9. 11:51

이성복, 「시에 대한 각서」(낭송 김형석)

 

 


이성복의 「시에 대한 각서」를 배달하며


시집 『래여애반다라』에서 옮겼다. '래여애반다라(來如哀反多羅)'는 향가 '풍요(風謠)'의 한 구절로 '오다, 서럽더라'란 뜻의 이두(吏讀: 한자를 사용해서 한국어를 표기하는 방식)란다.

고독은 공기 같은 것. 내 코밑에도 있고 냉장고 옆에도 있고 화장실 문짝 앞에도 있다. 햇빛에도 있고 그늘에도 있다. 사방에 고독이 있다. 거미줄에도 있고 거미줄에 얹힌 먼지에도 있고, 삭은 탱자나무 가시에도 있고 싱싱한 탱자나무 가시에도 있다, 가시가 아니라 가시 둘레, 그 공간에 고독이 웅성거린다. '고독은 깊이와 넓이, 크기와 무게가 없지만', 추상적인 것이어서 만질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고독이 흘러들어가 가없는 깊이가 되는 게 시라고, 시 제목이 '시에 대한 각서'다. 원초적 고독감을 시의 출발점으로 삼는 게 이성복의 힘이다. 그의 비장한 각오에 나도 초발심을 살리리라 다짐한다. 시인으로서 느슨해진, 태만해진 자신을 깨달을 때의 고독감!

나는 앞발과 다름없이 손이 무뎌, 그림 그리기는 '그림의 떡'이라 여겨왔다. 어렸을 때 도화지에 손바닥을 쫙 펴서 올려놓고, 본을 따 선을 긋고 나서 들여다보던 기억이 난다. 손 모양 그대로 그렸네! 볼수록 흐뭇하고 신기해서 한동안 스케치북이고 신문지고, 종이만 보면 손을 그려댔었다. 그러면서도 아둔한 나는 그림이 닫히지 않는다는 걸 깨닫지 못했지! 그 닫히지 않은 곳으로 무언가 저릿하게 흘러들어 온다. 보이지 않는 세계로 사라진 것이 손인지 지금 저릿한 팔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