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엔돌핀 팍팍

'서울역 그 식당'

수로보니게 여인 2007. 1. 29. 00:23

      서울역 그 식당

 

       함민복(1962~)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이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 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서울역 그 식당' 전문

 

 

               밥은 때때로 얼마나 유용한 핑계인지 모른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을

           '그저 밥이 먹고 싶어서' 라며 둘러 댈수 있으니 말이다.

            그대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밥을 떠넣으며

            무수한 말들을 함께 삼킬 수도 있으니.

            그러나 가난과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마치 밥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와도 그녀는 알고 있으리.

            그의 등에 어떤 사랑의 말이 적혀 있는지를.

 

                                                나희덕 <시인>  

 

                                출처: 신문 스크랩(언제인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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