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의 첫 줄에 마음을 써야 하는 모순
채련
불특정의 시간이 첫 행으로 나오면, 불가지의 시간적 표현이 오히려 막연한 시간을
자아내는 울림으로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가 있다.
유경환 시인님의 시의 첫 행에 대한 견해
별다른 생각없이 시의 첫 줄을 써왔었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첫 시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쓰려고 하는 것을 몇달씩 가슴에 넣고 삭여 오다가 잎이 돋듯 그렇게 나오는 것을
원고지에 옮겨 써왔던 나의 시작 태도에서 기인 했던 것일게다.
그러나 한 십 여년 전부터 이런 나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난 그것을 겪어야 할 변화라고 생각하고 싶다.
쓰려고 하는 내용을 유도 하는 그런 의미를 의식하게 되면서 부터
내적인 작은 고민이 자리하게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시를 어렵게 생각하게 되는 한 과정, 또는 매듭 단계에서 겪는 고민이 아닐까 여겨진다.
쓰지 않고선 못배길 정도로 내적인 발효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쉽게 나오고,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당위성을 가지고 시작할 때엔 어렵게 나오게 된다.
나의(채련) 경우 길을 가다가, 책을 보다가, 또는 산책을 하다가,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것을
아무데나 한 줄씩 메모해 두는 버릇이 있는데 거의 이 한 두 줄의 메모가
그래도 첫 줄에 등장 할 때가 있다.
첫 시작의 첫 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 시의 경직성을 띠고 전개되기 쉽고,
첫 시작의 첫 줄에 전혀 의미를 내포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입구의 역할만 하게 되면
시는 자연스럽게 풀려 나갈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요즘 첫 시작의 첫줄에 마음을 써야 하는 모순의 고민을 지닌다.
이것은 시를 어려운 것으로 알기 시작 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자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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