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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구상하기

수로보니게 여인 2011. 1. 22. 14:26

<<글 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 - 작품 구상하기


새해를 맞아 2주에 걸쳐 삶의 계획 세우기에 관해 살펴 보았습니다.
간략히 정리해 볼까요.


“난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구봉서 선배님 같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코믹 무대에서만 희극 연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작품에서 희극 연기를 보여주는 그런 배우 말이다.” 

 김병만,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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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할지 계획을 세우고 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실천해야 할 텐데요,
그 첫걸음이 바로 작품 구상입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 또는 일상의 경험을 글감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에 관해 공부하겠습니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누구는 그냥 지나치지만
또 누군가는 그걸 글로 만들어 내는데, 그 비결이 뭔지 살펴보는 거죠.


요즘 한국의 최대 이슈는 구제역일 겁니다. 누구나 이 사실을 압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거예요. '구제역에 관해 한 번 써 볼까'
그렇지만 쉽게 쓸 수 없죠.


무엇보다 글이 다룰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서 그래요.
전국에 퍼진 질병이고, 소, 돼지 등 여러 동물에 연관된 질병이고,
또 이와 관련있는 여러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죠.
구제역에 관해 쓰려면 구제역에 관해 일반적으로 쓰려고 하지 말고
범위를 한정지어야 해요.


글의 범위를 한정짓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좁히기와 쪼개기입니다. 좁히기는 소재는 그대로 둔 채 그 테두리를 좁히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구제역 > 구제역 방역대책 > 파주 **농장의 적 방역대책


소재 자체를 바꾸지 않는 대신 그 소재를 좀 더 치밀하게 파고들면
되는 겁니다. '글쓰기 비결'에 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이걸 치밀하게 파고 들어서 '작품 구상 비결'에 관해
쓰는 게 낫다는 거지요.


인문대학 석사과정 학생들이 졸업논문을 심사받을 때
지도 교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지적 사항이 뭐냐 하면요...


"자네는 꼭 박사논문처럼 썼구만..." 입니다.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다루고자 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거지요.


범위 좁히기에 관해 배웠으니, 자, 그럼 범위를 한정짓는 두 번째 방법,
쪼개기에 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쪼개기는 한 소재를 몇 등분해서 그 중 하나만 택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구제역에 관한 이야기도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겠죠.
방역과 관련된 이야기 / 가축과 농장주 사이의 이야기 / 쇠고기,돼지고기 유통 등 경제에 미칠 이야기...
이 중에 한 조각만 택하여 쓰는 겁니다.


가축과 농장주 사이의 이야기를 택해 이것을 발전시키면
<워낭소리> 같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는 겁니다.


김기택 시인의 <소>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이 시의 창작동기가 구제역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때에 읽으면 평소 때와 많이 다른 느낌이 들죠.


좁히기를 하거나, 아니면 쪼개기를 할 때 이런 의문이 듭니다.
과연 어디까지 좁혀야 하는가
또는 일단 쪼갰으면 그걸 다시 좁혀야 하는가


자신이 완벽하게 통제하고 감당 가능한 수준까지만 좁히면 됩니다.
어떤 주제에 관해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 잘 설명할 자신이 있으면
더 줄일 필요가 없지요.


예를 들어

가령 시인 정지용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해 보죠.

"정지용에 관하여" 이렇게 제목을 달면 어떨까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요.
이건 박사논문이 다루어야 할 범위죠.
그럼 이건 어떨까요 정지용의 향토시에 관하여...


이건 석사논문 주제 같을 겁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좁히거나 쪼개면 됩니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 보면 '얼룩배기 황소가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한 구절만 파고들어 보는 겁니다.
하필이면 왜 얼룩배기 황소라고 썼을까 젖소 같은 얼룩 황소가 있었나
아니면 비유적 표현인가


이런 의문에서 시작해 이제 관련 서적을 훑어보면서
'왜 하필이면 얼룩배기 황소인가'라는 제목에 걸맞은
자료를 채집하면 되겠지요.


여기도 쪼개기가 가능합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우리의 경험을 정지용과 관련지으면 됩니다.
정지용 시에 얽힌 자신의 에피소드 같은 게 여기에 해당하겠죠.


아예 처음부터 사소한 것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전 그게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언급한 김기택 시인의 다른 작품 몇 개를 소개할게요.
작품을 구상하게된 계기가 참 소박합니다.


시계만 가고 시간은 멈춘 곳.  <머리 깎는 시간>


당연히 대머리 아저씨 머리에 있어야 할 대머리가 / 어느날, 내 거울에 와 있는 것을 본다.  <대머리>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보지 않는 태도가

바로 글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덕목입니다.


박철 시인의 '영진 설비 돈 갖다 주기'라는 시가 있어요.
그런데 이 시의 창작 동기이자 소재이자 내용이 바로 그거예요.
영진 설비에 돈 갖다 주는 거요. 이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 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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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께 읽을 좋은 문장


오늘은 문장 대신, 우리가 실수하기 쉬운
동어반복 사례 몇 가지만 소개할게요.


김장 담그다 > 김장하다
자본을 투자하다 > 투자하다
주요 이슈 > 이슈
새로운 발견 > 발견
그 당시 > 당시 / 그때
어서 빨리 > 어서
보다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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