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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계획 세우기'

수로보니게 여인 2011. 1. 4. 17:51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 - 삶의 계획 세우기


지난 한해 동안 가장 강조했던 내용을 잠깐 되짚어 보겠습니다.


보편성을 획득해 공감을 얻는 것이 글쓰기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보편성을 얻으려면 보편적으로 쓰면 안 되고
되도록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직접 해설하는 글이 닫힌 글이라면,

저자가 미리 판단하는 대신 독자를 향해 그 판단을 열어두는 것이 열린 표현이라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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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수업 '삶의 계획 세우기'
전 계획 세우는 이야기를 할 때 늘 이 사람의 글이 떠오릅니다.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시인데요, 내용이 이렇습니다.


"자 일단 계획을 세우자. 먼저 커다란 등 하나를 밝히는 거다.
이제 두 번째 계획을 세우자."


거창한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꾸짖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보통 거창한 계획 하나만 세우려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브레히트가 제안한 것처럼 작고 사소한 계획들 먼저 실천해 나가는 겁니다. 중장기 계획은 별도로 세우고요.


괴테는 60년에 걸쳐 '파우스트'라는 대작을 썼잖아요.
그런데 이 한 가지 계획만 있었던 게 아닐 겁니다.
10년 짜리 계획도 있었고 3년짜리, 1년짜리 계획들도 함께 세우고
또 실천하고 그랬지요.


철학자 에띠엔느 질송은 이런 말을 했지요.


"참다운 개혁가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아니며
개혁의 필요성을 설교하는 사람도 아니다.
참다운 개혁가는 개혁을 달성하는 사람이다."


우리도 참다운 실천가가 되고 1일짜리 계획, 1주일짜리 계획, 1개월짜리,
6개월짜리, 1년짜리 계획을 각각 세워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군대 간 조카에게 편지 쓰기, 이건 하루짜리 계획으로도 충분한 거죠.
히라카나, 가타카나 익히기... 이건 여유있게 1개월-3개월 정도 계획을 세우면 될 겁니다.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읽기...
하루에 서너페이지씩 읽는다 생각하면 6개월짜리 계획에 들어가죠.
이런 식으로 여러 크고작은 일들을 벌이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2010년에 1년 프로젝트 1개, 6개월 프로젝트 2개, 1개월 프로젝트 12개, 1주일 프로젝트 50개, 1일 프로젝트 250개(주말 빼고) 이렇게 해서 계획 315개를 세우고 실천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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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강의 때 '의미연관성'이야길 했습니다.
자신의 크고 작은 경험들에 깃들어 있는 보편성을 의미한다고 했는데요.
계획을 세울 때도 이런 원칙이 적용됩니다.


의미연관성이란 어떤 사람의 정체성,
즉 자기동일성이 밖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 말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사람을 만난 거지...라고 판단할 때가 많잖아요.
그런 게 의미연관성이죠.

우리가 계획을 세울 때도 이런 의미연관성을 늘 고민해야 합니다.


2010년에 이루거나 경험한 것을 무시한 채 2011년 계획을 세우는 건
의미연관성을 간과한 거죠.


2010년에 세웠던 계획들을 다시 펼쳐 보세요.
그리고 실천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해 보세요.
실천하기 어려웠던 것들은 대개 의미연관성이 낮은 계획들이었을 겁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SF 소설을 쓰다가 단번에 인문학 서평을 쓸 순 없는 거죠.

차근차근 의미연관성을 따져가며 방향 전환을 해야 돼요.


예를 들죠.

작가 윌리엄 진서는 예일대 교양학부 글쓰기 강좌를 1년간 진행했는데요, 수강생들에게 글감을 하나씩 찾아오라는 과제를 냈대요.
어떤 학생이 소화기 사용법을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윌리엄 진서가 아주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는군요.
이 학생은 그때부터 1년간 전세계의 모든 소화기를 섭렵했답니다.
그리고 재미를 붙인 그 학생은 의미연관성을 따라가며
산악구조, 비상대피 같은 산업안전 분야의 여러 글을 쓰기 시작했고
몇 년 뒤 이 글을 잘 정리해 책을 냈다고 합니다. 책도 히트를 했다네요.


얼핏 사소해보이는 작은 글감에서 시작해

의미연관성을 찾아가며 테마를 확장한 것입니다.


왜 어르신들이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내 인생 소설로 쓰면 몇 권은 될 거야...' 이분들은 글을 전혀 쓰지 못합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의미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고,
그것을 잘 드러내는 아주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텍스트로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
그건 인생이나 글쓰기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선언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저 선언에 이르기 전까지 이런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혼자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처럼 아주 천천히 나아가며
모든 일에 아주 조심하리라고 나는 결심하였고,
그렇게 하면 아주 조금씩 전진한다 해도 넘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였다." - <<방법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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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께 읽을 좋은 문장 하나



허먼 멜벨이 지은 《모비딕》의 한 구절을 소개하죠.


바다에 나갈 때면 나는 돛대 바로 앞에 서 있거나 앞갑판으로 곧장 내려가거나 로열마스트 꼭대기로 올라가야 하는 일개 선원으로 간다. 처음에는 꽤 힘든 일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리 경고해두거니와, 교사에서 선원으로 전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것을 씩 웃으면서 견딜 수 있으려면 세네카와 스토아학파의 가르침을 진액이 필요하다. 나는 언제나 일개 선원으로서 바다에 나간다. 앞갑판에는 건강에 좋은 운동과 맑은 공기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은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훨씬 우세하고, 따라서 뒷갑판에 있는 선장은 대부분 앞갑판의 일반 선원들이 마시고 뱉은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게 된다.


뒷갑판에 서 있는 선장이 앞갑판의 선원이 마시고 뱉은 공기를 다시 마시게 된다는 구절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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