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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짓는 마을/광장

수로보니게 여인 2010. 10. 25. 17:54
<<글 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광장


지난 두 주에 걸쳐서 집과 마당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간략히 복습해 볼까요.


집과 마당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이왕이면
여러 감각을 모두 동원해서 묘사해 보라고 했습니다.
집 다락방에서 나던 냄새라든지, 마당의 촉감이라든지...
자신이 실제로 경험했던 감각적 사실을 구체적으로 펼쳐놓으면,
독자는 그 구절을 읽으면서 그 경험과 유사한
자신의 특수한 경험에 대입해 봅니다.
그러면 둘이 겪은 것은 조금 다를지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거지요.


처한 환경은 각기 다를지라도 다른 점을 사실대로
구체적으로 펼쳐놓으면 공감대가 생긴다는 게
글쓰기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동서고금, 노소의 차이가 있으나
인간의 삶은 대개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사건에 대해 같이 기뻐하고,
또 같이 슬퍼할 수 있는 거지요.


칼 마르크스는 인간을 ‘유적 존재’라고 규정했어요.
개인이 외따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공동체’ 또는 ‘인류’라는
보편적 존재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지요.


칠레 산호세 광산의 매몰 사고에 전세계가 같이 아파하고,
또 구조 작업에 다같이 열광하고, 감동했던 것도 그런 이유이겠지요.


삶의 최소필요 조건인 의식주에 '집'이 들어가는 건,
집이라는 공간이 인간의 삶에 가장 기초적인 요소이기 때문일 텐데요.
지난주에 <<집은 인권이다>>라는 책을 읽다 보니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철거를 감행하는 나라로 꼽힌다는
구절이 있더군요. 안타까웠습니다.


오늘 주제는 광장입니다.


광장은 마당의 확장입니다. 마당은 개인의 소유이지만,
광장은 누구의 소유도 아닙니다. 비어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채울 수 있고, 그러기에 광장에는 자유가 넘치죠.


최인훈의 소설 ‘광장’도 자유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광장의 역사는 자유의 역사입니다. 그 역사의 가장 앞에,
고대 그리스의 광장 ‘아고라’가 있습니다.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었던 것은
아고라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소크라테스, 플라톤 같은 철학자를 비롯해
시민 누구나 여기에서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견해를 펼쳤습니다.


광장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을까요
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민은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선거를 하거나, 출마를 하는 것만 정치 참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모두 정치 참여입니다.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지 않고,
세상을 더 낫게 바꾸고자 마음 먹는다면 정치적 인간이 될 수밖에 없죠.


도시의 중심부에 광장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쉽게 수렴하기 위함이겠지요.


로마 시대에는 ‘포룸’이 그 역할을 했어요.
공개토론회를 가리키는 포럼이라는 말의 기원이 포룸이죠.


우리의 광장은 시민의 자유로운 의견을 수용하는 자유로운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보면 좋을 듯합니다.

요즘엔 광장의 기능이 온라인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포털 사이트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사 현안에 대해 토론하죠.


인터넷 글쓰기에 관해 잠깐 조언해 드린다면
전 인터넷 글쓰기의 목적이 비판보다 제안 형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인을 직접 대면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서로 오해가 빚어지기 쉽습니다.
인터넷 토론이 쉽게 과열되거나 본질을 잃고
감정 다툼으로 변질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책이나 뉴스를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때
무턱대고 비판만 하지 말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나을까... 고민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의견을 자신의 블로그나 토론 사이트에 올리는 거지요.


비판하기 전에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을까’ 생각해 보고
실천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실천한 결과를 글로 표현하면 좋겠죠.


거창한 논의보다는, 사소한 것이라도 직접 실천해야 세상이 바뀔 겁니다.


예를 들어, 책을 읽다가 오탈자를 보았다고 합시다.


어떤 사람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또 어떤 사람은 편집이 엉망이네 책이 쓰레기네 욕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출판사 편집부나 저자에게 이메일로
그 사실을 알리고 교정을 요청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긍정적 태도를 갖고, 더 낫게 바꾸고자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잘못이 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다음 독자들에게 더 좋은 정보가 제공될 수 있겠지요.


오늘 함께 읽을 좋은 문장


윌리엄 진서(지음), <<글쓰기 생각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짧은 단어보다 전혀 나을 것이 없는 긴 단어도 조심하라.
보조하다(assistance)보다 돕다(help),
다수의(numerous)보다 많은(many),
여분(remainder)보다 나머지(rest),
이행하다(implement)보다 하다(do)가 더 낫다.
‘말’(talk)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논의’(dialogue)하지 말자.
괜히 ‘소통’(interface)하지 말자.


불필요하게 어렵고 긴 용어를 쓰지 말라는 거죠.


뜻의 차이가 전혀 없다면 되도록 쉽고 간략히 쓰는 게
문장 쓰기의 진리입니다. 또 독자가 미리 잘 아는 정보를
불필요하게 늘어놓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이 책에 이런 구절도 나옵니다.


해변을 묘사한다면 “바닷가에는 곳곳에 바윗돌이 널려있었다”라거나
“때때로 갈매기가 날았다”라고는 쓰지 말자.
바닷가는 대개 바윗돌이 널려있고 갈매기가 날아다니게 마련이다.
잘 알려진 사실은 모두 지워버리자. 같은 책, p. 97.


다음주 테마는 여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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