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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속으로/김두안

수로보니게 여인 2010. 9. 8. 21:01

 

 
김두안, 「그림자 속으로」(낭송 김두안)2010년 9월 6일

   
 

 

 


김두안의 「그림자 속으로」를 배달하며


식구들이 모두 잠든 밤. 늦도록 마시고 취한 시인이 집으로 들어가네요. 남편 바가지 긁는 소리 깨지 않도록, 구차한 살림살이 불빛에 들키지 않도록 살금살금. 타인으로부터는 물론 자신으로부터도 숨고 싶은 한 가장이 기꺼이 그림자가 되려 하네요.

시인이 그림자가 되자(요즘 유행하는 현학적인 말로, '주체'가 사라지자), 갑자기 그 텅 빈 자리에 달빛이 가득 들어옵니다. 달빛은 시인의 내면에 잠재된 옥수수 그림자와 콩줄기와 풀잎의 기억을 끌고 와 아파트 실내를 달빛 휘황한 시골 풍경으로 바꿔 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부끄러움이 많은, 충족할 수 없는 욕망으로 들끓는 ‘나’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만 남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