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바람이 분다, 가라」 중에서(낭독 문지현, 채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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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를 배달하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여중생 시절까지 열심히 읽던 하이틴 문고의 몇몇 문장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어요. “가정법은 참 슬픈 문형이에요.”라는 문장도 그 중 하나예요. 그땐 크게 공감했는데, 좀더 지나고 생각하니 가정법이 슬프지 않을 수도 있더군요. 그때 거기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거야. 혹은 그 버스에 탔더라면 꼼짝없이 사고를 당했을 거야, 등등. 촉망받는 육상선수의 운명이 아차 하는 순간에 어긋났네요. ‘수없이 돌이켜보았기 때문에 다른 결론은 없다는 듯’ 완고한 목소리. 그건 어쩌면, 자기 안에서 자꾸만 솟구치는 ‘그때 바람이 불지 않았더라면, 그때 장대를 넘지 않았더라면’ 하는 가정법 문장들을 꼭꼭 눌러버린 뒤에 얻어진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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