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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본원칙 총정리 2

수로보니게 여인 2010. 8. 30. 00:26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글쓰기 기본원칙 총정리 2



지난 시간에는 열린 표현 원리와 구체적인 것으로
보편성을 표현하는 방법에 관해 배웠습니다.


 

열린 표현은 저자의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사실만 드러내는 겁니다.
가령, 회식 자리가 끝나갈 무렵 자신의 앞에 놓인
1000cc 맥주잔에 맥주가 절반 남았다고 합시다.
그러면 '맥주잔에 맥주가 500cc 남았다' 이렇게 써야 하지,
500이나 남았다고 쓰거나 500밖에 남지 않았다고 쓰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 그런 뉘앙스는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반이나 남았다거나 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을 때...

독자가 판단할 수 있게끔 하려면 저자는 주변 정황을
미리 배치해두어야 합니다.
전날 500두잔 마시고 떡실신했다든가,
아니면 평소 마셨다 하면 한짝 정도는 마신다거나 하는
정황 정보를 주는 거죠. 그러면 정황을 보고 독자는 판단합니다.

자, 구체적인 것으로 보편성을 표현하는 방법에 관해
조금 더 파고들 거라고 예고해 드렸습니다.
구체적 대상으로 보편 개념이나 정서를 드러내야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고 강조했는데, 너무 구체적이면
공감의 폭이 오히려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실 겁니다.

정말 갈데까지 가본다는 마음가짐으로 구체적으로 쓴다면
독자층도 좁아질 겁니다.

다만, 확실한 건 알짜배기 독자만 남는다는 점입니다.
아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죠. 전 이런 독자를 얻는 게 목표입니다.
어중이떠중이 독자 10만명과 알짜배기 독자 1천명 중 한쪽을 택하라
하면 전 주저없이 후자를 택합니다.

구체적으로 쓰기 위해 갖추어야 할 다른 태도는 뭘까요?

이야기를 상상으로 그려내기보다 실제 일어난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아요.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상상은 공상으로 빠지기 쉽잖아요.

<<롤리타>>를 지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문학이 과학 연구와 흡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순수과학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예술에서도 디테일이 전체를 표현한다고
했지요. 그래서 석탄먼지 한톨, 다람쥐 한 마리, 모텔 이름 하나하나가
소설의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여겼지요.
(롤프-베른하르트 에시히, <<글쓰기의 기쁨>> 중)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일부를 소개할게요.
진지전이 간헐적으로 벌어지는 전장의 상황입니다.
병사들은 막상 적군과 싸우는 것보다 추위와 싸워 이기기 위해
땔감 구하는 일에 몰두합니다.

"땔감을 찾아 헤맨 덕분에 우리는 모두 식물학자가 되었다.
우리들은 산비탈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들을
그 연료의 질에 따라 분류했다. 불쏘시개로는 좋지만
불과 몇 분 내에 다 타 버리는 여러가지 관목과 풀들,
불이 잘 지펴지면 타기 시작하는 야생 로즈메리와 자그마한 가시금작화,
사실상 불에 타지 않는 구즈베리보다 작은 참나무 토막 등.
불쏘시개로는 아주 좋은 잘 마른 갈대류가 있었지만,
초소 왼쪽 언덕 꼭대기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뽑으러
가려면 상대편의 총격을 받기가 십상이었다."


아주 구체적인 묘사죠?

저런 건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죠.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것만이 허구적이거나 보편적인 정서와 개념을
전달할 수 있는 겁니다.

글쓰기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개념 재규정이죠.
기존 상식이나 잘못된 통념 같은 걸 뒤집고자 하고
더 낫게 규정하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김이산의 <<똑똑한 그림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화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이나 자신을 해치지 않고 화를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화내는 거 좋다... 그런데 이왕이면 어떻게 화내는 게 좋겠냐...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더 나은 방법을 찾자는 거죠.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도
잘못된 통념일 수 있는 겁니다.

새뮤얼 존슨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작가의 두 가지 막대한 힘은 새 것을 친근한 것으로 만드는 것과
친근한 것을 새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앞 구절은 구체적인 것에서 보편성을 발견하는 게
글쓰기의 목적임을 나타내는 것이고요,
뒷구절은 보편 개념을 재규정하는 것에 관해 말하는 겁니다.

글쓰기 원리는 시대를 초월해 다 비슷합니다.
구체적 실현 형태는 다를지라도 원리는 모두 보편적입니다.


작가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어요.
첫 번째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쓰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쓰되, 낯선 방식으로 쓰는 것이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독자에게 정서적 충격을 주는 개념 재규정입니다.

어떤 개념이 본래 뜻을 잃고 방황하다가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는 것도 개념 재규정입니다.

사람들이 하도 ‘막장, 막장’하면서 막장을 나쁜 말로 쓰니까,
막장 총책임자인 석탄공사사장님이 ‘막장의 참뜻을 아십니까...’
하면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적 있습니다.
광부들의 노고가 깃든 막장을 모욕하지 말라고 넌지시 꾸짖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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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문장

톨스토이가 지은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소개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다음주 주제-첨삭하는 요령과 퇴고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