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ШёlСомЁοο /´˝˚³οο골방 글쓰기

글쓰기 총정리 1

수로보니게 여인 2010. 8. 30. 00:07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 - 글쓰기 총정리

글쓰기의 목적 먼저 살펴보죠. 글쓰기의 목적은 뭘까요?

독자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독자를 설득하려면 독자가 자신과 비슷한 정서나 개념을 지닐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해요.

그걸 공감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독자와 공감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느낀 걸 그대로 적는다 해서 다 좋은 건 아니에요.
이걸 먼저 이야기하죠. 모든 글쓰기는 공감을 지향하므로
어떠한 글도 독자와 무관하지 않아요.?

독자를 따로 고려하지 않을 것 같은 일기문 역시 미래의 자신이라는
예비 독자를 상정하죠.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예전에 쓴 일기는 대부분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거나 ‘오늘도 밥을 먹고 공부를 했다’는
유치한 상투어로 채워져 있어요. 어떻게 써야 공감을 얻을지 몰랐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면 느낀 걸 어떻게 적어야 공감을 얻을까요?

뭐뭐 하겠다는 다짐 표현이나 아무 맥락도 담지 않은 뭐뭐 했다는
표현은 지면낭비에 불과합니다.

일기장을 다시 펴봅시다. 민망한 표현들 사이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좋은 문장이 간혹 보일 겁니다.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이 공감하도록 해주는 힘은
사건이나 이야기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에서 나오고
과장이나 왜곡 없는 진솔한 서술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면

10년 전 일기에 적힌 ‘저녁에 밥을 먹었다’는 구절을 읽는 현재
자신은 과거의 자신과 아무것도 공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늘이 붉게 물들었던 저녁, 소금으로 목욕한 자반고등어를 먹었다’는 구절을 읽는다면 현재 자신은 당시 자신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화기애애한
식탁 주변의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되살아 납니다.

구체적 정황을 충분히 보여주면 독자가 알아서 판단하는 겁니다.
열린 표현!
주관적인 닫힌 표현보다 객관적인 열린 표현을 쓰는 게 좋지요
.

열린 표현에 관해 자세히 살펴 보죠.

닫힌 표현과 열린 표현에 관한 개념을 잡기 위해
유행가 가사를 예로 들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투애니원의로 예를 들겠습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입니다.

니 옷깃에 묻은 립스틱들 (열린 표현)
나는 절대로 용서 못해 (닫힌표현)
매일 하루에 수십 번 꺼져 있는 핸드폰 (열린 표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아 oh oh (어중간한 표현)

가끔씩 술에 취해 전활 걸어 지금은 새벽 다섯시반(열린표현)
넌 또 다른 여자애 이름을 불러 no no (no만 빼면 열린표현)
매일 빼놓는 커플링 나 몰래 한 소개팅 (열린 표현)
더 이상 못 참을 것 같아 oh oh (닫힌표현, 참는 게 이상한)

닫힌 표현과 열린 표현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지죠?

저는 가끔 돈 맥클린Don McLean의 노래 ‘빈센트Vincent’를 켜놓고
반복해서 들으며, 열린 가사의 묘미를 느릿느릿 감상합니다.
Starry, starry night. 별이 총총 빛나는 밤...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죠.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를 말하는 거지요.

자 열린 표현으로 가득한 이 노랫말을 한 번 들어보세요.

별이 빛나는 밤
밝게 타오르듯 활짝 핀 꽃들,
옅은 보랏빛 안개 속에 소용돌이치는 구름,
빈센트의 푸른 눈에 비칩니다
색조를 바꾸는 물감, 곡식 여무는 아침 들판
예술가의 사랑스러운 손길은,
고통으로 주름진 지친 얼굴들을 달래줍니다


고흐 그림에 대한 감상을 주관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보여주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공감을 얻습니다.
가치 있는 것은 치장하여 드러내거나 들이밀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은은하게 전달됩니다.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학부모들이 가끔 묻습니다. 답은 하나입니다.
읽어라 마라 참견하지 말고 부모가 열심히 읽으면 됩니다.
아이의 삶에 관여하지 말고 자기 갈 길 가면 됩니다.

그것보다 좋은 설득 방법은 없어요. 아이를 위해 읽지 말고
부모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더 좋습니다.
꾸미는 것과 솔직한 것은 대번에 드러나니까요.
그리고 점점 더 좋은 책을 골라가며 읽으면 됩니다.

엄마가 『레이디경향』만 읽으면 아들은 『선데이서울』만 읽을 겁니다.
아빠가 소포클레스를 읽으면 딸은 생텍쥐페리를 읽을 겁니다.

열린 표현 원리를 알고 나서 해야 할 일은 뭘까요?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해야 합니다.

양희은 씨가 부른 노래 <그대 있음에>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거친 돌들이 둥글게 되듯이' 이건 보이는 거죠.
둥글둥글한 조약돌이 머릿속에 떠오를 겁니다.
그런데 이건 조약돌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뭔가를 표현하는 겁니다. 뭘까요?

부부 또는 연인 간의 사랑같은 겁니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일 겁니다.

글의 주제가 그런 거지요? 정서나 개념, 즉 보이지 않는 것들.

예를 들어 민주주의나 공동체주의 공화주의에 관해 글을 쓴다고 합시다.
보이지 않는 개념을 보이는 구체적 대상으로 표현하면
어려운 주제도 쉽게 전달할 수 있어요.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이 지은 『나 홀로 볼링』의 구조도 비슷합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미국 전체의 볼링 인구는 10%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와서 볼링을 즐기는 ‘나 홀로 볼링’ 인구는 40%가 늘었다는 점에 퍼트넘은 주목했습니다.

여기에서 착안해 인간적 유대관계가 느슨해지는 사회적 자본의 취약성에 관해 서술하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위기를 진단합니다.

무턱대고 처음부터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개념에 관해 접근했다면
썩 재미있지는 않을 겁니다.
주변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그러니까 보이는 것으로
공화주의의 위기라는 보이지 않는 무거운 주제를 쉽게 전달한 것입니다
.

제 모습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집들이 할 때 상 하나가 부족해서
어디 빌릴 데가 없을까 봤는데 없더라고요. 평소 앞집이나 이웃들과
안면을 터 놓았다면 쉽게 빌릴 수 있을텐데 그게 쉽지 않대요.
이런 게 유대관계가 느슨해지는 현상, 즉 사회적 자본의 붕괴이고,
퍼트넘이 우려한 것 아니겠습니까.

다음 시간에도 글쓰기 총정리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