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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솔직함

수로보니게 여인 2010. 6. 30. 18:08

 

<<글짓는 마을>>

오늘 다룰 주제는 솔직함 입니다.

글을 쓸 때 솔직해야 한다는 게 이번 주제인데요,
무척 간단하죠. 솔직함에 관해서는 조금만 이야기하고
글쓰기의 보편 원칙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축구 얘기 먼저 하겠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의 카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죠.

카카는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하기 전에
이탈리아 리그? AC밀란 소속이었습니다.
밀란 팬들이 카카를 무척 사랑했죠. 이적설이 나돌자
재밌는 일이 하나 일어납니다. 밀란 팬들이 카카 숙소 앞으로 가서
밤새도록 피켓 시위를 한 거예요. 떠나지 말아 달라고요. 어떻게 됐을까요?

팬들의 사랑에 감동한 카카는 한 시즌을 밀란에서 더 보냅니다.
아름다운 장면이죠.

카카의 이적설이 국내외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을 때
KBS <비바 K리그> 프로그램에서도 이 이슈를 다루었는데요,
아나운서가 축구 해설자 한준희 씨에게 물었습니다.
‘카카가 이적할 것 같습니까?’ 한준희 해설위원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전 카카가 아니라 카카의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죠? 보통 자기 견해를 밝히잖아요.

전 글쓰기에서 저런 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합니다.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 것.
그러면 독자는 알거든요. 이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이구나.

지난 시간에는 그것을 평판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솔직함은 진정성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보편적 상식을 뒤집고자 하고, 통념을 반박하고자 하고,
역설을 발견하고자 하는 태도는 모두 좋은 태도입니다.?


글쓰기의 역설입니다. 글쓰기의 테마는 모두 추상적 개념들입니다.
저자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거죠.
그런데 이 개념을 잘 표현하려면 개념과 멀어져야 합니다.
저자가 개념만 갖고 이야기하면 독자는 그 분위기를 대강 짐작은 하지만
제대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어떤 설명을 듣고 ‘그건 너무 추상적이야’라고 말할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추상(抽象)이란 구체적 대상에서
특정 성질만 끄집어내는 것을 가리킵니다.



구준표와 윤지후를 추상하면 이쁘장한 형태만 남습니다.
준표의 뽀글이 파마와 지후의 매끈한 금발은 사라집니다.
엇비슷해지는 거지요. 추상과 개념은 동의어가 아니지만
추상적 개념이라든지 보편적 개념이라는 말은 동어반복입니다.
개념은 원래 추상적인 것이며, 또 그런 까닭에 보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란 보편성을 추구하죠?
하지만 그건 최종 목표이고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정과 방법이 필요한데 그건 추상적이거나 보편적이면 안 됩니다.

추상이란 특정 성질만 남기는 것이기에
구체적 대상의 독특한 개성을 버린다는 걸 뜻하기도 합니다.
구준표와 윤지후와 박지성이 훈남이라는 개념으로 추상화하면
괜찮은 놈들이라는 어렴풋한 개념만 남고
생생한 나머지 개성들은 사라져 버립니다.

우리가 글쓰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한 소재가 날아가 버리는 거죠.

우리가 표현하고자 한 개념이 애초 어디서 온 건가요.
그때마다 다르고 유일무이한 경험과 구체적 대상에서 나온 거잖아요.
미용실에서 자른 듯한 박지성의 느닷없는 헤어스타일,
여우 세 마리는 족쳐야 만들 수 있을 법한 준표의 목도리,
어차피 짜고치는 거 니들도 다 알잖냐며 흘러나오는 음악과 상관없이
바이올린 켜는 시늉을 하는 지후의 느끼함 같은 것이 글쓰기의 소재입니다. 이것을 빼고 글을 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

오늘의 좋은 문장

이번주도 일본 전통시 하이꾸를 소개합니다.
일본 전통시 하이꾸 작가 중 잇사란 사람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거나 혐오하는 작은 곤충을 시의 소재로
많이 활용했습니다. 파리, 모기, 벼룩, 반딧불이 같은 게 그의 글감입니다.

죽이지 마라, 파리가 손으로 빌고 발로 빈다

- 전이정(지음),《순간 속에 영원을 담는다》, 창비 , 2004, p. 117.

구체적인 장면이 떠오르지요?
예전에 코미디언 심형래씨가 분장하고 나와서 저런 동작을 했었지요.
구체적으로 펼쳐 놓으면 독자는 이 구절을 읽으며
파리가 들어갈 자리에 자기를 집어넣어 읽거나
사회 약자를 대입해 보기도 하며 저자의 메시지에 공감합니다.

하나 더 소개할까요?

‘가을 바람에 걸어서 도망가는 반딧불이여’

반딧불이가 날아가지 않고 왜 걸어서 도망갈까요?
기력이 다했기 때문에 그렇지요. 가을이 깊어지고 있나 봅니다.
그러면 반딧불이가 들어갈 자리에는 중요한 경기에서
힘 한 번 못쓰고 대패한 뒤 고개를 떨꾸고
경기장을 나가는 노장 선수의 모습이 들어가도 됩니다.
쓸쓸하고 노쇠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그것이 공감이며, 다른 말로 감정 이입이라고도 표현해도 됩니다.
정확히 따지면 공감하려고 감정 이입을 하는 거지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고독하게 살았던 시인 잇사는
자신의 감정을 미물에 이입했는지도 모릅니다.

다음 시간 주제 -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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