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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고집

수로보니게 여인 2010. 6. 14. 21:11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 - 고집


지난 시간에는 자존감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타인을 향한 자기 높임을 자존심이라고 한다면
타인의 평가와 무관한 자부심을 자존감이라 규정했지요


자존감은 세상의 평판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길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갖는 자부심입니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쇼팽은
당시 부귀와 명예가 보장된 오페라의 길을 거부하고
당시로서는 가장 위험하고 새로운 세 가지 험난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첫째는 오페라가 아닌 소품을 자신의 주무기로 택했다는 것,
둘째는 오케스트라를 버리고 단 한 대의 피아노만을 택했다는 것,
그리고 셋째는 극장이 아니라 몇 사람의 소수정예 관객만을 위한
살롱을 무대로 택했다는 것이죠.
자존감을 잃지 않았기에 위대한 음악가가 된 거지요.


자존감을 지닌 사람들은 때로 고집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주제가 바로 고집인데요,


신념과 독선은 모두 고집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겉모습만 보고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요.
각자 고집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그래요.
고집을 정의해 봅시다. 개념을 재규정해 보는 거지요.



"자신의 의견을 바꾸지 않고 굳게 버팀"


이건 국어사전에 나오는 고집에 관한 정의입니다.
저는 이렇게 재규정해 보겠습니다.


고집이란 시종일관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라
커다란 원칙은 지키되 상황에 따라 의견을 바꾸어 제시하는 일이다.




<<논어>>는 공자의 어록인데요, 공자만큼 고집스럽게 신념을 지킨 이도 드물 겁니다.
그런데 커다란 원칙은 지키되 개별 사례에는 서로 달리 처신하는 예가 나옵니다.


장례를 지낼 때는 귀한 흰 베로 정성스레 짠 관을 쓰는 것이 옛날 방식인데 요즘에는 구하기 쉬운 검은 관을 주로 쓴다.
이것은 검소한 일이므로 나는 유행을 따르고자 한다.


군주에게는 제단 아래에서 절하는 것이 옛날 방식인데
요즘에는 제단 위에서 마주보며 절을 한다.
이것은 오만한 일이므로 나는 유행을 따르지 않겠다.


원칙은 고수하되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한 것이 공자의 고집인 것이죠.


<<논어>>에는 다른 두 제자가 공자 선생님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먼저 자로가 묻습니다. "배우면 바로 실천해야 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답하죠.
그건 바로 실천하라는 뜻이 아니라
신중하게 살피고 나서 나중에 행하라는 뜻이다.


다른 제자인 염유가 똑같이 묻습니다.
"배우면 바로 실천해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답합니다. 말 그대로다. 듣는 즉시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게 좋지.
이 대화를 들은 다른 제자가 다시 묻죠.
왜 같은 질문인데 다르게 답하신 겁니까.
공자의 답을 요즘 말투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자로는 평소에 하도 오바를 많이 해서 자제시킨 것이고
염유는 하도 수줍음을 많이 타서 부추긴 것이니라.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해결책을 달리 제시한 거죠


독자 눈높이에 맞추는 거...
글쓰기에서 무척 중요한 덕목인데 종종 잊어버리죠.


제가 주말에 학원에서 논술을 가르치는데
얼마전 학원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어요.
어떤 수강생이 학원을 못찾고 헤매다가 제게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설명했죠.
"4단지 버스정류장 옆에 보면 뉴효성컴퓨터 학원 건물이 있거든.
그 옆건물 2층이야." 그런데 5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어요. 못찾겠다고요.


그래서 이미 학원에 도착한 다른 여학생에게 도움을 청했죠.
"여기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그리고 그 학생이 알려준 대로 전화에 대고 말했죠.
"올리브 떡볶이 아니" "예,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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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러움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습니다.


고집스러움이란 결국 변치않는 자신의 본질 같은 거거든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미련하고 답답하고, 왜 저러라 싶은데도 쉬 버리기 어려운 특징들이 있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니라면 우직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이야말로 아주 훌륭한 글감이죠.
남들이 보기에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10년, 20년 고집스레 해 내면 그 분야의 마스터, 장인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독선이나 아집이 아닌 소신있는 고집은
끈기와 근성으로 드러나는 거 아닙니까.


<<논어>>에 이런 구절도 있어요.
자로가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인지 묻자 공자는
'부하보다 앞서 움직이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주면 된다'고 답합니다.
자로가 다시 묻죠. '겨우 그것뿐인가요' 공자가 답합니다.
다만 그것만 끈기 있게 하면 된다.


고집의 반대말인 변덕스러움은 글쓰기의 적입니다.



여기서 하는 말 다르고 저기서 하는 말 다른 사람치고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고집을 부린다고 훌륭한 작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훌륭한 작가는 모두 고집스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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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읽을 만한 좋은 문장


사진기자 곽윤섭 씨가 지은 <<이제는 테마다>>에서 한 대목 인용합니다.


"세 개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물체가 있으면
그 꼭짓점 사이에 실제 선이 없어도 사람들은 각형으로 인지합니다.
면이나 도형을 프레임 속으로 옮길 때는
그 자체에 빠져들면 깊이가 얕아집니다.
즉, 사진을 들여다 볼 때 거기에 각형이나 사각형이 직접 그려져 있는 것을 본다면 상상력이 단절됩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 어떤 도형으로부터 유추되는 형상에 관한 추상적 메시지입니다."



구체적 대상에서 보편적 개념을 발견하는
글쓰기의 원칙과 유사합니다.



다음 주 주제-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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