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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변덕

수로보니게 여인 2010. 6. 22. 22:48

<<글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변덕

 

지난 시간에는 고집을 주제로
글쓰기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공부했지요.

고집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원칙은 지키되 상황에 융통성 있게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라고 재규정해
보았습니다.

개념 재규정은 일반적, 상식적 정의를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는 겁니다.

삶의 방식에 정답이 없듯, 글쓰기에서 정답이 있을 수가 없어요.
개념 재규정이란 보편적 삶의 원리를 자기에게 걸맞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빗대보고 또 적용해 보는 거지요.

===

오늘 다룰 주제는 변덕인데요, 글쓰기의 적 입니다.

좋은 글은 모두 일관성을 지니고 있어요.
여기에선 이 말 했다가 저기에선 저 말 하는 건
글쓰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입니다.

구체적인 실현 방법이나 적용 방식은 다르더라도
커다란 원칙까지 바뀌면 안 되는 거지요.

안철수 씨가 이렇게 말했죠. '원칙이란 끝까지 지킬 때만 의미가 있다.'

오늘 다루는 내용을 거울 삼아 평소
글쓰기의 태도를 반성해 보면 좋겠습니다.
평소 생활 태도는 글에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그렇게 차곡차곡 쌓이는 신뢰 또는 불신을 '평판'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200여개 정도 블로그를 구독하는데요,
이 중에 10여 개 정도 블로그는 아주 신뢰합니다.
평소에 어떤 주장을 펼칠 때 객관적 근거를 충실히 제시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사람 글은 믿을 만 하지'라는 평판이 생긴 거죠.

객관적으로 말하지 않고, 자기 편의에 맞춰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은
언젠가 큰 사고를 칩니다
.

약속 시간이 다 됐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화를 하면 이렇게 답하는 사람들이 있죠.

'응, 거의 다 왔어.'

전철을 탄 사람은 정거장 몇 개 정도 뛰어넘고
어느 역이라고 답할 때도 있습니다.

왜, 중국집이나 치킨집 배달이 늦어져 전화하면 꼭 그러잖아요.
'아, 방금 출발했어요.'

같은 경우죠. 자기 편의대로 원래 사실을 꿰맞추는 건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습성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라는 상징으로 표현했지요.

자기 침대에 손님을 눕게 하고, 침대보다 길면 잘라 버리고
침대보다 짧으면 늘려서 죽였다는 인물이지요.

악의적 왜곡 보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여론 재판... 이런 것들도 사소해보이는 변덕스러움에서
나온 커다란 해악입니다.

==


다른 사례를 들어 볼까요?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시민들이 자유에 눈을 뜨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여기서 전체주의적 정부에 저항하는 투사인 브이는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킨 주동자들을 찾아 하나씩 처단합니다.
생체 실험을 주도했던 박사를 죽이기 직전 박사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자, 브이가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하고자 했던 걸 들으러 여기 온 게 아니오,
당신이 한 일 때문에 여기 온 것이오.”

스타워즈 에피소드3은 제다이 기사 아나킨이 악의 화신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순식간에 악의 세력으로 변해버립니다.
그런데 에피소드2를 보면요 평소 돌출 행동을 자주 했던
아나킨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런 조짐이 있었던 거죠.

중간 정리를 해 보면요, 글쓰기의 적은 변덕스러움인데,
변덕스러움은 자기 편의를 위해 객관적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의도에서
나온다.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표현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덧붙이면,
다만 그것을 차곡차곡, 꾸준히 하면 되죠.

그런데 막상 사실대로 펼쳐놓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해요. 사람에게는 무의식중에
몸에 익은 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평소 일관된 글쓰기 습관은 말에도 드러나고, 삶의 태도에도 드러날 겁니다. 제 형이 한의사인데요, 가장 진료하기 어려운 환자가 누구냐고 제가 묻자
이렇게 답하더군요. '자기 현재 상태를 적나라하게 사실대로
드러내보이지 않는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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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문장

저는 요즘 일본의 전통시 하이꾸를 읽고 있습니다.
하이꾸는 15자 안에 순간적인 이미지나 풍경으로 정서를 표현합니다.
예를 들면, 봄이 오는 설렘과 반가움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집앞 나막신의 진흙"

나막신에 진흙이 묻은 건 얼었던 땅이 녹았기 때문에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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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정 씨가 지은 《순간 속에 영원을 담는다》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영원’이라는 개념을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영원을 어딘가에서 찾아내 표현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도리어 순간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이런 역설을 실현할 수 있는 게 하이꾸라는 형식인 듯 싶다.
하이꾸는 지움으로써 부각하려는 것이며,
그렇기에 침묵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 p. 23.

다음 시간 주제, 솔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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