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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자존감

수로보니게 여인 2010. 6. 7. 21:57

 

 

<<글짓는 마을>>


 

오늘 주제는 자존감 입니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뭘까요?

거의 비슷한 뜻이지만,
자존심이 타인의 시선을 고려한 자기높임인데 비해,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자신을 높이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죠.


글을 쓸 때도 독자의 평가에 좌지우지되는 것보다
스스로 떳떳한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논어>>의 한 구절을 읽으며 군자의 여유에 관해 살펴보기도 했는데, <<대학>>과 <<중용>>에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절제하고 자신을 가다듬는 군자의 태도를 '신독(愼獨)'이라고 표현합니다. 신독을 실천하는 사람은 이미 자존감이 높이 고양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신독을 글쓰기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군자는 타인을 위해 살지 않습니다. 자기를 위해 살아요.

자기 글의 최초 독자이자 최종 독자이자 영원한 독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1년 후의 나, 3년 후의 내가 지금 내 글을 읽을 때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도록 자신에게 떳떳한 글을 써야 합니다.

군자는 타인을 위해 타인의 인격을 완성시켜 주려는 마음이 일으켜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에 타인의 인격을 완성하도록 도와주려는 것이에요.
이러한 이타적인 행동을 안인(安人)이라고 합니다.

글을 쓸 때 독자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라는 거지, 독자를 무시하라는 건 물론 아닙니다.

독자가 없는 글은 아무 의미가 없죠.
다만, 독자 눈높이에 맞춰 쓰는 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원고를 만들어 놓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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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잘 보여주는 사례

<<신곡>>을 지은 단테는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피렌체 공화국의 장관직에 오릅니다. 이른바 출세를 하죠. 그리고 35세에 정치 투쟁에서 밀려나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됩니다. 엄청난 성공과 권력, 급격한 몰락과 절망을 경험하며 타락으로 빠졌을 수도 있는 그를 지탱한 건 자존감입니다. 피렌체인들이 자신에게 보내준 성원, 피렌체인으로서의 자긍심, 베르길리우스처럼 훌륭한 시인이 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자부심이 그를 위기속에서 구해내 위대한 시인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만든 광고 하나 소개합니다. <부모와 학부모> 편입니다.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하고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자식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교육 문제에서는 이기적 잣대를 적용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표현한 거지요.

부모가 바라는 것은 자식이 자존감 높은 인간이 되는 것인데,
학부모는 자식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인간이 되기만을 바라죠.

자존감에 관한 또 다른 사례

박종호 씨가 쓴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에는
지휘자 클라이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많은 극장에서 그를 원하였지만, 클라이버는 단 한번도 특정 극장이나 오케스트라의 감독이나 지휘자 직책을 맡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항상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자신이 원할 때에 원하는 곡을 원하는 극장에서 지휘할 뿐이었지요. 이런 그를 두고 사람들은 괴팍하다고 말하고, 카라얀은 “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면, 극장으로 돌아온다”고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려서부터 보아온 아버지의 고생이나 젊은 시절 전전해온 극장의 실상을 알고 있었기에 상임 지휘자란 직책을 맡으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는 오케스트라나 극장의 감독이 갖게 되는 인사와 행정
또는 외교 등의 많은 일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겁니다.
극장 감독이나 상임 지휘자가 그에게는 예술가로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돈이 필요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어찌 비난거리가 될 수 있습니까, 모차르트나 베토벤도 그러했는데 말이죠.

클라이버는 다만 지휘하고 싶을 때 지휘하는 자존감 높은 근사한 예술가였습니다.


 

부와 명예가 보장된 길을 버리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던 피아니스트 쇼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오페라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죠.
올해는 쇼팽 탄생 20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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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문장

한수영 씨가 지은 《글쓰기의 지도》라는 글쓰기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글의 시작은 고속도로의 이정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정표는 길이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가장 중요한 정보와 전체적인 방향만을 간략하게 제시할 뿐이다."

글을 보통 서론/본론/결론,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눕니다.

여기서 서론의 역할이 뭐냐 하면 본론에서 하고자 하는 핵심적 이야기를 몇 문장으로 간략히 먼저 보여주는 거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서론에 뻔한 주변 이야기나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만 펼쳐 놓습니다.

다음 주 주제는 ‘고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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