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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마을/여유로움

수로보니게 여인 2010. 5. 31. 23:19

 

<<글짓는 마을>>


지난 시간에는 열정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열정은 실천의 다른 말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열정적인 사람은 비판보다는 적극적 제안을 중시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열정적으로 제안하죠.


조지 레이코프가 지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 나온 내용이었습니다.


“위엄을 갖춘 채 비기는 것도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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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는 여유로움 입니다.


전 요즘 <<논어>>를 읽고 있는데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남들 평가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스스로 떳떳한 게 중요하다는 거겠지요


2009 고양세계역도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장미란 선수는

금메달을 확정지었을 때 별로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금메달을 확정한 상태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자 베이징 올림픽 때처럼 무릎을 꿇고 감격했죠.
그 장면을 보며 저도 울었습니다.


타인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떳떳한 삶을 살고자 하는 당당함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순위 경쟁을 뛰어넘은 세계 챔피언다운 여유도 엿보이더군요.



여유로움이 지나치면 자 거만함이나 오만함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계가 참 모호합니다.


이제 보름 후면 월드컵이 열릴 텐데요,
2006년 독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브라질 대표팀의
파헤히라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월드컵은 일곱 경기를 치르는 대회다."

결승까지 간다는 뜻이죠.


4강에 드는 팀만 일곱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32개팀 중에서요,
한국팀도 2002년에 일곱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런데 브라질 감독이 말한 건 분명 우승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죠.
브라질 감독은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우리는 조별리그에 컨디션을 맞추지 않는다."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인 팀의 감독이 들으면
무척 짜증날 만한 멘트죠. 결국 브라질은 다섯 경기밖에 치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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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보여주는 고전 속의 장면 엔 무엇이 있을까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그런 대목이 나옵니다.


아킬레우스는 죽마고우인 파트로클로스가 적국의 왕자 헥토르에게 죽자 전투에 참여합니다. 우정을 위해 적국의 왕자인 헥토르와 싸워 끝내 그를 죽입니다. 죽이고 나서도 분노가 가시지 않아 헥토르의 시체를 전차 뒤에 묶어 끌고 다닙니다. 그런데 그날밤 노인 하나가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찾아옵니다. 죽은 헥토르의 아버지이자 적군 트로이아의 왕 프리아모스였습니다. 그는 아킬레우스에게 아들의 시신을 수습해가도록 허락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아킬레우스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죽일 수도 있는 프리아모스에게 “알겠습니다. 돌려드리죠.”라고 말하고 시체를 건넵니다. 격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적의 성주의 목만 자르면 승리를 움켜쥘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식의 시체를 찾고 싶다는 적군의 왕의 청을 듣고 시체를 돌려주고 장례까지 허락한 것이죠.


아킬레우스는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그리스의 영웅입니다. <일리아스>를 지은 호메로스는 이런 걸 표현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스 인은 단지 강하기만 한 사람이 영웅이 아니라 인간의 아픔을 알고 진정한 여유로움을 누릴 줄 알아야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다고요.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은 긴박하거나 암울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구사합니다.


한승헌 변호사는 7-80년대 독재정권 하에서 시국사건을 많이 맡았습니다. 인권 변호사 하면 한승헌 변호사가 떠오르죠. 한승헌 변호사가 감옥에 있던 당시, 둘째 아들이 고대 사학과 학생이었는데 학교에 장학금을 신청했다가 장학금심사 교수한테 퇴짜를 맞았답니다. 너희 아버지가 돈 잘 버는 변호사인데 무슨 장학금 신청이냐면서요.


이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은 한 변호사는 아들에게 이렇게 타일렀답니다.
그 교수님이 고대사 전공이라서 그렇다. 현대사 전공이었다면 다를 텐데 말이다… 니가 이해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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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문장


다큐 <곰배령 사람들>에 나왔던 내용인데요,
여기서 아빠와 함께 사는 김지인 양의 시를 소개할게요.


어느 산골에 나무 하나 살았네
나무는 친구가 없어 너무나 슬펐네
어느날 비가 와서 나무랑 친구하자 그랬네
비가 나무를 안아 주었네
나무는 너무 기뻐 볼이 다 빨개졌네
그래서 단풍이 되었네

다음 주 주제,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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