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는 목적
2009. 11. 05. (목)
經以明道。史以稽古。詩文以纂言。
경이명도。사이계고。시문이찬언。
경전을 읽는 목적은 도를 밝히기 위함이요,
역사를 읽는 목적은 옛날 일을 상고하기 위함이요,
시문을 읽는 목적은 나의 글을 짓기 위함이다.
- 이식(李植, 15841647),〈두실기(斗室記)〉,《택당선생집(澤堂先生集)》
[해설]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풍은 이미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만 보더라도 이는 열풍을 넘어 거의 광풍 수준인 데다가, 국내도 모자라 외국에까지 그 바람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엄청나게 공부를 하고 대학생이 된 그들이 왜 다른 나라 대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는지 참으로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택당(澤堂) 선생은 위의 글에서 자신이 둔하고 게으른데다 젊은 시절 자주 아팠기 때문에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하지만 독서할 때, 경전(經傳)은 그 의미를 내 몸에 적용해 보았고, 역사책은 그 득실(得失)을 오늘날의 세상에 비추어 보았으며, 운문이나 산문은 그 의의(意義)를 새겨서 나의 입으로 표현해 보려고 노력하였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이렇게 읽다 보면 재미도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도 기억이 났다는군요.
그런데 택당 선생보다 훨씬 총명하고 부지런한데다 독서에 많은 공력을 쏟는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읽은 것을 금방 잊어버린다고 늘 고민하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선생이 그들의 독서하는 태도를 물었더니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경전을 읽을 적에는 강석(講席)에서 합격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역사를 읽거나 시문(詩文)을 대할 때에는 과장(科場)에서 뽑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난 택당 선생의 한 말씀. “독서는 덕을 쌓고 자신을 수양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과거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었습니다. 과거시험 잘 보려고 공부하였기에 금방 잊어버렸고, 시험 통과만을 목표로 벼락치기, 맞춤형 암기식 공부를 했기에 세계 젊은이들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본말이 전도된 공부는 결코 깊어질 수도 오래 갈 수도 없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닦고, 자기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참다운 공부만이 진정한 인재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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