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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猶堂

수로보니게 여인 2009. 7. 8. 00:13

[한자로 보는 문화]

與猶堂(더불 여 / 같을 유 / 집 당)

아무리 문명이 진보해도 五慾七情(오욕칠정)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인간의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이는 빛 바랜 경전이나 선인들의 좌우명이 여전히 현대인의 삶의 지침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잘 알 수 있다.與猶堂이란 정약용의 당호만 해도 그러하다.

堂號(당호)란 자신이 거처하는 방이나 집에 특정한 뜻을 담아 이름을 붙인 것이니,집에 대한 호칭인 동시에 특정인의 雅號(아호)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兪夏益(유하익)의 百忍堂(백인당),金樂行(김락행)의 九思堂(구사당),南袞(남곤)의 知足堂(지족당) ,白胤(백윤구)의 학고당(學古堂) 등이 그러하다. 百忍堂은 百忍堂中有泰和 (백인당중유태화)에서 온 말로 이는 백 번 참으면 집 안에 편안함과 화평함이 있다는 뜻이며,九思堂은 군자가 항상 유의하고 반성해야 할 아홉가지 생각이란 뜻의 九思에서 따온 이름이다.

知足堂은 安分知足(안분지족),즉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는 뜻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學古堂은 溫故知新(온고지신)처럼 옛 것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자는 뜻에서 따온 것이다.

정약용이 왜 堂號를 與猶堂으로 했는가에 대해서는 [自撰墓誌銘](자찬묘지명)이나 [與猶堂記](여유당기)에 소상히 밝혀져 있다.

에 따르면,與猶란 말은 [老子道德經](노자도덕경)의 '與兮若冬涉
川 猶兮若畏四隣'(여혜약동섭천 유혜약외사린)에서 따온 것으로 겨울의 냇물을 건너듯 사방이 두려운 듯,참으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에서 그런 堂號를 지었다는 것이다

불세출의 대학자요 經世家(경세가)인 정약용선생도 與猶堂이란 편액을 방문 앞에 걸어놓고 끝없이 자신을 경계했음을 알 수 있다.
與는 의심이 많은 동물, 猶는 겁이 많은 원숭이를 가리키기도 한다 . 猶豫의 猶가 그러하듯,猶에 '망설이다'는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는 與黨(여당) 與民同樂(여민동락; 백성과 기쁨을 같이함)의 예에서처럼 與는 '더불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猶는 過猶不及(과유불급;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의 예에서 처럼 '같다' '오히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세상이 급변하니,현대인들은 신중하게 헤아릴 틈도 없이 모든 일을 쫓기듯이 결정하고 행하는 경향이 있다. 與猶堂에 담긴 뜻이 더욱 새롭기만 하다.

<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