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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개론/수필과 논설문

수로보니게 여인 2009. 4. 1. 22:23

 

수필과 논설문                                                                                    

                                                                                                        국문학과 교수 박 태 상 
 

1. 수필

수필은 예술성과 철학성을 용해시킨 문학’ 등으로 규정지으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충분한 진술이 못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성’이 없는 문학이 있는가 시든 소설이든 적어도 잘 쓴 작품이라면 개성이 있기 마련이므로 굳이 그것이 수필만을 특성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무형식의 형식’이라는 것 역시 제 멋대로 쓰는 것이 수필이라는 이상한 관념을 갖게 할 소지가 있다.

이런 고정관념은 아마도 우리들이 접하는 작품들의 영향이 크다. ‘수필’하면 상식처럼 떠올리는 작품으로는 대개 피천득의 <인연>이라거나, 이양하의 <신록예찬>, 김진섭의 <백설부> 등이 있으며, 이들 작품들에서 그런 특성이 귀납되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말의 ‘隨筆’이라고 하든, 영어의 ‘에세이(essay)’라고 하든간에 그 어원으로 보나 실제의 사용례에서 보나 그렇게 좁게 한정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수필이다’라고 금을 긋는 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4분법에 의한 분류이다.

플롯과 인물

 

소설 희곡
수사적 시적
수필 시
관념과 감정

원래 이 모형은
전통적 3분법, 곧 서정, 서사, 극 장르에 수필을 끼워 넣은 것인데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분류 기준이 확실하고, 시와 수필을 가르는 기준이라는 운율의 유무, 소설과 수필을 가르는 기준으로는 허구의 유무를 첨가하기도 한다.

특히 고전문학으로 범위를 넓힐 때 앞의 경향이 훨씬 더 짙다고 할 수 있다. ‘隨筆’이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통상 중국 唐代의 시인 白居易의 詩에서라고 하지만, 실제 시에서는 ‘붓을 빨리 놀린다’는 정도의 뜻으로 쓰여서 현재 쓰고 있는 수필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현재 쓰이는 수필의 개념과 가장 유사하게 최초로 이 말을 사용한 사람은 중국 南宋의 洪邁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특별한 순서나 절차 없이 ‘뜻이 가는 바를 즉각 기록’한다는 뜻으로 ‘수필’을 사용하여 그런 글들을 모아 <容齋隨筆>이라는 책으로 묶었던 것이다. 물론 이 말에는 자기를 낮추는 겸손함을 강조하는 의미가 더 커서 현재 우리들이 쓰고 있는 수필과는 구별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필이란 말을 사용한 예는 17세기에 이미 보인다. 1652년에 李敏求가 펴낸 <讀史隨筆>은 역사에서 읽을 만한 내용을 추려 뽑아 약간의 평을 붙인 책이지만 분명하게 ‘수필’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용례가 현대의 '수필'과는 다른 양상인 데 비하여 그보다 조금 후인 1683년에 趙性乾이 낸 <閑巨隨筆>에 이르러서는 수필문학적 특성이 십분 드러난다. 이밖에
‘수필’이란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朴趾源의 <熱河日記>이다. 이 책 안에 있는 「馹迅隨筆」은 자신이 여행 중에 보고들은 내용을 항목별로 나누어서 세밀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어서 기행수필로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하지만, ‘수필’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한 이상의 몇 예만을 가지고 우리 문학 전통에서의 수필을 제대로 논할 수는 없으며, 또 표제에 그렇게 드러났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작품들보다 수필문학적 특성이 더 큰 것도 아니다. 실제로 ‘稗說, 雜錄, 漫錄, 漫筆’ 같은 제목이 붙은 것은 물론, 李奎報의 <白雲小說>처럼 ‘소설’이 붙은 것까지도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수필에 근접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異見이 분분하여 정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淸나라 姚鼐의 <古文辭類纂>에서 제시한 다음의 13가지이다:

論辯類, 序跋類, 奏議類, 詔令類, 書說類, 贈序類, 傳狀類, 碑誌類, 雜記類, 箴銘類, 頌贊類, 哀祭類, 辭賦類.

이것들이 모두 수필 문학의 영역에 들 수는 없지만 이들 중 현대적 의미의 수필에 근접하는 것들도 꽤 있다. 서발류는 문집의 서문이나 발문으로 비평의 영역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며, 주의류나 조령류는 봉건사회의 임금과 신하간의 관계에서 주로 행해지던 것이므로 수필 문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비지류나 잠명류, 송찬류, 애제류, 사부류 등은 사실 글자수를 맞춘다거나 엄정한 격식이 필요한 것들이어서 역시 수필의 자유로운 형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렇게 보면, 한문학에서 수필문학에 근접하여 설명할 만한 것으로는 논변류, 서설류, 증서류, 전장류, 잡기류 정도만 남는 셈이다. 열 세 가지 중에서 이 정도만 남는 것은 상당히 적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 작품수로 따지면 이것들의 비중이 훨씬 더 큰 셈이므로 문(文)의 주요부분은 대체로 수필 문학의 범주에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다시 현대적인 개념에 맞추어 연계해 보면, 논변류는 논설문에, 서설류는 서간문에, 증서류와 잡기류는 서사문 혹은 기록문에, 전장류는 전기문에 해당한다.
결국, 한문학의 文에서 수필문학에 근접할 만한 것들은 크게 보면 일단 ‘논설, 서간, 서사, 전기’의 네 부류로 나뉘는 셈이다. 자기의 뜻을 세워서 남들을 설득시키고 특정한 대상에게 제 뜻을 펴 보이며 있었던 일이나 사람의 일생을 기록하는 따위의 문학이 모두 수필의 영역에 든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 역시 있었던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사의 한 영역으로 다루면, 논설, 서간, 서사의 세 영역이 되겠는데, 여기에 실제의 작품양을 고려하여 여행기록을 담은 기행문을 서사에 떼어내어 독립시키면, 고전수필에서 다룰 영역은 논설문, 서간문, 서사문, 기행문의 넷이 될 것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 일부만을 따로 떼서 협의의 수필문학을 劃定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지나치게 좁아져서 소설이 아닌 대부분의 산문들이 소설도 수필도 아닌 雜文 정도로 취급될 소지가 있다.

결국,
우리가 흔히 ‘수필’로 생각하는 문학은 상당히 오랜 연원을 가진 갈래이며, 또 현대문학에서의 수필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에 걸쳐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서구문학의 전례를 살피는 편이 도움이 되겠는데, 우리의 ‘수필’과는 꼭 맞지는 않더라도 가장 유사한 ‘에세이(essay)’를 살펴보자. ‘에세이’란 말이 제일 처음 등장한 것은 몽테뉴의 <隨想錄 Les Essais>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몽테뉴는 ‘나 자신이 바로 내 책의 재료’임을 밝히면서 에세이의 뜻을 확정짓고 있다. 이 말에 그대로 따른다면 1차적으로는 자기 경험을 다룬 책이 바로 에세이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된 1580년보다 불과 2년 후 영국의 베이컨 역시 <隨想錄 The Essays>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다. 그는 이 책에서 에세이를 ‘신중하고 호기심 있게 쓰여진 비망록’으로 정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파악할 때, 똑같은 ‘에세이’를 두고 몽테뉴가 가벼운 자기 고백에 중심을 둔 데 비해서 베이컨은 꽤 무거운 주제를 진지하게 다룰 것을 주장한 셈이다.


2. 논설문

현대적 의미에서 논설은 문학의 영역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갈래이다. 요사이 쓰는 논설문의 개념은 사전에 나온 대로 “시사적인 문제들을 설명하고, 그 시비에 대하여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일, 또는 그 글”을 말하며, 주로 신문 사설 등을 지칭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경우, 어차피 본격적인 논의를 펴는 글은 주로 학술논문 등으로 넘겨주고 좀 더 시사적이고 좀 더 가벼운 내용을 다루는 것만을 지칭하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면 또 쓰는 이나 읽는 이나 정확한 의미 전달에만 치중할 뿐, 대단히 아름다운 문장을 의도한다거나 복잡한 문학적 장치를 많이 담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전의 논설 개념은 이것들은 물론 좀 더 심각한 문제까지 다루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쓰인다. 얼마나 포괄적인지 알기 위해 흔히 ‘論辨類’ 산문이라고 하는 것의 세부 갈래들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論-논리적 질서를 세워 직설적이고 정면적으로 논하는 것.

辨-판별한다는 뜻으로, 시비를 가르고 진위를 결정할 목적에서 쓰여지는 것.

難-論難이라는 뜻, 또는 詰責한다는 뜻. 곧 이치에 맞지 않을 때 의리를 세워 논란한다는 뜻.

議-正道를 들어서 이치를 분석한다는 뜻.

說-論과 유사하지만 자신의 의사를 좀 더 자세하고 여유 있게 표현하는데, 직설적이기보다는 寓意的.

解-의혹을 풀고 착각을 바로잡는다는 뜻.

原-본원적인 사실을 추론(推論)한다는 뜻.

對·問-어떤 주제를 설정하면서 묻는 데 대한 대답 혹은 물음의 형식.

喩-어떤 사실에 대해서 상세히 나열하면서 그에서 오는 功過를 말하여 경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