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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개론/판소리의 본질과 특성

수로보니게 여인 2009. 2. 20. 18:10

 

판소리의 본질과 특성(1)
박태상 교수

판소리는 ‘판의 소리’ 즉 판에서 하는 소리이며, 판으로 된 소리이다. 다시 말하면 판소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일정한 장단을 가진 노래로써 일정한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예술양식이다. 즉 판소리란 판의 예술, 즉 일정한 장소에서 공연되는 예술이다. 판소리는, 판소리의 唱者와 鼓手가 판소리의 문학적 내용인 사설을 唱과 아니리․발림에 얹어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동시에, 청중이 그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면서 성립된 예술인 것이다.
판소리는 노래로써 불리워지니 음악성을 띤 것이요,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으니 문학성을 띤 것이며, 간단한 몸짓까지 포함하니 연극성을 띠게 되어 종합에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즉 판소리는 口碑문학 중에서도 口碑문학의 여러 단순형태가 쌓아 올려져서 만들어진 綜合藝術이다. 민속적으로 유포된 여러 설화, 삽입가요 등을 종합하여 이룩되고 다듬어졌다는 면에서 성장의 문학이요, 일단 성립된 사설이 여러 창자에 의해 다듬어지고 보태졌으며, 각지로 유포되었다는 면에서 漂泊의 문학이다. 종합예술적인 측면으로 말한다면, 판소리는 무가나 민속극과도 공통점을 지닌다. 판소리, 무가, 민속극은 각각 소리판, 굿판, 춤판에서 구현되며, 모두 노래 및 말로써 이루어진다는 점이 같다. 또한 이들은 모두 보통 사람이 아닌 전문인에 의해서 행해지며, 일반적으로 응분의 보수가 따른다는 점에서도 공통된다.
그러나 판소리가 음악성이 두드러지는 데 비해, 무가는 문학성이 두드러지고, 민속극은 연극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종합예술인 판소리의 음악성을 강조할 때 창극, 연극성을 강조할 때 창극이라 부르기도 하며 음악성이나 연극성을 함께 고려하여 극가라 부르기도 한다. ‘판소리’란 용어 역시 음악성이 두드러져 보이는 듯 하나 이제껏 음악과 문학 부문에서 장르 명칭으로 공용하여 왔으며, 또 소리는 반드시 노래만을 의미하지 않고 이야기의 뜻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용어로서 그대로 사용하여도 좋을 듯하다. 판소리의 ‘판’은 판소리꾼(광대), 고수, 청중이 위일체를 이룰 때 비로소 성립된다. 판소리꾼은 아무나 쉽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요는 누구나 쉽게 배워 부를 수 있지만, 판소리는 장기간에 걸친 피나는 수련 끝에 비로소 부를 수 있게 된다.
판소리의 구비문학적 속성은 전승과정에서 같은 제목을 가진 서로 다른 작품군을 만들어 냈다. 비슷한 줄거리, 그러한 서로 다른 부분으로 이루어진 작품군의 창출은 판소리의 창작이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 의해 이룩된 것임을 보여준다.
판소리의 부분의 변이 또는 확장은 일차적으로 唱者간의 전승에서 나타난 것이다. 판소리는 음악적으로 고도로 발달된 예술이므로 이의 숙련은 唱者에게 피나는 노력을 요구하는데, 일단 성숙의 경지에 올라 선 唱者는 스승에게 전수 받은 부분 위에 자신이 만들어 낸 자신의 長技인 새로운 부분을 덧보태고 이를 다시 후배에게 전승시킨다. 따라서 판소리는 필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그 창자의 더늠이라고 하는데, 더늠은 전체적인 줄거리보다는 그 부분 자체에 의미가 있었으므로 전체와의 유기성에 엄격히 구속되지 않았다. 따라서 전체의 부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는 수도 있고 심지어는 서로 상반되는 내용을 간직하기도 한다. 개인작이면서 기록문학인 다른 소설문학에서는 이러한 모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에 창자들은 演唱 과정에서 청중이나 坐上客의 요구에 부응하여 판소리의 내용을 변화시키면서 전승시켜 왔으니, 판소리의 창작,  演唱에 廣大 자신뿐 아니라 청중까지 참여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판소리가 민족예술로서의 공동제작의 산물임을 나타낸다.
상대적으로 독립될 수 있는 각 장면들은 같은 이름의 작품群내에서 자유스럽게 이행되기도 하고, 전혀 다른 작품군 사이에 이행되기도 하는데 ‘부분의 독자성’은 판소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다른 소설 등 事物의 경우에서는 각 부분이 전체에 종속당해서 전체 아래에서의 부분밖에 의미가 없으나, 판소리에서는 각 부분이 전체의 구성요소로서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의 독자적인 의미도 지닌다.

각 작품 사이나 작품군 간에 오가는 장면의 이행과 합본은 판소리 문제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가져온다.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民謠가 나오고, 속담이 있으며, 시조가 있고, 歌․漢詩 등 서로 다른 장르의 문체가 결집된 판소리의 문체적 특징은 판소리가 唱의 문학이라는 속성 때문에 산문적 요소를 운문화 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양반문학의 어투, 서민문학의 어투가 동시에 공존하고, 창 부분의 구어체, 아니리 부분의 문어체가 섞여 있으며, 일회적인 문장도 있고 반복되어 인용되는 문장, 구절, 장면이 있다. 문체가 주제전달의 한 방식이라면, 이질적 문체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는 판소리의 문체의 결합양상은 미의식적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과제인 것이다.

 

 

판소리의 본질과 특성(2)

판소리는 원래 열두 마당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판소리는 12마당이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 근거로 ‘12’이라는 수자는 실수가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 속에서 복수관념으로 사용되는 수자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가령 열두 거리굿, 심이 신장, 열두 과장 탈춤, 십이 가사, 십이 잡가, 열두 발 상모, 열두 발 고누, 열두 폭 치마, 열두 대문, 열두 고개 등이 그러한 예이다. 한편 송만재가 기록한 <가짜 신선타령>과 정노식이 기록한 <숙영낭자전>이 정말로 판소리로 불리워졌다면 양자는 별개의 창본이었음이 분명하고 또 고전소설 중에는 <두껍전>의 예와 같이 판소리조로 되어 있는 것도 더러 있으므로, ‘판소리 열두 마당 설’에 확고하다고 하기 어렵다. ,판소리 표현의 특징으로는 무엇보다도 노래와 말, 즉 창과 아니리가 교차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창에 비하여 아니리는 대체로 짧은 편이지만, 판소리 창에 있어서 아니리가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즉 아니리는 창자로하여금 고성의 창에 이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장면전환, 시간 경과, 행동 및 심리묘사, 등장 인물 사이의 대화 등을 표시해 주고 있다.
판소리는 18 - 19세기라는 시대적, 사회적 배경 속에서 배태된 예술양식이다. 특히 이 시대에는 문학적인 면에서는 까다롭고 고상한 문어체의 양반 문학 대신에 쉽고 야바하기 조차한 구어체의, 평민문학이 대두되고 있었다. 게다가 작품의 산문화, 장편화라는 분위기 속에서 판소리는 산출되었다. 따라서 그 내용 속에는 낡은 도덕주의, 신분주의 의식이 허물어지고, 인간성의 해방을 부르짖는 새 시대의 민중의식이 강렬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그들은 판소리를 통하여 신분적 굴레를 벗고 자유인이 되려는 의지, 화폐경제의 대두로 인한 신분과 돈의 갈등 문제, 지배층의 횡포에 대한 반항심, 유랑민 - 곧 자신들의 생활 참상 따위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청중에 대한 판소리의 직접적 기능, 즉 오락적 기능과 아울러 간접적 기능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판소리의 내용에는 서민의 생활상이 많이 투영되어 있으므로, 판소리의 작품은 서민들의 의식욕구가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예를 들면 ‘변강쇠가’에는 유랑민들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투영되어 있으며, 그들의 정착욕구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데 반해, ‘흥부전’은 공동체로서의 농촌에서 화폐가 유통의 중요수단이 되는 사회로 변모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봉건사회체제가 붕괴되어 가는 농촌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 할 수 있다.
판소리가 서민문학이라는 것은 정설처럼 되어 있지만, 실상 서민문학적 성격이 강하다는 뜻으로 보아야지 서민만의 문학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계층문학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수용자와 작자(혹은 전달자)의 계층으로 나누어 보아야 하겠지만, 판소리가 양반수용자의 요청에 의해서도 베풀어졌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순수 서민문학적인 성격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곤란한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는 어느 계층의 문학이라기보다는 국민문학․민족문학으로서 평가되어야 한다. 허나 그 안에는 반민족적 성격의 것도 있으므로 그 평가가 속단되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판소리의 流動的 성격을 바탕으로 그 시대적 추이를 살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굿에서 출발했다는 판소리의 성격은 초기에는 서민문학적인 모습을 많이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조 후기에 오면서 대중예술로, 오락예술로 성장한 판소리가, 양반의 경제적 후원 하에 연창될 때는 서민문학적 요소 위에 양반문학적 요소를 수용했고, 근대에 들어와서 민중들의 경제력이 성장하였을 때에는 다시 서민문학적 성격이 농후해졌다는 이해가 필요하다. 두 계층문화의 수용은 상층문화를 낮추고 하층문화를 끌어올려서 대자신의 문학적 주제로 조절한 것이다.

 

판소리의 본질과 특성(3)

판소리의 또 다른 特質은 판소리의 에로티시즘(eroticism)이다. 탈춤에서와 마찬가지로 판소리는 성의 문학적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肉談的인 요소의 원천은 양반문학의 야담과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唱의 문학이기 때문에 광대는 새로운 소재의 탐구와 함께 자신의 신분에서 자신의 계급과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풍부한 성적 소재를 흡수시켰다. 억제된 본능의 연희적 해소를 통하여, 중세적 질곡의 질서에서 해방되어 자유스런 인간성의 희구를 모색하겠다는 그들의 입장은 성의 문학화도 자연스럽게 나타났던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탈춤에서는 성의 노골적인 묘사와 성희 모의가 아곤(Agon)을 통해 회화적으로 나타나므로 다듬어지지 않고 원시적, 동물적, 육감적 형태를 그대로 노출시키지만, 판소리에서는 이것이 어느 정도 정제되어 문학적인 윤색을 거쳐 처리되고 있는 점이 눈에 뜨인다. 이러한 이유는 역시 유교이념에 따라 생활태도의 절제를 중시하는 양반들도 애호하는 문학이라는 점에 기인할 것이다.
춘향가에서 발전한  춘향전 의 한 대목을 살펴보면, 에로티시즘이 자리잡고 있으며 육담적 요소가 주는 쾌락적 기능도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고어를 현대어로 변경하여 인용한다.

오냐 춘향아, 우리 둘이 업움질이나 좀 하여보자.
애고, 잡성스러워라 업움질을 어떻게 하잔 말이요.
너와 나와 활씬 벗고 등도 대고 배도 대면 맛이 한껏 나지야.
나는 부끄러워 못하겠오.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나는 부끄러워 못 벗겠오.
에라 이 계집아 안될 말이로다.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진 암캐 물어다 놓고 이는 빠져 먹던 못하고 흐르렁 흐르렁 어루는 듯, 북해상의 황용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에 넘노는 듯, 도련님 급한 마음 오락 달려들어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안고 저고리 풀며 바지 버선 다 벗겨 놓았더니, 춘향이 못 이기여 이마 전에도 구슬땀이 송실송실.
애고 잡성스러워라.
네가 뉘 간장을 녹이려고 이리 곱게 생겼느냐 여봐라 춘향아 이리 와 업히여라.

--완판 33장본 <열녀춘향수절가> 중

또 하나 판소리의 본질상의 특징은 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판소리는 창, 아니리, 발림의 3대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창’은 음악적 요소를 말하고, ‘아니리’는 창으로 하지 않는 대사의 전달을 의미하므로 문학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발림’은 배우의 연기, 즉 몸짓을 뜻하므로 연극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판소리는 음악, 문학, 연극, 여기에 무용까지 곁들여진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