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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강] 자동차와 글쓰기

수로보니게 여인 2009. 1. 6. 14:50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문은 무보다 강하다.   

      

제목 [31강] 자동차와 글쓰기/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2회에 걸쳐 광고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했지요 글쓰기 정복 비법은 없지만,
범주 원칙만 잘 지켜도 오류 없는 깔끔한 문장 정도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대상은 딱 한 가지 범주에만 속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범주에 속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또는 사전적인 범주 분류에서 벗어나 새롭게 규정해 보는 것도 좋지요.

두 대상을 비교할 때는 레벨, 즉 수준을 맞춰 비교해야 한다고 했지요 개구리와 파충류를 비교해선 안 됩니다. 수준이 맞지 않아요. 개구리는 양서류의 한 종류이니까요. 개구리와 도롱뇽을 비교하거나, 양서류와 파충류를 비교해야 합니다.

중국, 태국, 하노이에서 한류 열풍이 분다. 이런 구절이 있다면 하노이가 수준에 맞지 않는 용어, 즉 범주 오류입니다. 상, 방콕, 하노이… 이렇게 쓰든가, 아니면 중국, 태국, 베트남이라고 써야 합니다.

지난 시간에, 글을 쓸 때 친하게 지내야 할 구절에 관해서도 배웠습니다.

“요약해 말해서… 다시 말해서… 달리 말하면… 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내용에 힘을 실어주려면 방금 얘기한 구절들과 친해져야 합니다. 이미 앞선 시대 사람들이 다 얘기해버린 뻔한 주제들을 다른 각도에서 신선하게 말하는 것, 그게 우리의 과제이지요.

오늘 공부할 자동차와 글쓰기,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군요. 자동차는 아주 흥미로운 글쓰기 소재입니다. 자동차의 각 부속은 사람의 몸과 비슷합니다. 교통법규나 에티켓에 맞게 주행하고 돌발 상황을 맞는 것은 우리의 일상과 닮았습니다.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은 평소 성격도 난폭한 경우가 많죠.

차 종류가 참 다양하잖아요. 택시, 버스, 기차, 화물차, 소형승합차, 렌터카, 승용차… 폐차된 다음 간이식당으로 쓰이는 자동차까지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은 어떤 차입니까 렌터카인가요 간이식당차인가요

글쓰기의 첫 관문, 개념 규정 연습입니다. 한 문장으로 자기 삶의 모습을 규정해보는 연습,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자, 먼저 운전 기술이나 에티켓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가장 먼저 익혀야 할 운전 기술은 뭐든 급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초보들의 공통점은 급출발, 급제동이죠. 글쓰기의 급출발, 급제동은 어떤 건지 살펴봅시다.

뭔가 떠오른다고 막 써갈기면 안 됩니다. 우선
메모해두었다가 메모를 한 문장으로 고치고, 개요를 짠 다음 거기에 맞게 글을 써야 하죠. 특히 인터넷에 댓글 쓸 때 조심해야 합니다. 화가 나거나 또는 기분 좋다고 기분대로 썼다가는 나중에 낭패 보기 십상이죠.

댓글은 즉흥적으로 써야 활기도 넘치고 재미있지 않냐고요 안. 됩. 니. 다. 기분 내키는 대로 쓰는 게 몸에 익으면 다른 글을 쓸 때도 똑같이 드러납니다.
댓글, 안 써도 됩니다. 써서 득 될 것 별로 없어요. 블로그 쓰는 분들은 트랙백이라는 기능에 관해 알 겁니다. 댓글의 일종인데요, 일반 댓글과 다른 건 댓글이 자기 블로그에 저장된다는 점입니다. 의견을 내고 싶으면 이 기능을 활용하세요. 자기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글이므로 좀 더 책임감 있게 쓰게 됩니다.

이상 급출발과 관련한 것이었고요, 그럼 급제동은 무엇에 해당할까요 자기가 꺼낸 이야기에 관해 책임지지 않고 도중에 멈춰버리는 거죠. 처음에 취했던 태도를 갑자기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창한 주제로 시작하면 급제동하게 돼 있어요. 제가
글 쓸 때 다짐하는 표현 하지 말라고 했지요

블로그를 쓰다 보면 “블로그를 폐쇄합니다.” 이런 문구를 종종 봅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르면 대부분 슬그머니 다시 열더군요. 쓰고 싶지 않으면 그냥 안 쓰면 됩니다. 쓰고 싶을 때 다시 쓰면 되고요. 왜 지키지 못할 다짐을 합니까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방어운전이에요. 서로 조심하자는 거죠. 차선 변경할 때는 미리 깜빡이 켜 주고, 깜빡이 켠 차가 옆 차선에 있으면 속도를 미리 좀 줄여 주고요. 차선 바꾸었으면 뒤차를 향해 비상등 두 번 깜빡여주고요. 그러면 사고 날 일도, 짜증날 일도 없습니다.
글쓰기는 의사소통 기술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보이지 않아요.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 뛰쳐나올지 모르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거지요.

그렇지만 과속만 안하면 됩니다. 자동차 사고는 대개 과속에서 비롯하거든요.
자기가 즉시 제어할 수 있는 속도로 차를 몰고, 글을 쓰세요. 운전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의사소통 원리는 비슷합니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된 사례를 하나 들까요 706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정류장에서 어느 승객이 기사에게 묻더군요. 이 버스 어디어디 가요 기사도 하고, 다른 승객들도 해하더군요. 질문이 잘못 됐죠. 질문에도 품격이 있거든요. 질 높은 질문과 질 낮은 질문이 있지요. 개념 질문과 무개념 질문으로 나눌 수 있죠.

무개념 질문은 다짜고짜 이거 뭐죠 이렇게 묻는 거고요. 개념 질문은 자기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고 상대방 대답을 듣는 겁니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 나오는 학생들 질문도 마찬가지예요. 이 단어 뜻이 뭐죠 이렇게 물으면 안 됩니다. 국어사전 찾아보면 다 나오거든요. 사전 찾아보니 이 단어 뜻이 이런 거라고 나오는데 이 구절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질문하면 선생은 대답해주기 좋아요. 이 학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면 대답해 줄 때도 눈높이에 맞춰 해줄 수 있거든요.

자동차 표지판도 좋은 글감입니다. <일방통행>이나 <우회로> 같은 표지판은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에 관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일방통행길에서 저 혼자 살자고 역주행하면 안 되죠. 인생에서는 우회하는 게 더 빠를 때도 있습니다. <비보호>는 어떤가요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건데요, 단 남들에게 피해주지 말아야 하고, 위험요소가 없을 때만 허용되는 거죠.

글쓰기 멘토링을 자동차나 운전에 빗대면… 저단기어로 대관령 길을 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힘으로 끝까지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 올라가는 거지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언젠가는 없어질 것을 부라고 부르지 마라. 덕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재산이며, 우리의 생명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메모입니다. 여기서 덕이 뭐냐… 세상을 올바로 살아가겠다는 올바른 태도입니다. 안철수 씨가 그랬죠.
지식은 사라지지만 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얄팍한 지식과 기교는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 사라집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글쓰기의 보편적 태도는 일단 몸에 익으면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음 시간 주제는 <라디오와 글쓰기>입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

 

      구체적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는 게 글쓰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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