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문은 무보다 강하다.
제목 [28강] 스포츠와 글쓰기 (2)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발로 하는 거라고 했어요.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쓰지 말고, 조사해 본 다음 명확하게 규정하는 게 좋아요. 제 홈페이지에 어떤 분이 지원서를 올렸는데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대학의 교과 과정은 제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적었어요. 이러면 안 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조사해 보십시오. 홈페이지에 나와 있잖아요. 그 대학에 다녔던 사람들도 찾아서 직접 만나세요. 그래서 얻은 결론을 지원서에 쓰십시오. 그러면 그 지원서를 평가하는 사람은 딱 압니다. 아, 이 학생은 간절하구나, 이렇게 철저히 준비했구나…
‘개인적으로’, ‘나름대로’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지요 무책임한 표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기 글에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 무책임한 표현들, 또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사실… 이런 것들도 쓰지 마십시오. 이런 표현 쓰면 문장의 힘이 확 떨어져요.
오늘도 스포츠와 글쓰기에 관해서 하기로 했지요 스포츠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추상적 개념을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파악하십시오. 글쓰기를 한 마디로 규정하면, 구체적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는 게 글쓰기 기술이에요.
김연아 선수 인터뷰를 이미 소개한 적 있어요. 다른 선수들이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는 게 목표라고 할 때, ‘스케이트 열심히 타서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주고 싶다’고 했죠. 피겨스케이팅이라는 구체적 대상에서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이끌어냈죠. 꼭 피겨스케이트에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축구, 야구, 골프… 다 마찬가지예요.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베르바토프 선수를 보면서 축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90년대 후반 시애틀마리너스에서 뛰던 켄 그리피 주니어의 스윙을 보면서도 아름다움을 느꼈어요. 타이거 우즈 스윙도 아름답죠.
글쓰기와 관련을 지어 볼까요 제가 좋아하는 축구로 예를 들어 글쓰기와 관련성, 즉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 보죠. 축구 은 네 종류로 나뉘어요. 차 놓고 냅다 달리는 잉글랜드 축구, 현란한 기술이 돋보이는 브라질 축구, 전원공격 전원수비 네덜란드 축구, 빗장 수비 이탈리아 축구. 브라질 대표팀 축구를 볼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브라질 축구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면 나도 독자도 얼마나 거울 것인가. 그렇지만 그것은 소설가들에게 맡겨 두어야 해요. 우리는 소설가가 될 필요는 없잖아요. 할 말만 딱 끊어서 제대로 쓰면 됩니다.
이탈리아 수비 축구가 필요한 거죠. 우선 실점을 줄이려는 노력… 제가 평소에 강조하는 소극적 태도 그렇습니다. 글쓰기라는 경기에서는 골을 넣는 것보다 우선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이탈리아 축구, 잔재미가 없어요. 그래도 닮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기는 축구도 할 수 있죠. 브라질 축구, 축구팬들은 알겠지만 수비도 쩔어요…
축구 전술은 글쓰기 전술과 비슷해요. 축구 전술의 기본이 4-4-2 또는 4-3-3 이잖아요. 여기서 4가 수비죠. 그 다음이 미드필더, 그 다음이 공격수. 기본 진용을 갖추고 공을 어떻게 투입하여 어떻게 골을 넣을지 전술을 짜는데 이게 바로 개요입니다.
개요를 짤 때는 화살표가 중요하다고 했지요 누가 누구에게 공을 주고 그 순간에 누가 어디로 가서 공간을 창출하고 누가 문전으로 쇄도하고… 그런 것을 화살표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그려보는 게 바로 개요 짜기입니다.
운동선수들이나 감독의 인터뷰를 유심히 보세요. 전 에인트호벤 시절 이영표 선수 인터뷰가 떠오릅니다. “사람들이 날 보고 박지성의 그늘에 가려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난 오히려 그늘을 사랑한다.”
영표 선수는 축구라는 자신의 삶에서 삶의 태도, 즉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런 명언도 남겼지요.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넘어질 수 있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넘어졌을 때 고통과 아픔도 그다지 크지 않다.' 영표는 작가가 됐어도 성공했을 겁니다.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교훈입니다. 누구나 좀 더 비싼 몸값을 받고 보다 큰 리그에서 뛰고 싶어 합니다. 더 큰 기업으로 가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훌륭한 선수라면 현재 속한 리그에서 팬들에게 좋은 경기, 최고 경기를 보여주어야 해요. 그게 진짜 프로 선수입니다.
농구팀 시카고 불스의 감독이었던 필 잭슨은 마이클 조던의 신인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어요. “마이클은 수비가 약했다. 그에게 충고하자 그는 열심히 수비능력을 키웠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NBA 최고 수비를 보여 주었다.”
위대한 선수는 그렇게 태어납니다. 훌륭한 직장인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르세유턴 아십니까 상대방 수비 따돌리는 드리블 동작이죠 요즘은 조기축구회 아저씨들도 많이 하던데요… 지단이 이 기술을 잘 썼어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뛸 때요.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요. 그런데 이거, 실전에서 해보지 못한 선수는 감히 엄두를 못 내요. 긴박한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몸에 익은 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결정적 상황에 닥치면 평소 습관이 그대로 나옵니다. 그래서 글쓰기 습관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혀두는 게 좋지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프로 사이클 경기에서 승자는, 가장 빠른 선수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힘이 남아 있는 선수입니다.'
끝까지 남는 놈이 강한 놈이에요. 쓸데없이 기교 부리며 정력을 낭비하지 맙시다.
다음 시간에 할 내용은 <광고와 글쓰기>입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
나 지금 서해안을 발로 뛰는 중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
구체적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는 게 글쓰기 기술
Write It Down Make It Happen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