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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강] 광고와 글쓰기 (2)

수로보니게 여인 2009. 1. 6. 14:09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문은 무보다 강하다.   

 

   

제목 [30강] 광고와 글쓰기 (2)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광고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을 했지요 하고 건조하게 시작해서 부드럽고 촉촉하게 끝을 맺었습니다. 좋은 광고 문안은 범주 원리를 잘 지킨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생의 블로킹이 떴는가 지금이 바로 당신의 강스크가 필요한 순간

앞에 블로킹이 나왔으니 뒤에 같은 범주에 속한 다른 어떤 것이 나와야 합니다. 과감한 백어택 공격이든, 강스크든, 현명한 페인트 기술이든, 허를 찌르는 시간차 공격이든…

범주만 터득하면 글쓰기를 히 정복할 수 있을까요 글쓰기 정복 비법이 있진 않지만,
범주만 잘 지켜도 오류가 없는 깔끔한 문장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전, 글쓰기 기법 중 압권은 단연 범주라고 생각해요. 범주 원리를 깨우치고 나서 글쓰기 선생이 됐습니다. 복잡했던 모든 개념이 쫙 정리되고, 글을 쓰거나 고쳐줄 때 자신감이 붙더군요. 제가 첨삭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문구가 뭐냐 하면… 범주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요. 얼핏 쉬운 것 같으나, 치밀하게 따져보지 않으면 누구나 실수하거든요.

범주를 정확히 설정하려면 한 대상이 여러 범주에 다양하게 속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종철이라는 인물이 속한 범주를 예로 들까요

사람, 코미디언, 진행자, 아빠, 남편… 수다쟁이…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범주를 좁혀야 비교 대상이 명확해지고 문장의 힘이 세진다는 점이에요. 사람, 아빠, 남편… 이런 범주는 지나치게 넓고 그 안에 속한 대상이 수없이 많으므로 글쓰기에 활용하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수다쟁이라는 범주… 얼마나 넓습니까. 좁혀야 재미있죠.

‘교양 있는 수다쟁이’, 범주 설정 잘 했습니까 잘 한 겁니다.

자, 범주 개념 고급 과정을 시작하니, 경청하십시오.

글쓰기 수업 시간에 어떤 학생이, ‘뒷담화와 칭찬’을 비교한 글을 썼는데요, 이 두 말은 같은 범주에 속한 걸까요 뒷담화는 험담을 뜻하고... 험담과 칭찬은 모두 어떤 사람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같은 범주에 속하니까 잘 쓴 거 아닙니까 얼핏 보면 그렇지만, 아니에요. 뒷담화가 험담을 뜻하는 게 아니라 뒷담화의 범주, 그러니까 뒷담화를 포함하는 게 바로 험담입니다. 험담이라는 범주 안에는 대놓고 욕하는 것도 있고, 들릴듯 말듯 은근히 욕하는 것도 있고, 숨어서 욕하는 것도 있죠.(이게 뒷담화) 그러니까 뒷담화와 비교해야 할 것은 종류가 다른 험담이 되는 거죠.

범주의 세계, 깊이 들어갈수록 오묘합니다. 범주 설정하는 기법을 다른 말로 분류라고 합니다. 어떤 기준에 따라 대상을 나누고 비슷한 종류끼리 묶는 방법.

지난 시간 광고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에서 패러디나 언어유희를 적절하게 쓰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패러디는 원본을 유쾌하게 비틉니다. 비꼬는 게 아니라 비트는 게 중요해요. 원본도 살고, 사본도 살고… 상부상조.

좋은 글을 모방하고, 뒤집어보는 건 글쓰기 훈련하는 데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로운 게 보입니다. 좋은 글을 모방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말들과 친하게 지내게 될 겁니다.

"요약해 말해서… 다시 말해서… 달리 말하면… 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요약해 말해서, 다시 말해서, 달리 말하면, 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이렇게 쓰면 글의 메시지가 가슴에 확 스며듭니다.
요약하고 다시 말하고 달리 말하는 건 동어반복과 다르죠.

지난 시간에 언어유희에 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주로 동음반복을 활용한 글쓰기 기법인데요, 가장 초보 단계에 해당하는 범주 활용 글쓰기이니, 양념처럼 곁들이면 좋죠. 지나치게 많이 쓰지 마시고요. 참기름은 살짜쿵 넣어야 좋습니다.

오늘 해 볼 건, 짧은 분량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해서 담는 연습입니다. 광고만큼 좋은 교재가 없고요, 이건 글쓰기 멘토링의 주제와 일치합니다. 이런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아요. 무조건 짧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같은 메시지를 담았다면 이왕이면 짧은 게 좋습니다.

‘생각을 했다’보다는 ‘생각했다’가 낫고,
‘부담감을 갖게 된다’보다 ‘부담스럽다’가 더 낫습니다.


작가 안정효 씨가 쓴 <<글쓰기 만보>>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창작과 번역은 둘 다 글쓰기 작업이다. 그래서 창작과 번역은 여러 면에서 기본적인 원칙이 서로 같다. 어휘의 선택과 구사 방법도 같고, 그래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없앤다.'는 원칙 또한 번역에서나 마찬가지로 창작에서도 유효하다.”


평소 제가 강조하는 소극적 태도와 밀접합니다.
믿을 만한 일을 많이 해야 믿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고 평소에 헛소리 안 하면 저절로 믿음직한 사람이 되는 거죠. 안정효 씨 글을 더 소개하죠.

"하얀 한복에 김국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김국물 한 방울이 더럽다 하지 않고 한복이 지저분하다고 말한다. 그까짓 얼룩 그냥 못 본 체하면 안 되느냐고 사람들에게 요구하면 안 된다."

깨끗함을 유지하는 고고한 태도, 그것을 꾸준히 지키면 누구나 일류 필자가 될 수 있다고 했지요.

짧게 쓰겠다는 생각에 얽매이다 보면 놓치는 게 있을 것 같다고요
짧게 쓰는 건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글의 목적은 메시지 전달이니까요. 이것을 해치면 안 되죠. 티비 중계처럼 쓰지 말고 라디오 중계처럼 글을 쓰라고 했었죠 말만 듣고 경기장 안에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상상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좋은 해설이라고 했어요.

티비 중계보다는 라디오 중계가 더 수다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안정효 씨도 그렇게 썼어요.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그는 키가 크다. 이렇게 설명하지 말고…“그의 키는 184센티다.” 이렇게 보여주라는 거죠.

짧고 간결하게 할 말 다 표현한 광고 문구 중에서 저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의 광고를 좋아해요.

Write once, Run Anywhere
"한 번 짜면 어디든 돈다."

보편성을 추구하겠다… 이런 말이죠. 제가 첫 시간에 글쓰기 멘토링 광고 카피를 소개했지요 아무나 소설가가 될 순 없지만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 어느 글에나 통용되는 글쓰기의 보편 원리만 터득하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요즘 유에스비(USB) 드라이브 많이 쓰지요 유에스비는 Universal Serial Bus 의 약자예요. 번역하면…범용직렬회로… 더 어렵죠 아무튼 여기서 유니버설이 중요한데, 보편적이라는 말이죠. 마우스를 꽂아도 되고, 키보드를 꽂아도 되고, 이동식 디스크를 꽂아도 됩니다.

글쓰기의 보편적 원리는 그동안 하면서 다 나왔지요 유와 종차로 개념 규정하기, 범주 설정, 구체적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 이끌어내기… 그런 것들입니다. 유와 종차로 개념 규정하는 것, 오래돼서 까먹은 분들 있을 텐데요, 간략하게 다시 정리해 보죠.

유는 정의하고자 하는 대상이 포함된 상위 범주에 해당합니다. 개구리, 도롱뇽은 양서류에 속하잖아요. 그러면 개구리는 양서류다. 이렇게 우선 정의하고 나서 중간에 종차를 넣어줘야 합니다. 종차란 양서류에 속한 다른 동물이 지니지 않은 개구리의 고유한 속성을 가리킵니다. 네 발에 물갈퀴가 있어 헤엄을 잘 치고, 뒷다리가 길어 잘 뛰며, 울음주머니를 부풀려서 소리를 내는 것 따위.

글쓰기는 정의, 그러니까 개념 규정의 연속이에요. 앞선 사람들이 다 ‘울궈’먹은 개념들을 다시 규정해보는 게 글쓰기이거든요. 다르게 쓰려면 보편적 원리를 먼저 깨우쳐야 하지요.

광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광고에 관해 개념 규정을 해 볼까요 뭐가 필요하죠 유와 종차. 유는 뭐죠 광고가 속한 상위 범주… 널리 알리는 작업.

정의합시다. “광고는 널리 알리는 작업이다.”

이제 종차가 필요합니다. 널리 알리는 작업에 또 어떤 게 포함 되나요 홍보도 있고 선전도 있지요 이제 광고가 홍보나 선전과 다른 점, 즉 종차를 중간에 쓰면 됩니다.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는다는 점이 다른 것과 다르죠.

아는 만큼 보입니다. 글쓰기 기본 원리는 이미 다 말씀드렸고요, 21회분부터 시작한 응용편을 열심히 복습했다면 배웠던 개념들이 몸에 익을 겁니다.

최근에 본 광고 문구가 있어요.

“인간에게 날개가 없는 것은 날개가 없이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에게 없는 게 또 뭐가 있나… 한 번 생각해 보면 재미있겠지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이런 카피도 참 좋죠.

이건 어떤가요 … 사표를 날려라 내일 아침까지만

직장인의 비애가 느껴집니다. 장미희 팀장과 이문식 대리 나오는 광고 있죠 거기서 이 대리가 밤에 알바로 대리운전을 합니다. 장 팀장이 대리운전을 부르는데 이 대리가 옵니다. 그러자 장 팀장이 말하죠.

낮에도 대리, 밤에도 대리입니까 내년엔 둘 다 끝냅시다.

가슴 짠 하죠

요즘처럼 쌀쌀할 때 생각나는 카피가 있죠.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

훈훈한 패러디도 나왔죠. 보일러 댁에 아버님 놓아드려야겠어요.

방금 예로 든 광고들은 모두 희. 로. 애. 락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잘 이끌어낸 것들인 거죠 덧붙이자면, 맹자는 인간의 감정을 일곱 개로 나누었어요. 7정이라고 합니다. 희. 로.   애. 구. 애. 오. 욕. 다시 말하면, 기쁨, 노여움,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심. 이 일곱 가지가 글쓰기의 주제 아니겠어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그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를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어요."

골프선수 최경주 씨가 한 말입니다. 제가 글쓰기 강의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학생이 글을 써서 보여주지 않으면 전 돕고 싶어도 그를 도울 수 없어요.

다음 시간 주제는 <자동차와 글쓰기>입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

 

      구체적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는 게 글쓰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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