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문은 무보다 강하다.
제목 [32강] 라디오와 글쓰기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자동차를 삶의 모습에 빗대 표현해 보았습니다. 자동차의 종류, 주행 습관, 운전 에티켓, 교통 표지판 같은 건 삶의 모습과 닮았으니 글감으로 적극 활용하라고 했습니다. 급출발, 급제동은 글쓰기에서도 피해야 할 습관입니다.
급출발은 생각이 익지 않았는데 즉흥적으로 쓰는 것에 해당하고, 급제동은 감당하지 못할 이야기를 꺼냈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글감이 떠올랐을 때 바로 쓰는 것보다는 메모해 두었다가 한두 번 다듬어서 쓰는 게 낫습니다. 거창한 주제로 시작하기보다는 아주 사소하고 소박한 주제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오늘은 라디오를 활용한 글쓰기 기술을 배울 텐데요. 티비 중계처럼 글을 쓰지 말고 라디오 중계처럼 글을 쓰라고 말씀드린 적 있지요 라디오는 영상 대신 말로 풍경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걸 묘사라고 하지요. 군고구마를 표현하고자 할 때, 티비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를 보여주면 되지만, 라디오는 보여주지 못하죠. 글도 그렇고요. 시골 외갓집 아궁이에서 방금 꺼낸 밤고구마… 이렇게 말하면 청취자 또는 독자는 각자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떠올리는 장면은 모두 다르겠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 티비와 다른 라디오의 매력이죠.
라디오는 티비와 달리 비대면 매체이기 때문에 글쓰기와 많이 닮았어요. 라디오는 편리한 교량이 아니라 불편한 징검다리 같아 좋아요. 저는 라디오를 정보전달 도구로 여기지 않아요. 징검다리죠.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티비와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티비는 영상으로 지식을 전달하죠, 자막도 빵빵 때리고… 아주 명쾌합니다. 그렇지만 시청자는 스스로 뭔가 하려고 하지 않아요. 라디오는 다릅니다. 라디오 방송은 청취자의 노래를 돋보이도록 잔잔하게 분위기를 잡아주는 베이스 연주예요. 노래는 청취자가 부르는 거죠.
저는 정보성 라디오 프로그램이라 해도, 청취자들에게 지식을 많이 전달하려고 애쓰기보다 여운을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쓰기 공부와 관련지어 볼까요 좋은 글은 독자에게 딴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합니다. 한 가지 메시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죠. 좋은 라디오 방송도 그렇지요. 창의적인 학생이 수업 내용에 대해 이것저것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진리 추구 방법인 산파술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산파의 역할은 산모가 아이를 낳도록 도와주는 거지요. 아이를 대신 낳아주진 못하지만 옆에서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죠. 어떤 글이 좋은 글입니까 오종철 학생이 물으면 소크라테스 선생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종철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종철 : 쉽고 재미있는 글이 좋은 글이지요. 소크라테스 : 어떤 글이 쉽고 재미있나 오종철 : 이해하기 좋은 글이 쉽고 재미있지요. 소크라테스 : 어떻게 써야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가 오종철 : 정확히 써야 하지요. 소크라테스 : 그렇다네. 그게 좋은 글이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정확 히 쓸 수 있겠나
……
스스로 답을 찾도록 영감을 주는 게 바로 라디오의 매력입니다. 훌륭한 글도 마찬가지예요. 독자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펼쳐서 보여줍니다. 어린이 여러분, 꿈과 희망을 품으세요 이렇게 말하지 말하는 것보다는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연주, 아름다운 그림, 아름다운 시를 보여주거나 들려주면 됩니다. 어떻게 해야 자녀들이 책을 많이 읽을까요 부모가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면 되죠.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최고지요.
라디오를 활용한 글쓰기 공부,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보통 매시간 57분 정도에 교통정보 알려주는 방송 있죠 어법 교재입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정보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지만 어법은 엉망진창입니다. 어떤 표현이 잘못됐는지 심심풀이 아 한 번 지적해 보세요. 예를 들죠.
“오늘 여의도 일대가 어렵습니다.” 무슨 수능문제인가요, 어렵게 혼잡하다고 써야 합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좋지 않은 표현이죠.
명사가 아닌 것을 명사처럼 취급하는 건 글쓰기 초보들이 흔히 겪는 실수입니다. 가다서다는 명사가 아니죠. 그런 말이 아예 없는데 기자들이 만든 거죠. 싸구려 표현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깨달아야 합니다. => 여기서 ‘스스로가’는 ‘스스로’라고 써야 합니다. 스스로는 부사이니까요.
제가 전에, 구어체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게 좋은 글이라고 했는데 좀 혼란스러우실 것 같군요. 구어의 생생함을 살려 구어를 그대로 옮기는 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정확함이 우선이지 생생함이 우선은 아닙니다. 오류를 범하지 않고도 생생하게 말하듯 쓰는 것, 그게 글쓰기 최고 단계이지요.
생생하게 쓰려면 수식어의 위치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수식어, 즉 꾸미는 말을 피수식어 가까이에 두십시오.
“제 글에 대한 한 이강룡 샘의 첨삭을 기대합니다.”
좀 어색하지 않습니까
“이강룡 샘의 한 첨삭”이 원래 표현하고자 한 의도와 가까울 겁니다. 이렇게 부사나 관형사 위치에 따라 문장의 의미와 뉘앙스가 달라지므로 조심하여 사용하기 바랍니다. 상대방과 마주보며 대화할 때는 단어 순서 좀 바뀌어도 상관없지만 라디오나 글에서는 안 됩니다. 자기가 쓴 글을 지면에 발표하기 전에 여러 번 소리 내 읽어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부자연스러운 곳이 들립니다.
또 주의해야 할 표현이 있습니다. 높임 표현, 지나치게 많이 쓰지 마세요. 글을 쓸 때, 자기 글을 읽는 사람이 존대해야 할 대상이 아닌 일반 독자라면 특정인에 대한 경어체 표현은 가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요,
“오늘 어머니께서 내게 이러이러한 것을 신신당부하셨다.”
자기 어머니를 높이는 건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글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불필요하죠. 글에서는 독자가 우선이지, 글에 등장하는 어머니가 우선이 아니거든요.
“오늘 어머니가 내게 이러이러한 것을 신신당부했다.”
이렇게 써야 자연스럽습니다. 자기가 쓴 글을 녹음해서 라디오 방송처럼 들어 보세요. 어색한 구절이 들릴 겁니다.
매스미디어에만 의존하지 말고 개인들이 만드는 음성 방송에도 관심을 두기 바랍니다. 포드캐스트라고 해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녹음한 파일을 공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검색 사이트에서 ‘포드캐스트’라고 입력하면 여러 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생방송으로 음악 방송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인문학 강의를 mp3 파일로 저장하여 사이트에 올려둔 분도 있고… 다양합니다.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 주소를 등록해두면 청취자가 듣고 싶을 때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죠.
티비가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머지않아 라디오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꿋꿋이 살아 남았습니다. 새로운 미디어가 계속 나온다고 해도 라디오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인간에게는 언제나 상상력이 필요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데 라디오만한 방송 매체는 없으니까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학문은 몸에 간직하는 것이라, 몸만 있으면 써도 남음이 있다네.
<고문진보>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라고 했지요 운전이나 운동처럼 처음에 배울 때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몸에 좋은 습관이 배면 세상에 글쓰기처럼 쉽고 자연스러운 게 없지요.
제1부 형식 편에 이어 제2부 응용 편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7회에 걸쳐 제3부인 실전 편으로 들어갑니다. 다음 주 수업은 자기소개서 쓰기입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
글쓰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
구체적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는 게 글쓰기 기술
Write It Down Make It Hap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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