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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문학(1)/시조

수로보니게 여인 2009. 1. 3. 01:08

 

  문학작품의 수용과 창작(2)

                   조선 시대의 문학(1)/시조

 

  조선시대에는 훈민정음의 창제로 국문학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글이 창제됨으로써 구비 문학이 아닌 기록 문학으로서 국문문학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일반 평민들이나 여성들처럼 교육에서 소외되었던 계층까지 문자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문학 담당층이 확대될 수 있었다. 또, 중국의 문학서나 유교, 불교 등이 국문으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시조

1. 형식

     1) 3장 6구 45자 내외로 4음보의 리듬을 갖고 있는 전형적 서정시

     2) 향가에서 기원하여, 고려 속요의 분장(分章) 형태의 형향을 받음

2. 의의: 우리나라 고유의 시가 형태로 오늘날까지 계승, 발전된 대표적 문학 갈래

3. 종류

     1) 평시조: 시조의 기본형

     2) 엇시조: 평시조의 초장, 중장 중 어느 한 구가 길어진 시조

     3) 사설시조: 3장 중 두 구 이상이 평시조보다 훨씬 길어진 시조

     4) 연시조: 2수 이상의 시조를 나열하여 한 편의 작품을 이룬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 /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님 오신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성격: 연정가(연정가)

    주제: 임을 그리는 마음

    표현상의 특징

          - 시간을 공간으로 전환하는 기발한 발상

          - 참신한 비유와 대조적 표현의 묘미  

    

황진이

조선 중종~ 선조 때의 개성의 명기(名妓). 본명은 진이며 기명은 명월(明月). 용모가 아름답고 시(詩), 서(書) 음(音), 율(律)에 뛰어났으며, 15세에 기생이 되어 많은 문인, 유학자 등과 교유(交遊) 하였다. 시조 6수와 한시 4수가 전하는데, 주로 사랑에 관한 내용을 담은 그의 작품들은 사대부 시조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표현을 갖춤으로써 관습화 되어가던 시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Long long november night!

      Let me cut thee in Two pieces.

      Under my Quilt, warm as spring,

      I put one piece in a roll.

      When he comes like a bridegroom

      I'll unroll thee to please my lord.


                     - 번역 : 하태흥 -

  


 

만흥(漫興) - 윤선도(1587~1671)


작품원문

 

산수간(山水間) 바회 아래 뛰집을 짓노라 니,

그 모론 들은 욷다 다마,

어리고 하얌의 뜻의 내 分(분)인가 노라


보리밥 풋을 알마초 머근 後(후)에

바횟긋 믉의 슬지 노니노라.

그 나믄 녀나믄 일이야 부 줄이 이시랴.

 

잔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러랴?

말도 우움도 아녀도 몬내 됴하노라.


누고셔 三公(삼공)도곤 낫다 더니 萬乘(만승)이 이만랴.

이제로 헤어든 巢父許由(소부 허유) 약돗더라.

아마도 林泉閑興(임천한흥)을 비길 곳이 업세라.

  

    깊은 산 속 바위 아래 초가집을 짓는다고 하니,

    그것을 모르는 남들은 비웃는다고 하지만,

    어리석고 세상 물정 모르는 시골 사람인 내 생각에는 그것이 내 분수에 맞는다고 생각되노라.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뒤에,

    비위 끝 시냇가에 실컷 노닐고 있노라.

    이렇게 사는 것 외에 다른 일들이야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겠는가.


   술잔을 들고 혼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워하던 임이 온다고 해도 반가움이 이와 같겠는가

   말씀도 웃음도 아니하셔도 못내 좋기만 하구나

   어떤 사람이 (자연에 묻혀 사는 삶이) 정승 벼슬보다 낫다고 말했는데, (내가 보기엔) 황제의 삶이 이만큼 좋겠는가 싶다.

   이제 생각해 보면 (자연속에서 사는 내 생활이) 소부와 허유보다 낫도다

   아마도 자연에 묻혀 한가하게 지내는 이 흥취는 비교할 것이 없구나.

 

어휘 풀이

뛰집 : 초가

하얌 : 향암, 시골에 살아 세상 이치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

三公 도곤 : 삼공보다, 삼공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을 가리키는 말로서 높은 벼슬을 뜻하는 표현이다.

헤어든 : 헤아려 보자면


◎ 학습목표

○ 출처 : 중앙(下) Ⅱ. 한국 문학의 흐름   4. 근대 여명기의 문화와 문학

○ 제재 선정 이유 : 윤선도의 <만흥>은 총 6수로 이루어진 연시조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연시조의 형식을 이해하고 다른 시조 형식과의 변별성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조선 후기 강호가도의 양상을 그 이전의 시조들과 대조하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 윤선도를 비롯한 사대부들이 가졌던 자연관이 무엇인지, 그러한 자연관을 드러내기 위해 그들이 사용한 표현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이 작품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 작품개관

○ 시대 : 조선 후기

○ 갈래 : 평시조(연시조)

○ 성격 : 한정가(閑情歌)

○ 제재 : 자연을 벗 삼는 생활

○ 주제 : 자연에 묻혀 사는 은사(隱士)의 한정

 

 

◎ 감상의 길잡이

만흥(漫興)은 작자가 병자호란 때(1642년, 56세) , 왕을 호종(扈從:임금이 탄 수레를 호위하여 따르던 일. 또는 그런 사람)하지 않았다 하여 영덕에 유배되었다가 풀려나 해남 금쇄동에 은거하고 있을 때 지은 것인데, 산중 신곡(山中新曲) 속에 있는 전 6수로 된 연시조로서,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산중생활을 흐뭇하게 즐기는 심정을 읊으면서도 임금님의 은혜를 잊지 않는 지극한 충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그것을 모두 성은으로 돌리고 있음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공통된 의식 구조라 할 수 있겠다.

1연은 혼란한 정계에서 벗어나 인간을 멀리하여 심산유곡에 들어가 자연과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의 고매한 진의를 모르는 세인은 이러니 저러니 비웃고 떠들지만, 내 우직한 성격으로 판단하면 이것이 나다운 생활의 본령이라는 것이다. 곧 이 시조의 이면에는, 사회의 현실상과 자기의 이상이 도저히 융화되지 못함을 알 때에는 고인의 도를 밟아 깨끗이 명리를 버리고 거짓과 속임이 없는 자연을 찾아서 정신적으로 평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는 도피사상과 결백성이 깃들여 있다.

2연은 유인이 되어 검소하고 담박한 의식에 만족하며, 자연을 마음껏 완상하는 생활의 진취를 갖게 되었다. 그러니 부귀와 공명 따위는 부러워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극히 평범한 사상을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그리고 '보리밥, 풋나물'은 한시나 다른 시조에서 보기 드문 말로서, 향토적인 미각을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고산이 아니면 가능성이 없는 순  한국적 감촉을 가진 말이다. 한학자인 고산이 이런 말을 그의 시조 창작상에서 구사하여 그 효과를 십이분 나타내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시조에 능수능란하였던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3연은 작자가 울적한 마음을 풀고자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가 우연히 먼 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았을 때 경(景)과 의(意)가 융합되는 순간 즉흥적으로 나타난 시상을 노래한 것이다. 대자연에 도취되어 손에 잡고 있던 술잔마저 잊어버리고 있던 작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여기에서는 자신이 자연 속에 녹아드는 순간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먼 산과 같이 태연  부동하여 만사에 초연 자약할 수 있는 자신을 얻은 심경이라고 보고 싶다. 현세로부터 도피하여 인간과의 교섭을 끊고자 한 고산이었지만,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에 뜻밖에 사모하던 임이 찾아온다면 반가움이 말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고산은 말과 웃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인간 중에서 가장 사랑하며 그리던 임보다도 말도 웃음도 없는 자연이 좋다고 구가한 것이다. 고산 자신의 말과 같이 그가 자연을 유달리 사랑하는 버릇과 염세기인의 사상이 깃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연은 자기의 성품이 나태하다고 말하고 인간 만사 중에 무엇이나 이루지 못했다고 자기의 무능 무위를 솔직히 말한 곳에 겸양의 미덕이 숨어 있고, 또 조화의 명수를 좇으면서 조금도 세정을 원망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숙명론자인 약점은 다소 있으나, 확고한 신념 아래 사는 사람의 체관적 태도가 엿보인다. 조화의 명수를 좇아 아무도 다툴이 없는 자연을 마음껏 완상하고 자연을 지키고 있으리라는 천명의 당위성을 자각하고 있는 모습은 고산같은 인격에게나 있을 법한 뜻깊은 말이라 할 것이다. (출처 : 이재수의 윤고산 연구에서)


◎ 학습활동

 <만흥>과 관련시켜 볼 때, 이 글은 우리나라의 어떤 문화적 전통과 통하는지 토의해 보자.

풀이 : 이양하의 <신록 예찬> 에는 5월의 신록을 대하는 작가의 황홀감과 절대적인 몰입이 잘 나타나 있다. 즉 5월의 신록에 몰입함으로써 우리는 세속의 더러움을 씻고 참된 기쁨을 느끼는 가운데 자연과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의식은 윤선도의 <만흥>에도 잘 나타나 있다. <만흥>에서 시적 자아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생활이며, 그러한 생활 속에서 부귀영화를 탐하는 삶이나 권력자들의 삶과 같은 것은 전혀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양하의 <신록예찬>은 세속적인 부귀영화보다 자연과의 한가로운 교유를 더 이상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우리 고유의 자연관과 생활관을 계승하고 있다고 하겠다.


 

 

 

          창(窓) 내고자 창을 내고자                                

                                                      작자 미상
    
                    창(窓) 내고자 창을 내고자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져귀 수돌져귀 배목걸쇠 크나큰 장도리로 
                    둑닥 박아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잇다감 하 답답할 제면 여다져 볼가 하노라.
   

           현대어 풀이    

                     창을 내고 싶구나, 창을 내고 싶구나.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구나.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쩌귀, 수돌쩌귀, 배목걸새를 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서 나의 가슴에 창을 내고 싶구나.
                     (그리하여) 이따금씩 너무 답답할 때면 (그 창문을) 여닫아 볼까 하노라.


시어 및 시구 풀이
   
     고모장지 : 고무래 들창
     셰살장지 : 가는 살의 장지
     들장지 : 들어 올려서 매달아 놓게 된 장지
     열장지 : 좌우로 열어 젖히게 된 장지
     암돌져귀 : 문설주에 박는 구멍난 돌쩌귀
     수돌져귀 : 문짝에 박는 돌쩌귀
     목걸새 : 문고리에 꿰는 쇠
     잇다감 : 가끔
     窓(창) 내고쟈 窓(창)을 내고쟈 이 내 가슴에 窓(창) 내고쟈 : 가슴을 열지 않고는 못 뱃길 정도로 답답하고 다급

                                       한 상황을 야단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창'은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시조나 근대시에서도 두루 사용되었다.
    고모장지 셰살장지 - 이 내 가슴에 窓(창) 내고쟈. : 초장의 다급한 상황에 대하여 사설을 늘어 놓음으로써 해학적

                                                                              인 모습을 보여 준다.

  출전     <진본 청구영언>

  작품개괄   

    
작가: 작자미상
    
갈래: 사설시조
    
연대: 조선후기
    
성격: 해학가   
    
재재:
    
주제: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 생활고에서 비롯된 근심걱정의 극복의지.
    
구성(기발한 발상)     
         -초장: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중장: 장도리로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구색을 갖춤). 
         -종장: 답답할 때 여닫고 싶다.

    
특징 
        1)열거법, 반복법 등을 통해 주제를 부각시킴.
        2)평민 문학의 해학성이 잘 드러남.
   
     
표현: 열거법, 반복법


작품 해제   
 이성적인 사고나 착상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착상을 통해 세상살이의 고달픔이나 근심에서 오는 답답한 심정을 가슴에 방이라도 내어서 해소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구체적 생활 언어를 장황하게 열거함으로써 답답한 심정을 절실하고도 다소 과장되이 표현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려는 적극적 의지도 함께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은 시적화자의 태도는 사설시조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작품의 심화 감상  
     시적화자의 태도: 현실극복의 의지가 강하다. 
     표현상의 특징: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시켰다. 매우 해학적이다.
  


    

조선시대의 문학(2)/ 가사


   1. 개념

     1) 고려 말에서 조선시대 초에 걸쳐 발생한 문학의 한 형식

      2) 4음보 율격의 장편 연속체로 된 시가

 

   2. 가사의 특징

     1) 서정성: 내면적인 심리나 정서, 자연을 보고 느끼는 감동 등을 노래함

     2) 서사성: 기행 가사와 같이 이야기 구조를 가진 가사가 많았음

     3) 교술성: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이 많아 가사를 교술 시가로 분류하기도 함


   3. 가사의 형식

     1) 3‧4조 또는 4‧4조의 4음보 연속체

     2) 정격가사: 마지막 행이 시조의 종장처럼 3‧5‧4‧3의 음수율을 보임

     3) 운문적 형식, 산문적 내용 


  4. 가사의 향유층

     주요 가사층은 사대부 계층이며, 장르 자체가 지닌 폭넓은 개방성 때문에 양반가의 부녀자, 승려, 중인, 서민 등

     기술(記述)능력을 갖춘 모든 계층이 참여했던 관습적 문화 양식이다.


 

조선시대의 문학(2)/ 속미인곡

 


 해제

  조선 시대 중기 정철(鄭澈 : 1536∼1593)이 지은 가사 작품이다. 그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미인곡(思美人曲)>에서 못 다한 생각을 다시 펼쳐낸 것으로, 임금에게서 버림받은 자신의 처지를 임에게서 버림받은 한 여인에 비유하여 연군의 정을 토로하였다. 작자가 당쟁으로 인해 일시 조정에서 밀려나 당시의 전라도 창평(昌平)에 있던 송강정(松江亭 : 지금의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 소재)에 머물면서 지은 작품이다. 전체 48행 96구(성주본은 46행 92구)로 되어 있어 63행 126구의 <사미인곡>보다 그 길이가 다소 짧으며, 음수율은 3·4조 위주이기는 하나 정철의 다른 작품에 비해 3·4조가 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작품이 작자의 다른 작품과 달리 대화체라는 독특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즉 <속미인곡>은 한 여인의 독백체로 된 <사미인곡>과는 달리 두 여인의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대화 방식은 우리 가사 문학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것으로 작품의 극적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한 적절한 요소로 높이 평가된다. 이러한 수법과 작자의 언어 구사 능력에 힘입어 <속미인곡>은 또한 <사미인곡>과 더불어 국문학상 유배가사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으며, 후대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김춘택(金春澤)의 <별사미인곡(別思美人曲)>과 이진유(李眞儒)의 <속사미인곡(續思美人曲)> 등이 나오기도 하였다. 일찍이 김만중(金萬重)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송강의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함께 극찬한 다음 이르되, “다시 이 세 편을 논하면 <속미인곡>이 더욱 훌륭하다. <관동별곡>과 <사미인곡>은 역시 한자어를 빌어써서 그 모양을 꾸몄을 따름이다.”라고 비교하여 평한 바 있다. 홍만종(洪萬宗) 또한 「순오지(旬五志)」에서 "가사의 말이 교묘하고 뜻이 절실하여  제갈량의 <출사표>와는 백중지간이라 할 수 있다."고 하여 작품의 우수성을 지적하였다.

 

 핵심 정리

지은이 : 정철(鄭澈 1536-1593)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시인. 호는 송강(松江). 서인의 영수로서 당쟁에 깊이 관여함. 고산 윤선도와 더불어 고전시가 문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작품에는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의 가사와 사설시조인 ‘장진주사(將進酒辭)’ ‘훈민가(訓民歌)’를 비롯한 시조 79수가 있음. 저서에는 <송강가사>와 문집인 <송강집>이 있다.

 갈래 : 서정 가사. 양반 가사. 정격 가사

 연대 : 선조 18년-22년(1585-1589)

 율격 : 3(4).4조 4음보

 문체 : 운문체. 가사체

 구성 : 서사, 본사, 결사의 3단 구성

 성격 : 연군지사(戀君之詞)

 주제 : 연군지정(戀君之情)

 의의 :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를 이룬 작품이다.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여 문학성이

          높다. 대화 형식으로 된 작품이다.


 시어 풀이

 뎨 : 저기

 각시 : 젊은 여자. ‘가시’에서 나온 말

 뎌이고 : 하구나

 옥경(白玉京) : 도가(道家)에서 이르는 옥황상제가 산다는 곳. 여기서는 임금이 있는 서울이나 대궐을 가리킴

  다 뎌 : 해가 다 져서

 셜 : 사설(辭說). 사정 이야기

 괴얌즉 : 사랑받음직

 녀기실 : 생각하시기에. 생각하시므로

 군디 : 딴 생각이

 이야 : 아양이야. 재롱이야. 어리광이며

 교야 : 애교 부리는 태도며

 구돗디 : 굴었던지

 녜와 : 예전과

 혜여니 : 헤아리니. 곰곰 생각하니

 하히라 : 하늘이라고

 플텨 혜니 : 풀어 헤아리니

 조믈(造物) : 조물주

 글란 : 그렇게는

 믈  : 물과 같이 맑고 아름다운. 허약한

 츈한고열(春寒苦熱) : 이른 봄의 추위와 여름철의 괴로운 더위

 츄일동텬(秋日冬天) : 가을과 겨울 날씨. 가을과 겨울의 추위

 죽조반(粥朝飯) : 아침 밥 전에 먹는 죽. 자릿 조반

 뫼 : ‘밥’을 궁중에서 이르던 말

 셰시가 : 잡수시는가. 올리시는가

 님다히 : 임이 계시는 곳. ‘다히’는 방향, 쪽, 편의 뜻

 아므려나 : 어떻게든지

 거의로다 : 거의 지났구나

 가쟛 말고 : 가자는 말인고?

 잡거니 밀거니 : 나무 뿌리나 바위를 잡기도 하고, 또는 몸을 밀어 올리기도 하며

 어둥졍 : 어리둥절. 어수선하게

 된뎌이고 : 되었도다

 강텬(江天) : 툭 터진 강가

 모쳠(茅簷) : 초가집 처마. 초가집

 밤듕만 : 한밤중에. ‘만’은 중간의 뜻을 지니는 접미사

 반벽쳥등(半璧靑燈) : 벽 가운데 달린 등불

 헤며 : 헤매며. 산란한 마음으로 오고가며

 바니니 : 방황하니. 시름없이 오락가락하며

 녁진(力盡)야 : 기운이 지쳐서

 늘거셰라 : 늙었구나

 슬장 : 실컷. 싫도록

 쟈 : 사뢰려. 아뢰려

 바라 나니 : 곁따라 나니. 연달아 나니

 몌여니 : 메니

 오뎐된 : 방정맞은. 경망한

 돗던고 : 깨었던고

 결의 : 꿈결에 즉시. 얼결에

 어엿븐 : 가련한. ‘어엿브다’는 ‘가련하다’, ‘불쌍하다’의 뜻이나 현대에는 ‘예쁘다’로 변함

 번드시 : 드러나게. 뚜렷이. 가려짐 없이. 훤히

 이야니와 : 달은커녕. 달은 고사하고


 시구 연구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 임금의 총신(寵臣)으로 일하다가 이제는 물러나 은거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갑녀(甲女)의 질문으로 나타냄. ‘백옥경을 이별’한다는 것은 송강이 선조 18년 사간원과 사헌부의 논척(論斥)으로 관직에서 물러남을 의미한다.

 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 엇디 다신고. : 실연의 원인이 자신의 실수 때문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실연의 애수를 느끼게 하는 구절이다.

 셜워 플텨 - 타시로다. : 임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돌리는 태도가 나타나 있다. 유학자적인 사상이 잘 나타난 것으로, 신하로서 임금을 원망하거나 배척하지 않는 행위다. 숙명론도 바로 이러한 정신의 표현이다.

 믈  - 자시고. : 다정다감한 여인의 모습이 임의 여러 면을 걱정하는 가운데 나타나 있다.

 님 다히 쇼消식息을 - 일이나 사 올가. :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알고 싶어하는 시적 화자의 정회(情懷)가 드러나 있다.

 구롬은니와 안개 - 므 일고. :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무슨 일로 저렇게 끼어 있는고? 산에 올라가서 임의 소식을 알고 싶어하는 심정을 나타낸 표현으로, ‘구롬’과 ‘안개’는 당시 조정을 어지럽히던 간신을 상징한다.

 산山쳔川이 어둡거니 - 쳔千리里 라보랴. : 외적인 조건으로 인해 임 계신 곳을 보지 못하는 시적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이 내재되어 있다. 여기서 ‘일日월月’은 ‘임’을 상징하고 있다.

 오며 리며 헤며 바니니 : 임의 소식을 알 길이 없어 헤매는 화자의 심정이 외적인 행동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오뎐된 계鷄셩聲의 은 엇디 돗던고. : ‘계鷄셩聲’은 꿈 속에서 임과 재회(再會)한 시적 화자로 하여금 꿈을 깨게 만드는 존재이므로 시적 화자와 임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리 싀여디여 낙落월月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창窓 안 번드시 비최리라. : 불교의 윤회 사상을 배경으로 한 표현이다. ‘낙落월月’은 시적 화자의 임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는 시어이나, 그 사랑은 일시적인 것이다. 또, 임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을 내포하고 있는 시어로, 을녀가 임과의 관계에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 낙구. 가사의 낙구는 시조의 종장과 음수율이 유사하다. 차라리 슬픈 눈물을 임께 전달하고 싶은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구 비’에는, 슬픈 눈물이라도 임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작자의 침통한 심정이 나타나 있다.


 전문 풀이

(서사) 

 저기 가는 저 부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이 계시는 대궐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저문 날에 누구를 만나러 가시는고?(갑녀 - 백옥경을 떠난 이유)

 아, 너로구나. 내 사정 들어 보오. 내 얼굴과 이 나의 태도는 임께서 사랑함직한가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너로구나 하고 특별히 여기시기에 나도 임을 믿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아양을 부리며 지나치게 굴었던지 반기는 낯빛이 옛날과 어찌 다르신고?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려 보니 내 몸 지은 죄가 산같이 쌓였으니 하늘을 원망하며 사람을 탓하랴. 설워서 여러 가지 일을 풀어 내여 헤아려 보니, 조물주의 탓이로다.(을녀의 대답 - 자책과 체념)

(본사) 

 그렇게는 생각 마오.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갑녀의 위로의 말)

예전에 임을 뫼시어서 임의 일을 내가 알거니, 물같이 연약한 몸이 편하실 때가 몇 날일꼬? 이른 봄날의 추위와 여름철의 무더위는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날 겨울날은 누가 모셨는고? 자릿 조반(아침밥 전에 먹는 죽)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예전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을녀의 임에 대한 충정)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 해서라도 알려도 하니, 오늘도 거의 저물었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 줄 사람이 있을까? 내 마음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인고? 나무 바위 등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무슨 일로 저렇게 끼어 있는고? 산천이 어두운데 일월을 어떻게 바라보며, 눈앞의 가까운 곳도 모르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에 가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로 어수선하게 되었구나. 뱃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는고? 강가에 혼자 서서 저무는 해를 굽어보니 임 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을녀의 임의 소식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

 초가집 찬 잠자리에 한밤중에 돌아오니, 벽 가운데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은고? 산을 오르내리며 강가를 헤매며 시름 없이 오락가락하니, 잠깐 사이에 힘이 지쳐 풋잠을 잠깐 드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던 얼굴이 반 넘어 늙었구나.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실컷 사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 하며, 정회도 다 못 이겨 목마저 메니, 방정 맞은 닭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고?(을녀의 독수공방의 애달픔)

(결사) 

 아 허황한 일이로다. 이 임이 어디 갔는고? 즉시 일어나 앉아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니 가엾은 그림자만이 나를 따를 뿐이로다. 차라리 사라져서 지는 달이나 되어서 임이 계신 창문 앞에 환하게 비치리라.(을녀의 임에 대한 간절한 사모)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비나 되십시오. (갑녀의 위로의 말)  


 작품 해설

 이 노래는 ‘사미인곡(思美人曲)’의 속편이다. 그러나 ‘사미인곡’보다 언어의 구사와 시의(詩意)의 간절함이 더욱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미인곡’에서는 한자 숙어와 전고(典故)가 간혹 섞여 있는 데 반하여, ‘속미인곡’에는 그런 것이 거의 없이 우리말의 결을 살리고 있다.

 연군(戀君)의 뜻을, 임을 이별한 한 여인의 애달픈 심정에 의탁시킨 이 노래는, ‘사미인곡’과 같이 서정적 자아의 독백으로 이끌어간 것이 아니라 보조적 인물을 설정하여 대화체로 진행시켰다는 데에서 참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즉, 구성에서 두 선녀(仙女)의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갑녀(甲女)가 을녀(乙女)에게 백옥경을 떠난 사정을 묻고, 이에 을녀가 사정을 이야기하자, 갑녀가 위로의 말을 하고, 을녀가 다시 임에 대한 연모와 애끓는 사정을 말하자, 갑녀는 을녀에게 궂은비나 되라고 하는(궂은비에는 슬픈 눈물이라도 임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작자의 침통한 심정이 나타나 있음), 5개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임(임금)의 은총에서 멀어진 주인공(작자)의 그리움과 자책(自責)과 애절한 심정을 천상(天上)에서 내려 온 선녀의 신세에 가탁(假託)함으로써 더욱 절실한 표현미를 살려 내고 있다.


 심화 학습 자료


시상의 흐름

 이 작품 사미인곡의 후곡(後曲)으로 속편인 셈인데 사미인곡에서 못다한 심회를 더 발전시켜 읊은 것이다. 이 작품의 구성은 전곡과는 달리 대화체로 되어 있다. 갑녀의 사설로 시작하여 을녀가 신상 내력을 슬피 말하면, 다시 갑녀가 “글란 생각마오 친 일이 이셔이다.”로 이어져서 연군의 회포를 읊는다. 다시 최종구에 가서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라고 갑녀의 사설로 끝난다.

이를 도식화하면 ‘갑녀→을녀→갑녀→을녀→갑녀’이다. 객관화된 자아인 갑녀가 주관적으로 절망하는 을녀를 달래기도 하고, 전곡(前曲)처럼 죽어서 나비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살아서 낭만적이고 정적(靜的)인 낙월(落月)이 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동적인 ‘구 비’가 되어 벼락이라도 울려 보라는 현실적 행동을 강요하는 내용이다. 특히, 후곡(後曲)의 조사(措辭)는 전곡을 능가한다. 전곡의 춘하추동의 4원사(四怨詞)를 다음과 같은 단 두 구로 마무리하여 읊고 있다. “츈春한寒 고苦열熱은 엇디야 디내시며 츄秋일日동冬쳔天은 뉘라셔 뫼셧고.”


시어의 함축성 - ‘임’의 경우

 송강은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서 ‘미인(美人)’을 우리말로 ‘임’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미인’은 일반적으로 용모가 아름다운 여인, 군주(君主), 재덕(才德)이 뛰어난 사람, 여관(女官) 등을 일컫는다. 그런데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서의 서정적 자아는 분명 ‘임’을 이별한 여인이므로, 여기서의 ‘미인’ 곧 ‘임’은 남성이거나 군주이다. 또한, 송강에게 ‘임’은 일견(一見) 군주일 수 있으나 작품의 문맥은 꼭 군주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연인(戀人)일 수도 있다. 따라서, 남녀의 인간적인 정감의 교류를 군신(君臣) 관계로 끌어들인 셈이다.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의 공통점과 차이점

 공통점은 두 작품의 화자가 모두 천상(天上)의 백옥경(白玉京)에서 하계(下界)에 내려온 여성이라는 점과, ‘임’을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죽어서도 다른 자연물이 되어 임을 따르겠다는 심정을 표현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차이점은 ‘사미인곡’은 화자의 독백체로, ‘속미인곡’은 보조적 인물과의 대화체로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고, ‘사미인곡’에서는 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는데, ‘속미인곡’에서는 임의 일상 생활을 염려하는 말 속에 네 계절이 잠깐 언급만 되고 지나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사미인곡’에서는 죽어서 ‘범나븨’가 되어 임이 자신을 몰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소극적이 태도가 드러나고, ‘속미인곡’에서는 ‘낙월․구 비’가 되어 임에게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겠다는 다소 적극적인 태도가 드러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송강(松江) 시가에 대한 평가

 (1) 송강의 ‘관동별곡’와 ‘전후 미인곡’은 우리 나라의 ‘이소(離騷)’이다. … 옛날부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인데, 다시 이 세 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났다. ‘관동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   - 김만중의 <서포만필>

 (2) ‘사미인곡’도 역시 송강이 지은 것이다. 이것은 시경(詩經)에 있는 미인이라는 두 글자를 따가지고 세상을 걱정하고 임금을 사모하는 뜻을 붙였으나, 이것은 옛날 초나라에 있었던 ‘백설곡’만이나 하다고 할 것이다.  - 홍만종의 <순오지>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사)= 충신연군지사(忠臣戀君之辭)

신하가 임금을 사모하여 아뢰는 이다. 고전 시가에는 귀양을 가거나 낙향하여 임금과 멀리 떨어진 상태를 이과 이별한 상황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은 임금과 신하의 관계는 한 나라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백성들은 자식에 비유하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관념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관료들은 임금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여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경우가 종종 드러나는데, 이 작품에서 여성 화자를 등장시켜 임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조선 시대의 문학(3)

 

통곡할 만한 자리                                     

                         박지원(朴趾源)


 초팔일 갑신(甲申). 맑다. ->1780년 7월 8일

정사 박명원(朴明源)과 같은 가마를 타고 삼류화(三流花)를 건너 냉정(冷井)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십여 리 남짓 가서 한 줄기 산기슭을 돌아 나서니 태복(泰卜)이 국궁(鞠躬)을 하고 말 앞으로 달려나와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큰 소리로,

 “백탑(白塔)이 현신함을 아뢰오.” 한다. 

 태복이란 자는 정 진사(鄭進士)의 말을 맡은 하인이다. 산기슭이 아직도 가리어 백탑은 보이지 않았다 말을 채찍질하여 수십 보를 채 못 가서 겨우 산기슭을 벗어나자 눈앞이 아찔해지며 눈에 헛것이 오르락내리락하여 현란했다.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사람이란 본디 어디고 붙어 의지하는 데가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다니는 존재임을 알았다.

 말을 멈추고 사방을 돌아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이마에 대고 말했다.

 “좋은 울음터로다. 한바탕 울어 볼 만하구나!”

<기: 작가가 요동 벌판을 보고 ‘좋은 울음터로도’ 라고 말함>

 정 진사가,

 “이 천지간에 이런 넓은 안계(眼界)를 만나 홀연 울고 싶다니 그 무슨 말씀이오?”

<승1: 정진사가 작가에게 울고 싶어 하는 까닭을 물음>

 하기에 나는,

 “참 그렇겠네. 그러나 아니거든! 천고의 영웅은 잘 울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지만 불과 두어 줄기 소리 없는 눈물을 그저 옷깃을 적셨을 뿐이요, 아직까지 그 울음 소리가 쇠나 돌에서 짜나온 듯하여 천지에 가득 찼다는 것이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칠정(七情) 중에서 ‘슬픈 감정[哀]’만이 울음을 자아내는 줄 알았지.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내는 줄은 모를 겝니다. 기쁨[喜]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노여움[怒]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樂]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사랑[愛]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미움[惡]이 극에 달하여도 울게 되고, 욕심[欲]이 사무치면 울게 되니, 답답하고 울적한 감정을 확 풀어 버리는 것으로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소이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뇌성벽력에 비할 수 있는 게요. 북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뭐 다르리요?

 사람들의 보통 감정은 이러한 지극한 감정을 겪어 보지도 못한 채 교묘하게 칠정이 늘어놓고 ‘슬픈 감정[哀]’에다 울음을 짜 맞춘 것이오. 이러므로 사람이 죽어 초상을 치를 때 이내 억지로라도 ‘아이고’, ‘어어’라고 부르짖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말 칠정에서 우러나오는 지극하고 참다운 소리는 참고 억눌리어 천지 사이에 쌓이고 맺혀서 감히 터져 나올 수 없소이다. 저 한(漢)나라의 가의(賈誼)는 자기의 울음터를 얻지 못하고 참다 못하여 필경은 선실(宣室)을 향하여 한 번 큰 소리로 울부짖었으니, 어찌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요.”

<승2: 사람은 ‘희로애락애오욕’의 칠정, 즉 모든 감정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된다고 답함- 문답구조>

 “그래, 지금 울 만한 자리가 저토록 넓으니 나도 당신을 따라 한바탕 통곡을 할 터인데 칠정 가운데 어느 ‘정’을 골라 울어야 하겠소?” <전: 정진사가 칠정 가운데 어느것을 골라 울어야 하느냐고 물음>

 “갓난아이에게 물어 보게나. 아이가 처음 배 밖으로 나오며 느끼는 ‘정’이란 무엇이오? 처음에는 광명을 볼 것이요, 다음에는 부모 친척들이 눈앞에 가득히 차 있음을 보리니 기쁘고 즐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이 같은 기쁨과 즐거움은 늙을 때까지 두 번 다시 없을 일인데 슬프고 성이 날 까닭이 있으랴? 그 ‘정’인즉 응당 즐겁고 웃을 정이련만 도리어 분하고 서러운 생각에 복받쳐서 하염없이 울부짖는다. 혹 누가 말하기를 인생은 잘나나 못나나 죽기는 일반이요, 그 중간에 허물․환란․근심․걱정을 백방으로 겪을 터이니 갓난아이는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여 먼저 울어서 제 조문(弔問)을 제가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결코 갓난아이의 본정이 아닐 겝니다. 아이가 어미 태 속에 자리잡고 있을 때는 어둡고 갑갑하고 얽매이고 비좁게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탁 트인 넓은 곳으로 빠져 나오자 팔을 펴고 다리를 뻗어 정신이 시원하게 될 터이니, 어찌 한 번 감정이 다하도록 참된 소리를 질러 보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을 마땅히 본받아야 하리이다.

<결1: 갓난아이가 세상에 나와 정신이 시원하여 터트리는 울음과 같이 넓은 곳에 처헌 기쁨과 즐거움으로 울게 된다고 답함>

 비로봉(毘盧峰) 꼭대기에서 동해 바다를 굽어보는 곳에 한바탕 통곡할 ‘자리’를 잡을 것이요, 황해도 장연(長淵)의 금사(金沙) 바닷가에 가면 한바탕 통곡할 ‘자리’를 얻으리니, 오늘 요동 벌판에 이르러 이로부터 산해관(山海關) 일천이백 리까지의 어간은 사방에 도무지 한 점 산을 볼 수 없고 하늘가와 땅끝이 풀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 고금에 오고 간 비바람만이 이 속에서 창망할 뿐이니, 역시 한 번 통곡할 만한 ‘자리’가 아니겠소.”

<결2: 요동의 광할한 풍경을 묘사하고, 통곡할만한 자리임을 다시 한 번 확임함 - 문답구조>

   

핵심 정리

 지은이 :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조선 시대의 실학자. 호는 연암(燕巖).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처숙 이군문(李君文)과 실학자 홍대용(洪大容)에게서 수학. 44세 때 청에 다녀왔는데 청나라 문물을 보고 기행문인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지음. 홍대용, 박제가(朴齊家)와 함께 북학파의 영수가 됨. 저서로는 <연암집(燕巖集)>, <연암속집(燕巖續集)>, <열하일기(熱河日記)> 등이 있음

      연대: 조선 후기(영조)

      갈래: 중수필. 기행문

      성격: 비유적. 교훈적. 사색적. 분석적. 독창적

      표현: 적절한 비유와 구체적인 예시로 실감나게 묘사함

      제재: 요동지방의 기행

      구성: 기승전결의 4단 구성, 문답식

      특징: 발상과 표현이 참신함, 적절한 예시와 구체적인 예시, 반어법과 과장법

      주제: 새로운 세계를 만나 느끼는 감격

      출전 :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도강록(渡江錄)’


작품 해설

 ‘통곡할 만한 자리’는 <열하일기> 중 ‘도강록’에 실려 있는 작품으로, 작가는 중국의 요동을 여행할 때 요동의 백탑(白塔)과 광활한 요동 벌판을 보고 그 감회를 적은 글이다. 이 글에서 작가는 만주의 끝없이 펼쳐진 벌판을 적절한 비유와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매우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 글에서 작가는 요동 벌판을 보고 ‘한바탕 울고 싶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서 울음은 슬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기쁨이 극에 달해 북받쳐 나오는 울음으로, 갓난아이가 어둡고 비좁은 태속에서 넓은 세상으로 나와서 터트리는 울음과 같다고 한다. 이는 곧 작가가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누님을 보내며

                                   박지원


孺人(유인)의 이름은 아무이니, 반남 박씨이다. 그 동생 趾源(지원) 仲美(중미)는 묘지명을 쓴다. 유인은 열여섯에 德水(덕수) 李宅模(이택모) 伯揆(백규)에게 시집가서 딸 하나 아들 둘이 있었는데, 신묘년 9월 1일에 세상을 뜨니 얻은 해가 마흔 셋이었다. 지아비의 선산이 아곡(鵝谷)인지라, 장차 서향의 언덕에 장사 지내려 한다.  

백규가 그 어진 아내를 잃고 나서 가난하여 살 길이 막막하여, 어린 것들과 계집종 하나, 솥과 그릇, 옷상자와 짐궤짝을 이끌고 강물에 띄워 산골로 들어가려고 상여와 더불어 함께 떠나가니, 내가 새벽에 斗浦(두포)의 배 가운데서 이를 전송하고 통곡하며 돌아왔다.  

아아! 누님이 시집가던 날 새벽 화장하던 것이 어제 일만 같구나.

나는 그때 막 여덟 살이었다. 장난치며 누워 발을 동동 구르며 새 신랑의 말투를 흉내 내어 말을 더듬거리며 점잔을 빼니, 누님은 그만 부끄러워 빗을 떨구어 내 이마를 맞추었다. 나는 성나 울면서 먹으로 분에 뒤섞고, 침으로 거울을 더럽혔다. 그러자 누님은 옥오리 금벌 따위의 패물을 꺼내 내게 뇌물로 주면서 울음을 그치게 했었다. 지금에 스물여덟 해 전의 일이다.

말을 세워 강 위를 멀리 바라보니, 붉은 명정은 바람에 펄럭거리고 돛대 그림자는 물 위에 꿈틀거렸다. 언덕에 이르러 나무를 돌아가더니 가리어져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강 위 먼 산은 검푸른 것이 마치 누님의 쪽진 머리 같고, 강물 빛은 누님의 화장 거울 같고, 새벽달은 누님의 눈썹 같았다. 그래서 울면서 빗을 떨구던 일을 생각하였다. 유독 어릴 적 일은 또렷하고 또 즐거운 기억이 많은데, 세월은 길어 그 사이에는 언제나 이별의 근심을 괴로워하고 가난과 곤궁을 근심하였으니, 덧없기 마치 꿈속과도 같구나. 형제로 지낸 날들은 또 어찌 이다지 짧았더란 말인가.


     去者丁寧留後期(거자정녕류후기)
        猶令送者淚沾衣(유영송자루첨의)
        扁舟從此何時返(편주도차하반)
        送者徒然岸上歸(송자도연안상귀)

     떠나는 이 정녕코 뒷기약을 남기지만     

     오히려 보내는 사람 눈물로 옷깃 적시게 하네.         

     조각배 이제 가면 언제나 돌아올꼬?                  

       보내는 이 하릴 없이 언덕 위로 돌아가네.  

          

   죽은 누님을 그리며 지은 묘지명이다.

 

번역만으로는 원문의 곡진한 느낌을 십분 전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애잔하고 가슴 뭉클한 한편의 명문이다. 연암과 죽은 누님과는 여덟 살의 터울이 있었다. 어려서 그는 누님에게 업혀 자랐을 터이다.

 

열여섯에 시집간 누이가 마흔 셋의 젊은 나이에 고생만 하다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떴다.

아내를 잃자 살 도리가 막막해졌다고 했으니, 그나마 그간의 생계도 누님이 삯바느질 등으로 꾸려왔음이 분명하다. 자형 백규는 선산 아래 땅뙈기라도 붙이고 살아볼 요량으로 상여가 나가는 길에 아예 이삿짐을 꾸려 길을 떠나고 있다. 그런데 그 세간이라는 것이 겨우 솥 하나, 그릇 몇 개, 옷상자와 짐 궤짝 두어 개가 전부라니, 그 궁상이야 꼭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런데도 연암은 그 비통함을 말하는 대신, 전혀 엉뚱하게도 누님이 시집가던 날 새벽에 자신과의 사이에 있었던 절로 미소를 자아내는 한 에피소드를 떠올리고 있다. 신부 화장을 하고 있던 누님 곁에서, 허공에 대고 발을 동동거리며 새신랑 흉내로 누이를 놀리던 여덟 살   짜리 철없던 동생. 누이는 부끄러움을 못 이겨 "아이! 몰라."하며 머리 빗던 빗을 던졌고, 그 빗에 이마를 맞은 동생은 "때렸어!"하며 악을 쓰고 울었다.

그래도 누이는 "흥!"하며 야단하는 대신, 패물 노리개를 꺼내 주며 동생을 달래었다.

아! 착하고 유순하기만 한 누이여.

이제 누님의 상여를 실은 배가 떠나가고 있다.

자형, 그리고 조카아이들과 하직의 인사를 나누고, 배는 새벽 강물 위로 미끄러져 간다.

바람에 펄럭거리는 붉은 명정, 돛대의 그림자를 흔드는 푸른 물결, 그나마도 언덕을 돌아가서는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처남! 세월이 좋아지면 내 수이 돌아옴세"하며 떠나던 자형의 말이 귀 끝에 맴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음을 알기에 그 허망한 기약은 외려 가슴 아프다.

이제 누님의 모습은 다시는 볼 수 없는가. 그러나 보라.

강물의 원경으로 빙 둘러선 새벽 산의 짙은 그림자는 마치 시집가던 날 누님의 쪽진 머리 같고, 배 떠난 뒤 잔잔해진 수면은 내가 침을 뱉어 더럽혔던 그 거울 같지 아니한가.

또 저 너머 초승달은 화장하던 누님의 눈썹만 같다.

그러고 보면 누님은 떠난 것이 아니라, 강물로 달빛으로 먼 산으로 되살아나 나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만 같다.   

필자는 이 글을 강독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자위가 촉촉해 짐을 느끼곤 한다.

지난 번 강의에서는 연신 눈물을 훔치다 못해 흐느끼는 한 학생 때문에 강의실 전체가 우울해지고 말았다.

학생들에게는 반드시 감상문을 요구하였다.

 

다음은 그 중의 몇 대목을 추린 것이다.

"오히려 절제된 문장에 누이를 잃은 슬픔이 절절히 배어있는 듯하다.

몇 백 년을 뛰어넘어 글로써 지금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면 가히 대단한 문장가라 아니할 수 없다."  

"무능한 매형에 대한 원망, 어린 조카들에 대한 연민,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이제는 더 이상 돌아올 수 없음을 깨닫는 아쉬움, 이런 감정들이 너무도 진하게 문장 전체에 녹아들어 있어 누님을 애도하는 박지원의 마음을 더욱 절절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정민교수의 한국한문학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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