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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벽루(浮碧樓)
이 색(李穡)
昨過永明寺(작과영명사)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暫登浮碧樓(잠등부벽루)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城空月一片(성공월일편) 텅 빈 성엔 조각달 떠 있고(고구려 옛 수도인 평양성의 퇴락한 모습)
石老雲千秋(석로운천추) 천 년 구름 아래 바위는 늙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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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세월의 흐름과 인간 삶의 무상감을 암시->시간의 흐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
麟馬去不返(인마거불반) 기린마(麒麟馬)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니(역사의 중단을 암시)
天孫何處遊(천손하처유) 천손(天孫)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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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왕 같은 영웅이 다시 나타나 쇠약해진 국운을 바로 잡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을 표현)
長嘯倚風磴(장소의풍등) 돌계단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 부노라니(시적 화자의 무상감을 표현)
山靑江自流(산청강자류)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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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불변성->인간사의 변화에서 오는 무상감과 대비됨)
<해제> 인간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
고려 말의 문신이었던 작가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면서 영화롭던 옛 왕조를 회상하며 현재의 처지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고구려의 옛 도읍지인 평양 부벽루를 오르면서 찬란했던 지난날은 사라지고 텅 빈 성만 남아 있는 것에 대한 쓸쓸함을 자연과 인간의 대조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대조를 통해서 현실을 반성하고 고려의 국운이 다시 일어나기를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시어 풀이
浮碧樓(부벽루) : 평양 모란대 밑 절벽에 있는 누각
永明寺(영명사) : 부벽루 서쪽에 있던 절
暫登(잠등) : 잠시 오르다
城空(성공) : 성이 비어 있다
石老(석로) : 오래 된 바위. 조천석(朝天石, 기린굴 남쪽에 있는 큰 바위)
麟馬(인마) : 기린마(麒麟馬-고구려 시조 동명왕이 탔다는 말). 말을 타고서 기린굴로 들어가니, 땅 속에서 조천석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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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하늘로 올라갔다 함
天孫(천손) : 하늘의 자손. 동명왕을 가리킴
長嘯(장소) : 길게 휘파람 불다
시구 풀이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① ‘영명사’는 ‘평양 금수산에 있는 절 이름으로, 392년 광개토 대왕이 세운 절.
부벽루의 서편 기린굴 위쪽에 위치함’ ② 작가가 여행객임을 암시함.
텅 빈 성엔 조각달 떠 있고 / 천 년 구름 아래 바위는 늙었네.
① ‘성’은 ‘화자에게 아쉬움을 안겨주는 공간’이고, ‘달’은 ‘쓸쓸한 이미지’가 느껴짐.
② ‘텅 빈 성엔 조각달 떠 있고’는 ‘고구려 옛 수도인 평양성의 퇴락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인간 역사의 유한
함과 자연의 영원함이 서로 맞물려 제시된 구절로, 시적 화자가 평양성의 퇴락한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쓸쓸한 심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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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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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바위’는 ‘기린굴 남쪽에 있는 큰 바위인 조천석(朝天石)’을 가리킴.
④ ‘천 년 구름 아래 바위는 늙었네’는 ‘바위가 닳은 정도로 길게 흐른 시간에 구름도 천 년을 흘러갔다고 말함으로써 덧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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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과 인간 삶의 무상함을 암시’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는 시구이다.
기린마(麒麟馬)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니/천손(天孫)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① ‘기린마’는 ‘고구려 동명왕이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하는 말’로,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기린마는 ‘역사의 중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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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한다.
② ‘천손’은 ‘해모수(海慕漱)의 아들인 동명왕’을 이르는 말로, ‘천손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는 탄식은 고구려 동명왕 같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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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 다시 나타나 쇠약해진 국운을 바로 잡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③ ‘기린마, 천손’의 의미⇒수련과 함련에서는 쇠락한 부벽루의 현재의 모습을 형상화함. 그러다가 돌연 과거의 것으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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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 부재하는 대상이며, 쇠락(衰落 쇠하여 말라 떨어짐)한 현재의 처지와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지닌 ‘기린마’와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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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떠올려짐으로써 시상이 전환되고 있다.
돌계단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 부노라니/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① ‘돌계단’은 ‘현재의 아쉬움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휘파람’과 대응
② ‘길게 휘파람 부니’에서 ‘긴 휘파람’은 돌다리에 기댄 시적 화자의 정서인 ‘무상감(無常感)을 구상화’한 것
③ ‘오늘도’는 ‘앞의 내용이 회고적이었음과 시적 화자가 현재의 처지에 서글픈 심회를 느끼고 있다’는 의미
④ ‘산, 강’의 의미⇒‘산’과 ‘강’은 불변성(영원성)을 상징하는 자연으로서, 인간사의 변화에서 오는 무상감을 대비적으로 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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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시킴으로써 시적 화자의 정서를 돋우는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작품 개관 정리
갈래 : 한시, 오언율시,서정시
압운 : 樓, 秋, 遊, 流 성격 : 회고적, 애상적
어조 : (1) 영화롭던 과거 왕조를 회상하는 애상적 목소리
(2) 지난날의 찬연한 역사를 회고하며 그와 대비되는 현재의 모습을 보고 무상 감에 젖어 있는 어조
표현상 특징
(1) 인간 역사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대조)시키면서 표현의 효과(쓸쓸한 감회) 를 높임.
(2)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함.
제재 : 부벽루 주변의 풍경과 감상
시대적 배경 : 이 당시 고려는 원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후 국력이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시인은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를 일으킨 동명왕의 위업을 생각하고 있다.
주제 (1) 인간 역사의 유한성과 무상감
(2) 지난 역사의 회고와 고려 국운(國運) 회복의 소망
구성 : 선경후정(先景後情)의 시상 전개 / 기승전결 4단 구성
[수련(首聯)(1, 2구)] 여정의 길에 부벽루를 방문
[함련(頷聯)(3, 4구)] 부벽루에서의 조망
-부벽루 주변의 쓸쓸한 자연 풍경 묘사
[경련(頸聯)(5, 6구)] 과거에의 회상
-동명왕을 회상하고 인생의 무상감 토로(작가의 소망 표출)
[미련(尾聯)(7, 8구)] 자연의 의구(依舊)함에 대한 감회
-자연의 무심함에 대한 시인의 감회를 읊음으로써 고려 왕조의 쇠퇴에 따른 국운의 위축을 암시
출전 : <목은집(牧隱集)>
<부벽루>에 나타나 있는 정서 / 대조의 표현
이 시는 영화롭던 옛 왕조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퇴락한 텅 빈 성만이 남아 있는 고구려의 유적지에서 느낀 인간 역사의 유한함을 노래하면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인간 역사의 유한함이 자연의 영원함과 대비됨으로써 인생무상(人生無常)의 정서로 인한 애상과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은 정서는 소재를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텅 빈 성
달, 구름, 산, 강
인간의 유한함
자연의 영원함
작품 감상 고려 말의 문신이었던 지은이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다가 지은 오언 율시(五言律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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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찬연(燦然 눈부시게 빛남)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고, 다만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퇴색한 자취만이 남아 있는 데서 시상은 출발한다. 이러한 인간 역사의 유한함이 자연의 영원성과 대비되면서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하늘에 걸린 한 조각의 달과 천 년을 두고 흐르는 구름이 그러한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의 동기를 이러한 회고적 동기만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지은이가 막연하게 옛 왕조의 자취를 읊기보다 위대한 건국 영웅이었던 동명성왕의 위업을 노래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 작품이 쓰일 당시 고려는 원나라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뒤여서 국가적으로 극히 쇠약(衰弱)한 형편이었는데, 지은이는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雄渾 시문(詩文)이나 필적 따위가 웅장하고 막힘이 없음)한 역사를 일으킨 동명성왕의 위업(偉業)을 다시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로 소급해 올라가는 시각과 함께, 과거의 역사를 통해 다시금 현재를 비추어 보는 시각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설
작자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며, 찬연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게, 퇴색한 부벽루에서 인간 역사의 유한함과 자연의 영원함을 대비시켜 노래한 한시다.
이 작품은 고려 말의 문신이었던 작가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다가 지은 오언 율시(五言律詩)다. 그 옛날 찬연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고, 다만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퇴색한 자취만이 남아 있는 데서 그의 시상은 출발한다. 이러한 인간 역사의 유한함이 자연의 영원함과 대비되면서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하늘에 걸린 한 조각의 달과 천년 두고 흐르는 구름이 그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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