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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문학(2)/ 태평천하(太平天下), 토막

수로보니게 여인 2009. 1. 5. 21:02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근대의 문학(2)/ 태평천하(太平天下), 토막


  태평천하(太平天下) 

                                       채만식(蔡萬植)

<전략>

망진자(亡秦者) 호야(胡也)니라

일찍이 윤 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 윤두꺼비 시절에 자기 부친 말대가리 윤용규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 죽은 시체 옆에 서서, 노적이 불타느라고 화광이 충천한 하늘을 우러러,

“이놈의 세상 언제 망하려느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세기(半世紀)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야 웅장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해서 윤 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 그런데…….

식구들은, 시아버지 윤 직원 영감이 보기가 싫은 건넌방 고씨만 빼놓고, 서울아씨, 태식이, 뒷채의 두 동세, 모두 안방에 모여 종수를 맞이하는 예를 표하고, 그들의 옹위 아래 윤 직원 영감과 종수는 각기 아랫목과 뒷벽 앞으로 갈라 앉았습니다. 방금 점심 밥상을 받을 참입니다.

“너 경손 애비, 부디 정신 채리라!……”

윤 직원 영감이 종수더러 곰곰히 훈계를 하던 것입니다. 안식구가 있는 데라 점잖게 경손 애비지요.

“정신을 채리야 헐 것이, 늬가 암만 히여두 네 아우 종학이만 못히여! 종학이는 그놈이 재주두 있고, 착실히여서 너치름 허랑하지두 않고, 그럴 뿐더러 내년 내후년이면은 대학교를 졸업허잖나? 내후년이지?”

“네에.” 

“그렇지? 응. 그래, 내후년이면 대학교 졸업을 하고 나와서, 삼 년이나 다직 사 년만 찌들어 나면은 그놈은 지가 목적헌, 경부가 되야각구서 경찰 서장이 된답 말이다! 응? 알겠어?”

“네에.” 

“그러닝개루 너두 정신을 바짝 채리각구서, 어서어서 군수가 되어야 않겠나?……아, 동생놈은 버젓헌 경찰 서장인디, 형놈은 게―우 군서기를 다니구 있담! 남 부끄러워서 어찔티여? 응?…… 아 글시, 군수 되구 경찰 서장 되구 허미넌, 느덜 좋구 느덜 호강이지, 머 그 호강 날 주냐? 내가 이렇기 아등아등 잔소리를 허는 것두 다―느덜 위하여서 그러지, 나는 파리 족통만치두 상관 없어야! 알어듣냐?”

“네에.” 

“그놈 종학이는 참말로 쓰것서! 그놈이 어려서버텀두 워너니 나를 자별허게 따르구 재주두 있구 착실허구, 커서두 내 말을 잘 듣구…… 내가 그놈 하나는 꼭 믿는다 꼭 믿어. 작년 올루 들어서 그놈이 돈을 어찌 좀 히피게 쓰기는 허넝가 부더라마는 그것두 허기사 네게다 대며는 안 쓰는 심이지. 사내 자식이 너처럼 허랑하지만 말구서, 줏대만 실헐 양이면 돈을 좀 써두 괜찮은 법이야……. 그래서 지난달에두 오백 원 꼭 쓸 데가 있다구 핀지 하였길래 두말 않고 보내 주었다!”

마침 이 때, 마당에서 헴헴 점잖은 밭은 기침 소리가 납니다. 창식이 윤 주사가 조금 아까야 일어나서, 간밤에 동경서 온 전보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큰댁 행보를 하던 것입니다.

윤 주사는 토방으로 내려서는 아들 종수더러, 언제 왔느냐고, 심상히 알은 체를 하면서 역시 토방으로 내려서는 두 며느리의 삼가로운 무언의 인사와 마루까지만 나선 이복 누이동생 서울 아씨의 입 인사를 받으면서, 방으로 들어가서는 부친 윤 직원 영감한테 절을 한자리 꾸부리고서, 아들 종수한테 한자리 절과 이복 동생 태식이한테 경례를 받은 후 비로소 한 옆으로 들어앉습니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나?”

윤 직원 영감은 아들의 이렇듯 부르지도 않은 걸음을 더우기나, 안방에까지 들어온 것을, 이상타고 꼬집는 소립니다.

“……멋허러 오냐? 돈 달래러 오지?”

“동경서 전보가 왔는데……”

지체를 바꾸어, 윤 주사는 점잖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윤 직원 영감을 속 사납고 경망스런 어린 아들로, 들러 놓았으면 꼬옥 맞겠습니다.

“동경서? 전보?”

“종학이놈이 경시청에 붙잽혔다구요!”

“으엉?” 

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 엉덩이를 끙― 찧는 바람에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모여 선 온 식구가 제각기 놀랜 것은 물론이구요.

윤 직원 영감은 마치 묵직한 뭉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양, 정신이 멍―― 해서 입을 벌리고 눈만 휘둥그랬지, 한동안 말을 못하고 꼼짝도 않습니다.

그러다가 이윽고 으르렁거리면서 잔뜩 쪼굴뜨리고 앉습니다.

“거, 웬 소리냐? 으응? 으응?……거 웬 소리여? 으응? 으응?”

“그놈 동무가 친 전본가 본데, 전보가 돼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윤 주사는 조끼 호주머니에서 간밤의 그 전보를 꺼내어 부친한테 올립니다. 윤 직원 영감은 채이듯 전보를 받아 쓰윽 들여다보더니, 커다랗게 읽습니다. 물론 원본은 일문이니까 몰라보고 윤 주사네 서사 민 서방이 번역한 그대로지요.

“종학,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 …… 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다냐?”

“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붙잽혔다는 뜻일 테지요!”

“사상 관계라니?”

“그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를…….”

“으엉?” 

아까보다 더 크게 외치면서 벌떡 뒤로 나동그라질 뻔하다가 경우 몸을 가눕니다.

윤 직원 영감은 먼점에는 뭉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같이 멍했지만, 이번에는 앉아 있는 땅이 지함을 해서 수천 길 밑으로 꺼져 내려가는 듯,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단코 자기가 믿고 사랑하고 하는 종학이의 신상을 여겨서가 아닙니다.

윤 직원 영감은 시방 종학이가 사회주의를 한다는 그 한 가지 사실이, 진실로 옛날의 드세던 부랑당패가 백길 천길로 침노하는 그것보다도 더 분하고, 물론 무서웠던 것입니다.

진(秦)나라를 망할 자 호(胡=오랑캐)라는 예언을 듣고서 변방을 막으려 만리 장성을 쌓던 진시황 그는 진(秦)나라를 망한 자 호(胡=오랑캐)가 아니요 그의 자식 호해(胡亥)임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죽었으니, 오히려 행복이라 하겠습니다.

“사회주의라니? 으응? 으응?…….”

윤 직원 영감은 사뭇 사람을 아무나 하나, 잡아먹을 듯 집이 떠나게 큰 소리로 포효(咆哮)를 합니다.

“……으응? 그놈이 사회주의를 하다니! 으응? 그게, 참말이냐? 참말이여?”

“하긴 그놈이 작년 여름 방학에 나왔을 때버틈 그런 기미가 좀 뵈긴 했어요!”

“그러면은 참말이구나! 그러면은 참말이야, 으응!……”

윤 직원 영감은 이마로 얼굴로 땀이 방울방울 배어 오릅니다.

“……그런 쳐죽일 놈이, 깎어 죽여두 아깝잖을 놈이! 그놈이 경찰 서장 하라닝개루 생판 사회주의허다가 뎁다 경찰서에 잽혀? 오―사 육시를 할 놈이, 그놈이 그게 어디 당한 것이라구 지가 사회주의를 히여? 부자놈의 자식이 무엇이 대껴서 부랑패에 들어?……”

아무도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섰기 아니면 앉았을 뿐, 윤 직원 영감이 잠깐 말을 끊지자 방 안은 물을 친 듯이 조용합니다.‘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오죽이나…….”

윤 직원 영감은 팔을 부르걷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을 하듯 고함을 지릅니다.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너냐? ……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오,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末世)넌 다― 지내가고 오……, 자― 부아라, 거리거기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 으응? …… 제 것 지니고 앉어서 편안하게 살 세상, 이걸 태평 천하라구 하는 것이여, 태평 천하! …… 그런데 이런 태평 천하에 태어난 부잣집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땅땅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參涉)을 헌담 말이여, 으응?”

땅―바닥을 치면서 벌떡 일어섭니다. 그 몸짓이 어떻게도 요란스럽고 괄괄한지, 방금 발광이 되는가 싶습니다. 아닌게아니라, 모여 선 가권들은 방바닥 치는 소리에도 놀랐지만, 이 어른이 혹시 상성이 되지나 않는가 하는 의구의 빛이 눈에 나타남을 가리지 못합니다.

“… 착착 깎어 죽일 놈! …… 그놈을 내가 핀지 히여서, 백 년 지녁을 살리라구 헐걸! 백 년 지녁 살리라구 헐 테여……. 오냐 그놈을 삼천 석꺼리를 직분[分財(분재)]히여 줄려구 히였더니, 오―냐, 그놈 삼천 석꺼리를 톡톡 팔어서 경찰서으다가, 사회주의 허는 놈 잡어 가두는 경찰서다가 주어 버릴껄! 으응, 죽일 놈!”

마지막의 응응 죽일 놈 소리는 차라리 울음소리에 가깝습니다.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쿵쿵 발을 구르면서 마루로 나가고, 꿇어앉았던 윤 주사와 종수도 따라 일어섭니다.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 놀 사회주의 부랑당패에 참섭을 히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연해 부르짖는 죽일 놈 소리가 차차로 사랑께로 멀리 사라집니다. 그러나 몹시 사나운 그 포효가 뒤에 처져 있는 가권들의 귀에 어쩐지 암담한 여운이 스며들어, 가득히 어둔 얼굴들을 면면 상고, 말할 바를 잊고 몸 둘 곳을 둘러보게 합니다. 마치 장수의 죽음을 만난 군졸들처럼…….


줄거리 -1

일꾼이나 하인은 상전을 섬기기만 하고 대가(對價)는 바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윤 직원 영감은 인력거를 타고 와서는 그 삯을 깎겠다고 한다. 또한, 그는 나이 어린 기생을 데리고 다니면서도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윤 직원 영감은 자기가 그들에게 은혜를 베푼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소작인에게 땅을 붙여 먹고 살게 하는 것도 무슨 큰 자선 사업이나 되는 것처럼 여긴다.

그런 식으로 부(富)를 축적한 윤 직원 영감에게는 쓰라린 기억이 있다. 출처가 불확실한 돈을 모았던 그의 아버지가 구한말(舊韓末) 시절에 화적들의 습격을 받아서 죽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일본인이 들어와 불한당을 막아 주고 ‘천하태평’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에 윤 직원은 진심으로 일본인들을 고맙게 생각한다. 돈을 버는 데는 무엇보다도 권력과의 결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윤 직원 영감은 경찰서 무도장을 짓는 데 아낌없이 기부한 것이다.

또, 윤 직원은 양반을 사고, 족보에 도금(鍍金)한 것으로도 모자라 손자 ‘종수’와 ‘종학’이 군수와 경찰서장이 되어 가문을 빛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들과 손자는 윤 직원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집안의 분란은 끊이지 않는다. 아들 ‘창식’은 집을 돌보지 않고 노름으로 밤을 새며 가산만 탕진하고 있고, 군수를 시키려던 손자 ‘종수’는 아버지의 첩 ‘옥화’와 정을 통하는 불륜을 저지른다. 며느리나 손자며느리도 고분고분하지가 않고 딸마저 시댁에서 소박맞고 와서 함께 살고 있다.

그래도 윤 직원 영감은 고압적으로 집안 분위기를 억누르고 있던 차에,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고 있던 손자 ‘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 되었다는 전보를 받고 충격을 받는다.

줄거리 -2

작가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으로 윤 직원 집안의 4대에 걸친 가족사가 망라되어 있는 장편 소설이다. 윤 직원은 자신의 아버지가 노름으로 얻은 돈을 늘리는 데 힘을 기울여 구한말 이후의 사회적 혼란기를 틈타 고리 대금, 소작료 징수 등으로 많은 재산을 축적하게 된다. 그는 아버지가 화적 때의 손에 비명횡사했던 구한말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일제 강점하가 더 나은 시대라고 생각하며, 서슴없이 태평천하라고 주장한다. 만족할 만한 재물을 끌어 모을 수 있었지만, 그것으로 신분적 열등감을 벗어버릴 수 없었던 그는 손자인 종수와 종학을 군수와 경찰 서장으로 만드는 일을 도모한다. 그러나 그의 삶을 비웃기라도 하듯 종수는 심한 여성 편력을 함으로, 종학은 사회주의 투쟁에 가담함으로, 윤 직원의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든다. 결국 종학은 동경에서 검거되고 이 소식을 전보로 접한 윤 직원이 비탄에 잠기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어휘 및 구절 이해

화적 : 불한당

노적 : 곡식 따위의 물건을 한 데에 쌓아 둠

동서 : 형제의 아내끼리나 자매의 남편끼리 서로 일컫는 말

허랑(虛浪) : 언행이 허황하고 착실하지 못함

다직 : 기껏해야

경부(警部) : 경찰관의 한 직위

워너니 : ‘워낙’의 사투리

자별(自別)하다 : 친분이 남보다 특별하다

토방 : ① 마루를 놓게 된 처마 밑의 땅. ② 뜰

심상히 : 대수롭지 아니하고 예사롭게

지체(肢體) : 팔다리와 몸

몽치 : 짧고 단단한 몽둥이

참예(參預) : 참여

지함(地陷) : 지면이 움푹 주저앉음

침노하다 : 조금씩 개개서 빼앗다

포효(咆哮) : 사납게 외침

오사(誤死) : 형벌이나 재난을 당하여 비명(非命)에 죽음

육시(戮屍) : 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에 참형(慘刑)을 행함

대껴서 : 경험을 얻을 만큼 무슨 일에 많이 시달려서

영각 : 암소를 찾는 황소의 우는 소리

참섭(參涉) : 남의 일에 참여하여 아는 체함

가권(家券) : ① 자기에게 딸린 권속. ② 집안 식구

상성(喪性) : ① 본디의 성질을 잃어버림. ② 몹시 챔

지녁 : ‘징역’의 사투리식 발언

면면상고(面面相顧) : 서로 말없이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봄

망진자(亡秦者) 호야(胡也)니라 : 진(秦)나라의 도사(道士) 노생(盧生) 바다에 들어갔다 돌아와서 도참이 진언(進言)하기를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호(胡)입니다.’라고 했다. 진나라 시황은 그 말을 믿고 군사를 보내어 흉노족을 격파하고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런데 실제로 진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시황의 작은 아들 호해(胡亥)의 학정(虐政)이었다. 이를 윤 직원 영감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윤 직원 영감의 집을 망하게 하는 것을 일제라는 외부의 적, 즉 일제 강점기의 현실이 아니라 자기가 가장 믿고 아꼈던 둘째 손자 종학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소싯적 윤두꺼비 시절에 자기 부친 말대가리 윤용구가 : 작중 화자의 서술에서 이와 같이 등장 인물들이 천박한 별명으로 지칭되는 것은, 화자가 그들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전혀 취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곧 문체에서도 작자의 풍자적 태도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야 웅장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 당시(반세기 전) 윤 직원과 그 부친은 평민 출신으로 한창 부를 축적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봉건적인 계급 제도가 철폐되지 않았던 당시에 하층민인 그들은 지배층인 양반이나 지방 수령들에게 숱하게 재산을 빼앗겼고, 또 화적들에게도 그러하였다. 즉, 제도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당시의 세상은 그들이 돈을 벌고 부를 쌓아 가는 데 불리하기만 하였다.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는 윤 직원의 외침을 그러한 불리한 세상을 저주하는 말인 동시에, 그 세상과 싸워 이기고야 말겠다는 투쟁의 선언이었던 것이다.

해서 윤 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 : 윤 직원은 자기 부친 윤용구가 화적의 손에 죽었을 때 자기만 빼놓고 이 세상 망하라고 했는데, 지금 나라는 망했고 자기는 만석꾼의 부자가 된 상태로, 이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구절이다.

아 글시, 군수 되구 경찰서장 되구 허미넌, 느덜 좋구 느덜 호강이지, 머 그 호강 날 주냐? : 윤 직원 자신의 희망을 손자들의 희망인 것처럼 표현한 구절이다. 자신의 희망을 강제로 윽박지르는 윤 직원의 본질이 폭로되어 풍자적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멋허러오냐? 돈 달래러오지? : 윤 직원이 아들 윤창식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 지를 보여 준다. 손자들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의 희망대로 되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들 창식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도리어 적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창식 또한 윤 직원의 부정적인 면을 폭로 비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 역시 풍자의 대상인 것이다.

“으엉?” 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 엉덩이를 끙- 찧는 바람에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 윤 직원은 종수를 데리고 종학이는 앞으로 경찰서장이 되니 너는 군수가 되라는 훈계가 채 끝나기도 전에 종학이가 경시청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이루었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위기를 느낀다. 따라서 윤 직원은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방구들이 내려앉을 정도로 쿵 하고 엉덩이를 찧고 말았다. 이 소설에서는 이를 계기로 급격한 상황 반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사실은 독자들로 하여금 윤 직원의 그릇된 가치관을 조롱하고 상대적으로 쾌감을 맛보게 한다.

이윽고 으르렁거리면서 잔뜩 쪼글뜨리고 있습니다. : 충격에 따른 행동 묘사로 위기감에 대응하여 신속히 자기 방어의 자세를 본능적으로 취하는 모습이다.

시방 종학이가 사회주의를 한다는 그 한 가지 사실이 진실로, 옛날의 드세던 부랑당패가 백 길 천 길로 침노하던 그것보다도 더 분하고, 물론 무서웠던 것입니다. : 사회주의에 대한 적대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인물의 내면 심리 서술로 일제에 대한 왜곡된 역사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부자놈의 자식이 무엇이 대껴서 부랑패에 들어? : 부랑패란 사회주의자를 가리킨다. 사회주의자들은 빈부 격차가 없는 평등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부자들을 타도해야 한다고 하므로 윤 직원에게는 당연히 부랑패로 인식된다. 더불어 윤 직원의 배금주의적(拜金主義的) 사고가 엿보인다.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한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 일제 강점하의 현실에 기꺼이 순응하고 만족해하는 친일적 지주 계층의 인식을 드러내어 정신적 타락에 대한 개탄을 의도하고 있다.

몹시 사나운 그 포효가 뒤에 처져 있는 가권들의 귀에는 어쩐지 암담한 여운이 스며들어, 가득히 어둔 얼굴들을 면면상고: 윤 직원의 포효에 암담한 여운이 스며들어 있는 것을 느끼는 그들의 반응에서, 그 가족의 앞길이 순탄치 않다는 예감을 받는다. 그것은 윤 직원 가족의 붕괴를 암시한다.

마치 장수의 죽음을 만난 군사들처럼…… : 윤 직원의 몰락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작가는 식민지 시대를 ‘태평천하(太 平天下)’라고 주장하는 부정적 인물인 윤 직원과 그 가정의 바탕이 허물어 져 가는 과정을 통해 식민지 사회에서의 올바른 가치관과 현실 대응 방식이 무엇인가를 암시하려 했다.


작품 해제

     갈래 : 장편 소설

     배경 : 1930년대 서울 계동의 윤 직원 집과 그 주변

       1930년대 어느 해 서울, 평민 출신의 대지주 가문의 이야기이다. 비록 작품 전체의 스토리는 그 가문에서 이런저

      런 이야기가 이틀 동안의 사건으로 드러나 있지만, 구한말 이래 그 가문을 이루어온 3세대의 이력 이 담겨져 있다.

      때 - 1936년 말경부터 그 다음해 초까지의 사건.

      곳 - 서울 계동 윤직원의 집과 그 주변.

      성격 : 풍자적. 비판적

      경향 : 사실주의. 사회 비판 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문체 : 판소리 사설 문체.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문체

      제재 : 윤 직원의 가족사(家族史)

      주제 : 부정적 인물들을 통해서 파악한 식민지 시기 퇴락한 삶의 비판


등장인물 

1. 윤용규(제1대) : 윤두섭의 부친. 화적떼에 피살됨

2. 윤직원(제2대, 본명, 윤두섭) : 만석꾼으로 수전노. 그의 아버지 (윤용규)는 날건달 생활을 하다가 변칙적으로 재산을 모았음. 아버지는 갑자기 들이닥친 화적떼에게 살해당함. '직원'은 향교의 수장자리를 돈 주고 산 직함임. 자신의 만수무강과 후손의 영화를 위해 매일 자신의 소변으로 눈을 씻고 어린 아이의 소변을 사서 장복하는 등 갖은 양생법을 실천함. 고리대금업을 통해 재산을 늘리 는 데에만 급급한데 그러기 위해 아들과 손자를 군수와 경찰서장으로 만들고자 하나 아들은 노름에 빠져 금치산자(禁治産者)가 되며 손자들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3. 윤창식(제3대) : 윤직원의 장남. 주사이며 첩을 여럿 두고 있음. 재산에는 관심이 없음. 금치산자가 됨

4. 윤종수(제4대) : 윤창식의 장남(윤직원의 장손). 한량이며 오입쟁이. 윤경손은 그의 아들

5. 윤종학(제4대) : 윤창식의 2남. 윤직원 영감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손자. 동경유학 시절 사회주의 사상으로 나

                               중에 체포됨

6. 서울 아씨 : 윤직원 딸. 30대 과부

7. 춘심 : 어린 기생. 윤직원 집에 오가며 금전을 우려내려 함

 

작품 해설 -1

먼저 "태평천하"라는 말은 백성들이 살기 좋은 행복한 세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작중 주인공인 "윤직원"은 조선민족이 일제에게 착취당하고 있는 현실을 태평천하로 보고 있으므로 역사의식이 결여된 부정적 인물이라고 할 수가 있고, 태평천하라는 말 자체가 현실상황과는 반대적인 인식이므로 "반어적 제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작가 채만식은 이 작품을 통해서 일제 강점하의 현실을 ‘태평천하’라고 믿는 부정적인 인물들을 반어와 희화(戱畵)를 통해 겉으로는 추켜올리면서 동시에 그들의 추악함을 폭로하고 있다. 사회주의 운동으로 투옥된 종학이만 예외로서 작가의 긍정적인 입장을 반영하고 있으며, 또한 그의 프로 문학에 대한 동반자작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1. 주제와 작가 의식

이 작품 속에서 작자는 부정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한 가족을 통하여 그 나름대로 파악한 한말, 개화기, 식민지 세대의 가치관과 현실 대응 방식 유형을 분석하고, 옳지 못한 가정의 비참이 어떻게 허물어져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면서 식민지 사회에서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이 생성되어야 할 것인가를 암시하려 하였다. 그러나 작가가 의도한 것은 긍정을 지향한 부정이었다. 종학의 경우는 채만식 나름의 긍정적 지향 의지의 표현이다. 식민지 사회비판과 민족 현실의 극복 문제가 작가의 주안점이었다. 일제 식민지하 지식인으로서의 작가의 사명감을 채만식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사실주의적 정신이다. 이러한 작가 정신을 ‘풍자’라는 그의 독특한 수법을 통하여 그려냈다.

2. 서술 방식과 문체

(1) 문체의 특징 : 판소리 사설 문체

작자는 <입니다>식의 경어체를 빌려 독자와 가까운 위치에 서서 작중인물을 조롱하고 희화한다. 독자와 작자는 한 편이 되어 작중인물에 대해 우위를 확보한 채 작중 인물을 저만치 두고 그 행위를 구경하는 관중이 되어 그것을 평하기도 한다. 때로는 작자는 독자와 작중인물의 중간에 서서 작중인물을 평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점은 판소리 사설의 창자의 역할과 같다. 판소리 창자는 작중인물이나 사건을 알려주고 인물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주면서 때로는 독자 편에 서서 작중 내용에 대해 비평하기도 한다. 작자는 판소리 사설에서처럼 작중 인물을 풍자한다.

(2) 풍자적 수법

「태평천하」의 풍자는 반어를 통한 희화에 의해 이루어진다. 풍자는 대상을 날카롭게 공격하면서 그것의 부정을 지향한다. 작중인물들은, 겉으로 추켜올리면서 실제로는 격하시키는 반어적 표현에 의해, 웃음거리가 되는 동시에 그들의 추악함을 폭로한다. 풍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인물은 종학이 뿐이다. 이것은 종학에 대한 작자의 긍정적 입장을 반영한다. 부정적 인물일수록 희화적 풍자는 심하여, 윤직원이 그 최대의 대상이 된다. 요컨대 「태평천하」에서 채만식은 일제의 부당함과 일부 한국인들의 몽매와 비열함을 공격하기 위하여 반어와 희화, 풍자 등 판소리 사설의 기법을 계승․변형시켰던 것이다.

3. 동반자 작가 : 프로문학 운동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나 직접 가담하지는 않은 일군의 작가를 지칭함. 유진오. 이효석, 채만식 등.

작품 해설 -1

이 작품은 부정적 인물에 대한 풍자가 핵심을 이룬다. 즉, 아이러니(irony)를 통한 부정적 인물의 희화화(戱畵化)로 작중 인물들을 겉으로는 추켜세우면서 실제로는 격하시키는 반어적 표현에 의해 웃음거리를 만드는 동시에 그 추악함을 폭로하는 것이다. 인물의 부정적 성격이 강할수록 희화적 풍자가 심해지며, 윤 직원이 가장 중요한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풍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인물은 종학뿐인데, 이는 종학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태평천하”는 윤씨 일가의 4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한말에서 일제 강점하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한국 사회의 변천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날카로운 풍자적 감각과 현실 비판 의식을 바탕으로 당대 현실을 반어적 수법으로 형상화함으로써 현실 의식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의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붕괴해 가는 한 세대의 전형을 창조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가족사 소설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에 접근한다면 보다 심화된 감상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주제와 작가 의식

이 작품 속에서 작자는 부정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한 가족을 통하여 그 나름대로 파악한 한말, 개화기, 식민지 세대의 가치관과 현실 대응 방식 유형을 분석하고, 옳지 못한 가정의 비참이 어떻게 허물어져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면서 식민지 사회에서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이 생성되어야 할 것인가를 암시하려 하였다. 그러나 작가가 의도한 것은 긍정을 지향한 부정이었다. 종학의 경우는 채만식 나름의 긍정적 지향 의지의 표현이다. 식민지 사회비판과 민족 현실의 극복 문제가 작가의 주안점이었다. 일제 식민지하 지식인으로서의 작가의 사명감을 채만식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사실주의적 정신이다. 이러한 작가 정신을 ‘풍자’라는 그의 독특한 수법을 통하여 그려냈다.


작품 이해

■ ‘윤 직원’의 현실 인식

윤 직원은 절대적인 궁핍한 속에서 대다수의 민족이 고난을 겪는 지옥과 같은 시대에 ‘태평천하’라고 느끼는 도덕이나 양심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오직 돈의 노예가 되어 있거나 식민 통치에 혜택을 입거나 식민 구조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인물이다. 본문에서 그는 남들이 굶어죽든 상관없이 자신의 재산만 보호받으며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현실 인식을 보이고 있다. 그는 결국 철저한 이기주의자이며, 반사회적이고, 반민족적인 인물인 것이다.

■ “태평천하”의 특징

내용 : 자손들이 군수와 경찰서장을 하여 자신의 재산을 보호해 줄 것을 바라는 윤 직원의 기대가 무너지는 과정을 집약적인 시간 설정을 통해 보여 주면서 부분적 삽화들을 집중적으로 조명, 몰 주제적인 인물들을 비판하고 있다.

구성 : 배금주의자 윤 직원이 기대를 저 버린 자손들의 행동으로 인해 깨닫고 좌절하는 파국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표현 : 전통적인 민중 예술인 탈춤이나 판소리 사설의 영향을 깊이 받아 해학미가 넘치는 반어적 표현으로 주요 인물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 “태평천하” 성격

가족사 소설 : 염상섭의 “삼대”, 김남천의 “대하”와 더불어 1930년대의 대표적인 가족사 소설이다.

성격사 소설 : 성격 묘사에다가 사회 전체의 실상을 암시하려는 성격 소설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풍자 소설 : 일제 강점하의 현실을 태평천하라고 믿는 주인공의 시국관에 대한 풍자를 한다. 즉, 부정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한 가족의 삶을 통해 한말, 개화기 세대의 가치관을 분석하고 일제 강점하의 사회 현실 극복 방식을 풍자적으로 암시해 주고 있다.

■ “태평천하” 표현상 특징

‘-입니다’식의 경어체 : 판소리하는 창자(唱者)처럼 경어체를 빌려 독자와 가까운 위치에 서서 작중 인물을 조롱하고 있다.

작자의 직접적 개입 : 독자와 작중 인물 중간에 서서 작중 인물을 평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점은 판소리 사설에서 창자의 역할과 같다.

반어와 희화를 통한 풍자 : 판소리 사설에서처럼 풍자를 했다. 여기서는 반어를 통한 희화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겉으로 추켜 올리면서 동시에 그들의 추악함을 폭로한다. 이 작품에서 반어적 희화와 풍자가 되지 않는 인물은 종학뿐인데, 작가의 긍정적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태평천하” 풍자 대상

부정적 인물의 성격이 강할수록 풍자의 농도는 심해지는데, 이 소설의 경우는 ‘윤 직원’이 중요한 풍자 대상이 된다. 작품에서 풍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람은 윤 직원의 둘째 손자인 종학이 뿐인데, 이는 작가가 종학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종학은 소설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윤 직원의 욕망의 표현 속에, 그리고 작품 후반부의 ‘동경에서 온 전보’ 속에 잠깐 나타날 뿐이다.  


  유치진의 <토막> 전문


1막 


때(時) : 가을

무대 : 명서의 가정


무대 :읍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명서의 집. 외양간처럼 음습한 토막집의 내부. 온돌방과 그에 접한 부엌. 방과 부엌 사이에는 벽도 없이 통했다.   천장과 벽이 시커멓게 그을은 것은 부엌 연기 때문이다. 온돌방의 후면에는 골방으로 통하는 방문이 보인다. 좌편에 한길로 통한 출입구, 우편에는 문 없는 창 하나, 창으로 가을 석양의 여윈 광선이 흘러 들어올 뿐, 대체로 토막 안은 어두컴컴하다.


우편 방에 꾸부려 앉은 60노인은 금녀의 아버지인 명서. 편지를 쓰고 있다. 오랫동안의 병으로 정신이 매우 흐릿한 듯하다. 그가 가진 침울한 성질은 선천적이라기보다 그의 생활의 궁핍과 다년의 병고가 그에 영향을 준 것이다.


좌편 부엌에서 곱사 금녀는 타념 없이 가마니를 짜고 있다. 그의 멍하니 커다란 눈에는 일종의 병약과 예지의 빛을 감췄다.


가마니 짜는 둔한 기계 소리에 막이 열리면-


명서 : (편지 쓰느라고 다른 정신없이)


(사이)


명서 처 : (소리만) 후어! 후어! 저 놈의 닭들 봐라! 후어! 후어! 에구 속상해.


(명서의 처, 좌편 입구에서 등장. 호미와 바구니를 든 것을 보면 그가 들에서 일하고 오는 것이 분명하다. 나이에 비하면 아직 기력이 좋아서 능히 자기의 노동을 분담하는 것이다.)


명서 처 : (들어오면서) 에구 세상이 약으니까 닭들까지 약아서 사람 소리를 겁을 내야지. (금녀에게) 얘야. 집에 있으면서 닭이나 좀 쫓으려무나.


금녀 : 집에 있으면 누가 노우. 어머니도 참. 밭이나 다 메고 왔소?


명서 처 : (몸을 털면서) 아랫밭은 다 메고 왔다…… (남편을 보고) 당신은 여태 들고 앉았수. 오늘도 끝을 못내구. 아이구 편지 한 장에 며칠이 걸린단 말이오.


명서 : …

명서 처 : 그렇게 천정만 쳐다보고 눈만 까무락거리면 무엇이 나오우? 얼른 쓰세요. 일본가는 삼조가 방금 올 텐데-- 금녀야 내 없는 동안에 삼조가 왔다 가지 않았니?


금녀 : 아뇨. 여직 안 왔어요.


명서 처 : 아까 들에서 누가 그러는데 벌써 보퉁이를 들고 나가드란다…… (부에게) 금년 안에는 꼭 나오라죠 그리 썼어요? 그리고 나올 때에는 돈좀 가지고 나오고-- 돈이 있어야 우리가 허리를 펴죠……


명서 : 왜 이 수선이야? 정신 사납게!


명서 처 : 얼른 쓰세요. 삼조가 곧 온답니다.


명서 : 편지란 것은 그리 쉽게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야.


명서 처 : 대관절 이 편지 들고 앉진 제가 오늘까지 며칠인 줄 아우? 오늘이 사흘째예요. 사흘이면 언청이라도 하늘에 올라가겠소.


금녀 : 어머니. 뉘가 오나봐! 개가 짖어요.


삼조, 빙긋빙긋 기쁜 듯이 등장. 시골 청년. 보퉁이를 들고 색난 양복에 지까다비를 신었다.)


삼조 : 안녕하시우.


명서 처 : 아이구 훌륭하다. 양복에다 삽포(帽子)를 쓰고 그렇게 차리고 오니까 개도 몰라보고 짖는 거지.


삼조 : 저는 일본 갑니다.


명서 처 : 아이 이것 보세요. 내 말이 그른가! 시방 떠나니?


삼조 : 그럼요. 방금 떠나는 길이예요. 명수에게 부칠 게 있다고요?


명서 처 : 동장에게나 맡겼으면 벌써 되었을 걸 돼지 꼬리 같은 글씨를 부비대다가 그만 좋은 인편을 놓쳐 버리지.


삼조 : 아직 다 안 쓰셨구먼요.


명서 : 거진 다 되어가는데--


명서 처 : 그 "거진"이 또 며칠을 끌 "거진"이예요.

금녀 : 그럼 입으로나 전하시죠. 어머니.


명서 처 : 그러는 수밖에 없다. 삼조야 좀 올라오렴.


삼조 : (초조하게) 바빠요.


명서 처 : 바빠도 이리 좀 걸터앉기나 해라. 우리집 형편을 네가 좀 소상히 듣고 가서 잘 전해 주어야 겠다…… 사람이란 별 것이 아니구나. 너도 그렇게 꾸미니까 훌륭한 면주사 나으리 같구먼은.


삼조 : 면주사? 그야 뭘 일본 가서 곤니짜아 곤방아나 좀 배우고 구두 신을 줄이나 알면 그까짓 면주사쯤이야 부러울 것 없겠지요.


(일동 힘없는 웃음_


삼조 : 아--니. 정말이예오.


명서 처 : 아모렴. 그렇고말고. 얘야. 부디 그때라도 우리를 좀 생각해 주어야지.


삼조 : 그야. 그때가 되어 봐야 알죠.


명서 : 너희들은 재주도 용하다. 가뭄에 빗방울보다 귀한 돈을 어디서 구해서 그만저만의 노자를 다 차렸니.


삼조 : 집을 잡혔조. 별 여부가 있소.


명서 : 응? 집을 잡혔어? 허! 그게 될 말이냐.


삼조 : 일본 가면 그가짓 거야 날마다 버니까요. 걱정 없어요.


명서 : 일본 간다고 집까지 팔아가지고 가도오도 못하는 사람이 부산 뱃머리에는 장꾼 깥단다. 너무 헤픈 생각은 말고 너도 미리 조심해라. 그리고 일본 건너가거든 우리집 명수를 만나보고 그 놈이 요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편지를 좀 해두라. 재작년 섣달서부터 일절 소식이 없다.


명서 처 : 그 놈 나간 지가 어언범 칠 년이다. 일본 밥 그만 빌어먹고 그만 나오래라. 멀리 있으니까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있나. 길이 가까워서 가보겠니 왕래가 잦은 데라 소식을 듣겠니.


삼조 : 명수가 나오면 무얼 해요? 여기서 살아 나갈 방도가 섭니까?


명서 처 : 남의 집을 살아도 같이 살고 흙을 파먹어도 같이 파먹지.


삼조 : 아따 남의 집 살 데는 있구? 흙 파먹을 데는 있소?


명서 처 : 나와서 장가도 들어야지. 그애 나이가 벌써 반 오십이 넘었단다.


삼조 : 늙은이들은 누구나 없이 그런 소리를 하시죠. 그러나 그 다 소용없어요. 장가가 다 뭐에요. 집이 다 뭐에요. 죽어라 농사를 지어서 입에는 거미줄 치는 세상입니다. 대체 조선에 나오면 뭘 해먹고 삽니까?


명서 : 옳다. 네 말이 옳다. 그래서 명수 그놈도 일본까지 품팔러 보낸 것 아니냐. 좌우간 그 놈 만나거든 그 놈더러 돈 좀 보내래라.


명서 처 : 옳지! 소중한 돈 말을 잊을 뻔했네! 돈만 있으면 이러니 저러니 걱정 없다. 그런데 그 놈이 여기에 누가 있다고 무심하게 그러겠누. 작년 섣달부터서는 돈 한 푼이 안 나오구나.


명서 : ……삼조야. 이 집을 한 번 둘러 보아라. 여기에는 사람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애 어미는 늙어 이렇지, 저 금녀는 금녀 저애대로 병신이지. 그 위에 나까지 신병으로 이 몇 해를 두고 그들의 숨가쁜 짐이 되어 있지. 대체 이걸 집이라겠나 무덤이라겠나. …… 네가 일상 본 대로 들은 대로 좋도록 전해 두라. 이렇게 들쳐 말해보니까 너희들 젊은 놈들에게 용기를 주는 소리는 한 마디도 없다.


삼조 : 말 마세요. 산지옥이에요. 말하시지 않더라도 본 대로 들은 대로 다 전하죠. 바빠서 그만 떠나겠어요.


명서 : 젊은 놈들은 제 좋을 대로 메뚜기 새끼들같이 다들 뛰어가 버리고 말면 이 나라에 무엇이 남는단 말이냐. 늙은이와 병신! 결국 쓰레기통이다.


삼조 : 왜 이리 슬퍼하세요. 나는 그만 떠납니다.


명서 처 : 그 놈더러 돈 좀 보내래라. 부디.


삼조 : 염려 마세요. 다 전하죠. 갑니다. 안녕히들 계십시오.


명서 : 잘 가거라.


명서 처 : 먼 길에 조심해 가거라.


삼조 : 염려 없어요 (삼조 퇴장)


(삼조가 막 나가려 할 쯤에 그와 교대로 경선이 뛰어 들어온다. 들어와서 초조하게 숨을 데만 찾는다. 그는 코 찡찡이다. 그의 빵보란 별명은 그 때문이다.)


명서 처 : 빵보 영감 또 마누라에게 매 맞었나베.


경선 : (입구 문을 안으로 걸면서 태연하게) 내가? 아뇨. 그런게 아니라--


명서 : 왜 남의 집 문은 걸어.


 경선 : 이거? 아니야. 이건 개가 들어 올까봐 그래. 아주머니 개가 짖어도 문은 열어주지 말아요.(가마니틀 뒤에 숨는다)


(경선의 처 등장. 뚱뚱하고 앙탈궂은 40세쯤 되는 여자다.)


경선 처 : 아이, 속상해. 우리 집 영감 좀 찾아 주우.(집 안을 이리저리 찾는다.)


명서 처 : 왜 이 성화야?


경선 처 : (가마니를 들춰본다. 그 밑에 경선이 죽은 듯이 엎디었다.) 글쎄 이게 무슨 병신 굿이란 말유? 누가 장난하쟀우? 빨리 집에나 가 봐유.


경선 : 쥐새끼처럼 왜 이건 내 꼬리만 물구 다녀? 사람이 숨도 못 쉬게…….


경선 처 : 아따, 숨 쉴 팔자가 됐으니 복은 무척 많이 타구났구려. 글쎄, 여보 그 복은 다 어쩌구서 계집 자식을 요렇게 안녕하게 건사한단 말유?


경선 : (그 처에게) 이왕 그렇게 돼서 방금 경맬 헌다는 마당에 내가 나서문 뭣해? 속만 상허지.


경선 처 : 에그, 말씀은 점잖구, 마음은 무사 태평이십니다 그려.


명서 : 여보게, 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 셈인가?


경선 : 장리 쌀 몇 가마니 꾸어다 먹은 게 있는데 그걸 무슨 집행이 나왔다나.


명서 처 : (놀라며) 집행?


경선 처 : 아따, 남의 얘기나 허는 것 같구려. 당신이 병신이라 그렇지. 그래, 사내 대장부로서 자기 집이 날아가는 걸 그대로 보고 있담.


명서 : 아까 경선이가 양복쟁이가 왔느니 손님이 어떻게 되었느니 하기에 우린 또 농담인 줄만 알구 웃구만 있었지.


경선 처 : 이 양반은 뭐든지 농담으로만 돌려 버리쥬. 그게 병이에유.


명서 : 아무리 받을 게 중하기로서니 사람을 거리로 내쫓는, 그런…….


명서 처 : 빨리 가 봐유, 빵보 영감.


경선 처 : (기가 막혀 발을 구르며) 어서 가서 말 좀 해유. 저눔들이 우리 누더기 쪼각꺼정 마구 가져가나 봐. 어서 좀 빨리.


경선 : 난 싫어, 그걸 어떻게 나더러 보구 섰으란 말야? 우리 핼 가져가는 게 뭐 이번이 처음이구, 또 마지막인가 어디?


경선 처 : (혀를 끌끌 차며) 에그, 저 꼴에 불알이 달렸으니 기가 맥힐 노릇이지. 동네방네 쏘다니면서 술이나 처먹구 엄벙뗑한 소리나 허라문 잘 했지, 남의 앞에 나서라문 그만 주먹 맞은 감투가 돼 버린단 말여.


경선 : 우리 집 겉은 걸랑 제 멋대루 떠 가지구 가래. 난 사내답게 다 내줄 테야. 내가 그까짓 걸 두구 떨어? 그런 걸 가지고 울었다문 난 말라서 벌써 북어 신세가 됐을 걸.


(순돌이, 5, 6세밖에 안 되는 소아 울며 등장)


순돌 : 엄마, 어서 와, 다 가져가. 다 가져가.


경선 처 : 에그, 저걸 어쩌나? 어서 가 봐유.


 경선 : (치미는 울화를 억제 못 하는 듯이) 제에기 망할 것, 될 대루 되래라. 뭐가 뭔지 뒤죽박죽이다.(이렇게 악을 쓰다가 갑자기 무엇을 생각하였는지) 어허허허…… 이 눔의 일은 점점 가경으로 몰아치는구나. 인젠 어디로 가란 말씀요? 온 세상을 토파 헤매란 말씀이우?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경선 처 : 바로 미쳤군.


경선 : 에키, 망헐 눔의 세상 같으니라구.(내빼다시피 퇴장)


경선 처 : 어딜 가유? 예? (남편의 뒤를 따르며) 여보, 이리 와유, 어딜 가유? 여보!


(경선의 아내 남편을 부르며 그의 뒤를 쫓는다. 아들 순돌은 어머니의 뒤를 따른다. 금녀와 그 어머니는 자기 집 사립문 앞에서 경선의 식구의 나간 쪽을 기막힌 듯이 바라보고 있다.)


금녀 : 어딜 저렇게 훨훨 갈까유?


명서 처 : 살림을 탕을 치니깐 정신까지 뒤집힌 모양이지?


금녀 : 에그, 저것 봐유, 곧장 강을 건네가네.


 명서 : (노기를 띠어) 그게 무슨 구경거리람? 이리 들어들 와.


 (명서 처와 금녀 아무 말 없이 각각 제자리에 돌아가 하던 일을 다시 계속한다. 구장 한 손에 신문지를 들고 등장하다가 출입구에서 발을 잠깐 멈춘다.)


구장 : (들어오던 쪽을 멀리 바라보며) 빵보가 술만 처먹구 다니더니 그예 저 지경이지.


 명서 : 어서 오시우 구장님…… 아따, 술 먹지 않는 사람두 별 수 없습디다. 망해 먹으러 드는 데야 막아 낼 장수가 있나유?


 구장 : 사람이 갚을 건 갚구 살아야지, 무턱대고 배짱만 내밀면 쓰나?


명서 처 : 백죄 영감님두 잘 아시문서, 어디 경우가 없어 그리나유? 헐 수 없으니까 그렇지…… 에구, 우린 또 어쩌나? 구장 영감 우리 구실 때문에 오셨지유? 다 알아유. 조금만 더 참아 주슈.


구장 : 구실두 구실이지만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 왔어.


명서 처 : 예?


구장 : 왜 놀래긴, 걱정 말우. 잠깐 물어만 볼 일이야……. 저 요즘 명수한테 무슨 소식이나 있소?


명서 처 : 음, 우리 아들 명수 말씀이에유? 난 또 뭐라구.


명서 : 소식이 아주 막연해유.


구장 : 하하…… 막연해?


명서 처 : 웬일인지 재작년 섣달부터 그래유.


명서 : 왜 그러슈? 어디서 무슨 기별이 있었소?


구장 : (손에 가졌던 헌 신문지를 보이며) 이 신문에 난 이 사진을 좀…….


명서 처 : 이거유?


구장 : 아니, 이것 말이어.


명서 : 눈이 어두워서 어디 잘 뵈야지. 얘 금녀야, 이리와서 좀…….


금녀 : (사진을 자세히 뜯어보더니 그 얼굴에 불안의 빛이 감돈다.)


구장 : 너 오래비 명수 같지 않니?


명서 처 : 명수?


금녀 : 이상해유, 어머니.


구장 : 나두 처음에 무심히 보곤 이상하게 생각했어. 아무리 봐두 비슷한 데가 있단 말야. 그래, 다시 뜯어보니까 여기에 또 최명수란 이름 석 자가…….


명서 : 어디?


구장 : 이걸 보게.


금녀 : (보고는) 이게 언제 신문이에유?


구장 : 모르지, 언제 건지. 읍에서 고무신 싸 가지구 온 건데. 뒤지 헐려구 뒷간에 가지고 갔다가 우연히 이걸 봤어.(하면서 날짜를 신문지에 찾는다.)…… 옳아.


명서 처 : 어찌된 일이에유?


구장 : 재작년 섣달부터 소식이 없었다지. 이 신문이 바로…….


명서 : 무슨 사연이유? 이 신문에 쓰인 건?


구장 : 그게 또 이상허단 말야.


명서 처 : 얼른 좀 들려 주세유, 구장 영감.


구장 : 쉽게 말허문 이 내용이란 건 대판(大阪)서 노가다 패에 일하는 최명수란 자가…….


명서 처 : 노가다 패라니요?


구장 : 그걸 몰라? 산에서 굴 파 먹고 남포질해서 돌 떼는 놈들 말야.

명서 : 그래서?


구장 : 그래, 그 철없는 명수란 자가 노가다 패에서 몇몇 동무 눔들허구 남몰래 해방 운동인가 뭘 했다가.


명서 처 : 해방이라니 그 무슨 말이유?


명서 : 오오, 남의 일허는 데 훼방을 놓았단 말이겠지, 그렇쥬? 구장 영감.


구장 : 훼방이 아니라 해방이야. 해……방……운……동……, 명서두 모르는구먼.


명서 : 모르겠는데유.


구장 : 헹, 말씀 아니군. 우리네 백성이 이처럼 무식해서야 될 수 있나. 대체 해방 운동이란 건…… 음…… 저 뭐라더라, 옳지, 이를테면 보천교와 같은 거야.


명서 처 : 훔치기교?


구장 : 그렇지, 그런 걸 해 먹다가 그만 탄로가 났단 말야. 그래, 경찰에 붙잡혀서 예심에 붙었다는 거야.


명서 : 그럼 지금두 그 명수란 애는 갇혀 있을까?


구장 : 암 그렇겠지.


명서 처 : (반항적으로) 거짓말이야. 그 사람은 우리 명수가 아니야. 우리 명수가 그까짓 훔치기교를 해? 그럴 리는 없어. 원, 이 세상에 이름 같은 사람이 없구 화상 같은 사람이 없을 거라구.


구장 : 만일에 거짓말이라문 불행 중 다행이겠지만…….


명서 : 대체 그눔들이 왜 그런 짓을 했답니까?


구장 : 그야 한 가질 알문 열 가질 안다는 심으로, 외지에 갔다 온 눔들의 행사만 봐두 알 일 아녀? 쥐뿔두 없는 놈들이 괜히 오금에 신물만 들어서 제집 구석에선 넨장 나무 껍질 뜯어먹는다, 풀뿌릴 파 먹는다는 난리판에 착실히 일할 줄을 모르고 떼를 지어 쏘다니면서 사람은 먹어야 산다! 이렇게 떠들어대지 않던가? 그리구 본시 헐벗구 자란 눔들이 구두는 웬 구두야? 그나 그뿐이문 좋게. 몇 십 원씩 허는 양복까지 입구 다니니 대체 이런 눔들이 사람 구실을 헐상싶은가?


명서 : 하기야 누군들 좋아서 헐벗구 즐겨 나무 껍질, 풀뿌리를 먹는 사람은 없겠지유.

구장 : 허허, 이 딱헌 소리 들어 보게. 아니, 그 눔들이 왜 다들 제 집을 버리구 다른 데루 달아나는 줄 아나? 그건 그 눔들이 단지 호강이 허구퍼서 그래. 그래서 모두들 도망을 가는 거여. 못 먹어 허덕이는 저 애비 에미의 꼴이 보기 싫으니까 그저 맙시사 허구 도망을 가 버린단 말야. 말 허자문 난리 피란이랄까? 아무렇든 그 눔들을 자식이라구 믿구 사는 제 부모들이 가엾지, 그렇잖은가, 명서?


명서 처 : 구장 영감댁 자제나 그렇지, 우리네 자식을 그렇잖다우.


구장 : 이렇게 속이 편하니 늙지는 않겠군 그래. 허허허…… 하여튼 농사꾼의 자식은 농사만 들여다보게 해야지, 글을 가르치거나 다른 길에 내놓으문 그저 망치는 거여. (일어선다.)


금녀 : (나가려는 구장에게) 그 청년이 갇혔다문 징역은 몇 해나 갈까유?


구장 : 법에서 하시는 일을 우리네 백성이 알 수 있나. 허지만 전례로 봐선 그런 일은 혹 종신 징역까지 되는 수도 있지.


금녀 : 종신 징역요?


구장 : 암.


금녀 : (갑자기 흐느껴 울어 버린다.)


구장 : 왜 울기는 해? 허허허…… 명서, 자네 그 신문지는 두구 가니까 뒀다 잘 보게나.


명서 처 : (나가는 구장을 노려보고 있다가 신문지를 뭉쳐 던지며) 에이, 올같잖은 영감쟁이, 가져가! 가져가유! 어디서 이런 흉악헌 걸 물어 왔담! 가져가유!


구장 : (노하여) 이게 무슨 인사여.


명서 처 : 에이, 어디 천하에…….


명서 : 여보!


명서 처 : (남편의 말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이 우는 금녀에게 화풀이를 한다.) 이년, 그쳐! 우는 소리 못 그치겠니? 에그, 듣기 싫다, 보기 싫어.(제 분에 못이겨 운다.)


구장 : (어이없는 듯이) 어허허허…… 참 우스운 여편네도 다 보겠네.


(구장 퇴장. 사이. 명서의 처와 금녀의 느끼는 소리만 들린다. 명서는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앉았다.)


 


명서 : 아아, 머리 꼴이 허퉁 빈 것 같구나. 얘 금녀야, 이리 와서 이 애비의 머리나 좀 짚어 주려마.


금녀 : (울음을 참으려고 애쓴다.)


명서 : 그만 하고……. (골방으로 기어 들어간다.)


금녀 : (그제서야 아버지에게 가서 그 머리를 짚는다.)


명서 : 아아, 뭐가 뭔지 꿈 같군그래. 금녀야, 난 아찔아찔헌 비탈 위에서 별안간 깊은 구렁 속으로 떨어진 것 같다. 아무리 손을 쳐두 구할 이 없는 구렁속으로…….


금녀 : 조용히 주무세유, 한잠. 아버지 얼굴빛이 아주 좋지 못해유.


명서 : …….


금녀 : 아버지 몸이 좀 풀리시거든 제발 오빠헌테 편지를 한 장 해 보세유 예. 그러문 금방 그 구장의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알 것 아녜유?


명서 : 오늘 삼조(三祚)두 갔으니까 얼마 안 되서 무슨 소식이 있겠지. 그 때꺼정 기다려 볼 일이여.


금녀 : 아버지, 가만히 좀 주무세요.


(금녀는 골방 문을 닫아 준다. 무대에는 명서의 처 혼자. 명서의 처 눈물을 씻고 구장에게 던진 신문지를 도로 주워 펴 본다. 조용히 느낀다. 무대 뒤에서 구우 구우하며 닭 부르는 이웃 여자의 소리 들리더니 출입구에서 집 안을 기웃이 들여다본다.)


이웃 여자 : 금녀네, 우리 집 병아리 여기 안 왔어? 흰 눔이 한 마리 어디 갔는지 안 뵈는데…….


금녀 : (골방에서 나오며) 못 봤어유.


이웃 여자 : 그럼 어딜 갔을까? 해가 다 저물었는데……. (다시 '구우구우' 부르며 무대 뒤로 지나간다.)


(황혼이 내린다. 금녀 어머니는 한숨을 쉬고 마루 끝에 앉았다. 골방에서는 명서의 신음 소리 간간이 들린다.)


제2막


무대 : 읍(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명서의 집. 외양간처럼 음습(陰濕)한 토막집의 내부. 온돌방과 그에 접한 부엌. 방과 부엌 사이에는 벽도 없이 통했다. 천정과 벽이 시커멓게 그을은 것은 부엌 연기 때문이다. 온돌방의 후면에는 골방으로 통하는 방문이 보인다. 왼편에 한길로 통한 출입구. 오른편에는 문 없는 창 하나. 대체로 토막 안은 어두컴컴하다.


명서 : (혼잣말로) 집 안이 허퉁한 것 같구나. 초상난 집같이……. (금녀와 그 어머니, 다시 나타나서 조용히 마루 끝에 앉는다. 금녀는 말없이 똬리 만드는 일을 시작한다. 명서는 골방으로 기어들어간다.)


명서 처 : (먹을 것을 끓이려고 불을 피우며) 오늘은 이래저래 일이 많이 밀렸지?


금녀 : 예.


명서 처 : 내일 장을 봐 먹으려문, 오늘 저녁은 또 밤샘을 해야겠구나.

(이웃 여자 등장)


이웃 여자 : 금녀네, 순돌네가 금방 떠났다메?


명서 처 : 왜?


이웃 여자 : 어이구, 저 망할 년 봐, 아무말 없이! 내 돈 꾸어 간 것 속절없이 떼었구나. 앨 써 달걀 팔아 모은 돈을…….


명서 처 : 노자 보태 준 셈 치게나.


이웃 여자 : 금녀네, 내일 읍네 장엘 가지?


명서 처 : 그럼, 똬릴 팔아야 할 테니까.


이웃 여자 : 우리 집 닭 한 마리만 팔아다 주어. 순돌네한테서 돈을 받아 영감 제사에 쓸랬더니, 이건 또 생닭을 한 마리 팔아야겠는 걸.


금녀 : (부엌에서 먹을 것을 가지고 나와) 아버지, 이거.


명서 : 뭐냐?


금녀 : 쌀물. (아버지에게 떠 먹인다.)


이웃 여자 : (매달아 놓은 똬리를 보고) 이렇게 제 손으로 맹그는 일이믄 속이나 안타겠지. 우린 닭의 새끼 궁둥이만 들어다보고 살려니까, 애가 타서 못 하겠어. 그래두 하루 한 알씩이나 낳아 주면 시원하겠지만, 제에기, 어떤 눔은 사흘 나흘씩 걸르기가 예사란 말야.


명서 처 : (힘없이 웃으며) 허허허……. 남의 궁둥이만 바라고 사는 팔자두 상팔잔 못 되겠군. 허지만 우리 집 금녈 봐. 이거 맹그느라구 햇볕을 못 봐서…….


이웃 여자 : 그래도 금녀네헌텐 일본 간 아들이 있잖어?


명서 처 : 허허허…… 아들?


명서 : 오늘두 우편 배달부가 안 지나갔지?


금녀 : 읍내에서 다녀 그런지, 배달이 노상 질정이 없어유. 낮에두 왔다, 밤에두 지나갔다 하면서…….


명서 처 : (신문지를 내 뵈며) 참, 이것 좀 봐 주구려. 정말 우리 명수 같은지…….


이웃 여자 : 뭔데?


명서 처 : 여기 우리 명수 화상허구 이름이 백혔다나. 그래두 난 믿질 못하겠어. 어찌 보문 내 자식 같기두 허지만, 자세히 뜯어보문 볼수록 눈만 어슴푸레해지고…….


명서 : (다 먹고 나앉으며) 또 시작이군.


명서 처 : 자네는 그 애 얼굴을 알지? 그 애 날 때 몸도 풀어 주구, 그 애 클 땐 업어두 주구 했으니…….


이웃 여자 : 허지만, 그 애 못 본 지가 이럭저럭 연 일곱 해나 됐으니, 그 새 좀 변했겠나.


명서 처 : 그래두 그 애 피색은 없지? 그렇지?


이웃 여자 : 왜 이렇게 사진이 희미해?


명서 처 : 내가 늘 지니고 다녀서 손때가 묻어 그럴 거야.


이웃 여자 : 내 눈으로두 어찌 보문 같은 피색이 있기도 헌데, 어찌 보문 아주 달르기두 허구……. 대체 이걸루는 이렇다 저렇단 말은…….


명서 처 : 암, 그렇구말구! 나 역시 믿을 수 없어. 하늘이 무너진다는 소릴 믿으문 믿었지, 어떻게 이걸 믿는담. 머리끝이 바로 서는 이 무서운 사연을…….


 


이웃 여자 : 무서운 사연이라니?


명서 처 : 맙시사! 당치도 않은! 이 조선 천지에 그런 일이 있어서 어쩔려구.


이웃 여자 : 어찌 됐어? 내게 좀 들려 주구랴.


명서 처 : …… 뭐라던가? 에그, 정신 봐! 얘 금녀야, 그 뭐라더라, 네 오빠 했다는 것 말야.


금녀 : 또 그런 얘길…….


이웃 여자 : 한 이웃에 살면서, 피차에 기울 게 뭐냐?


명서 처 : 얘, 갑갑하다. 이 에미한테 한 번만 더 들려 주렴. 그 구장이 하구 간 소리 말야.


금녀 : 그런 맹탕 거짓말이래두.


명서 처 : 뭐?


금녀 : 윗마을 오빠의 친구에게 알아봤더니, 오빠 헌 일은 정말 훌륭한 일이래요. 우리두 이런 토막살이에서 죽지 말구, 좀더 잘 살아 보자는…….


명서 처 : 그럼 그렇지. 그래, 종신 징역을 산다는 건 정말이라디?


이웃 여자 : 종신 징역?


명서 처 : 거짓말야! 거짓말야! (미친 듯이 부르짖는다.)


금녀 : 암, 거짓말이죠!

 

명서 처 : 종신 징역이란 감옥에서 죽어 나온단 말 아냐? 젊어서 새파란 그가! 금지옥엽 내 자식이! 내겐 아무래도, 아무래도 믿을 수 없는 일야! 그런 청천에 벼락 같은 일이 우리 명수의 신상에 있어 어쩔랴구! 신문에만 난 걸 보구 그걸 우리 명수라지만 그런 멀쩡한 소리가 어딨어? 이 넓은 팔도 강산에 얼굴 같은 사람이 없구, 최명수란 이름 석 자 가진 사람이 어디 우리 자식 하나뿐일 거라구? 이건 누가 뭐래두 난 안 믿어.


금녀 : 어머니, 이러시다가 병이나 나시문 어떻게 해유? 설사 오빠가 죽어 나온대두 조금도 서러울 건 없어유. 외려 우리의 자랑이에유. 오빠는 우릴 위해서 싸웠어유. 이런 번듯한 일이 또 있겠수? 더구나 이런 토막에서 자란 오빠는, 결단코 이 토막을 잊지 않을 거유. 병드신 아버지를 구하시려구, 늙으신 아버지를 섬기시려구, 그리구 이 철부지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오빠는 장차 큰 성공을 해 가지고 꼭 한 번 이 토막에 찾아오셔요. 전보다 몇 배나 튼튼한 장부가 되어 오실거야. 여기를 떠날 때만 해두, 오빠는 나무를 하거나 끌밭을 매거나 남의 두 몫은 했었는데, 지금쯤은 어머니, 오빤 얼마나 대장부가 됐겠수?


명서 처 : …… 옳아! 그놈은 몸도 크구 기상도 좋았겠다! 그놈이 지금은 얼마나 훌륭한 장골이 됐겠니? 제 어미도 몰라보게 됐을 거야. ……아아, 명수야! 이제 명수가 저 사립문에 나타나서 장부다운 우렁찬 목소리로 이 어미를 부르고, 떠벅떠벅 내 앞으로 걸어와서 그 억센 손으로 이 여윈 팔목을 덜컥 붙잡을 것이다. …… 그러면 이 토막에도 서기(瑞氣)가 날 거야.


금녀 : 아무렴, 서기가 나구말구! 이 어두운 땅도 환해질 거예유. …… 그러면 어머니는 똬리 파시노라구 거리거리로 떨고 다니실 필요두 없을 거구…….


이웃 여자 : 나는 암탉 궁둥이만 들여다보구 맘을 졸이잖아두 좋구.


명서 처 : 아이구 금녀야! 우린 이런 형상으로 어떻게 우리 명수를 만나니? 이렇게 찌들어진 형상으루! 네 오빠를 맞이하기엔 이 집은 너무 누추하구나. 금녀야, 우리는 집 안을 치우고 몸을 단속하자. 이런 꼬락서니로 우리 명수를 만나서는 안 된다. 얘야, 이리 와서 머리를 빗어라. 기름두 남았지? 사립문에는 불을 켜구……. 귀한 사람이 들어올 때 집안이 컴컴해선 못 쓰느니라.


금녀 : (어머니의 미친 듯이 서두는 양을 바라보고 있는 금녀의 눈에는 일종의 공포의 빛이 감돈다.)


(바람 소리!)


명서 처 : 금녀야, 뭘 하니? 빨리 머리를 풀어라. 에미는 불을 킬테니까.


금녀 : (불안한 듯이 어머니만 꼭 바라보고 섰다.)


이웃 여자 : 좀 답답해서 저러겠니? 보고 있는 나까지 속이 졸이는구나.


금녀 : 오빠 생각만 나문 저러신대유. 그러던 중에두 오늘은 유달리 심허신 걸유. 난 어쩐지…….


이웃 여자 : 당찮어! 무슨 그런 엉뚱한 생각을! 그러지 말구 네가 어머니 위로를 잘 해 드려라. 위로해 드릴 사람이래야 너밖에 더 있냐?


금녀 : 아무리 위로한댔자 소용없어유. 그리고 내게는 뭐라구 위로해 드릴 말두 없구. 다만, 이 증세가 속히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지.


이웃 여자 : 하기야 그렇겠지. 무슨 말이 저 거칠은 마음에 위안이 되겠니. 마치 게 등에 소금 칠이지. (사립문 등불을 다는 명서 처에게) 금녀네, 과히 상심치 말게나. 아들 생각다가 지레 죽겠네.(퇴장)


명서 : (골방에서 얼굴을 내밀고) 대체 이게 웬일이야? 왜 이리 야단들을 해?


명서 처 : 귀한 사람이 와유.


명서 : 미쳤수! 방정맞게 이렇게 허문 되려 집안의 우환을 사는 거여.


명서 처 : 귀인이 온다는데 무슨 잔소릴…….


(바람 소리 인다.)


남자의 소리 : (불의에 밖에서) 여보!


금녀 : (놀라) 에그머니!


명서 : (어리둥절하여) 그 무슨 소리냐?


남자의 소리 : 사람 있수, 이 집에?


명서 처 : 이애 금녀야, 네 오빠 소리 아니냐? 그렇지! 너두 들었지? 오오, 명수야. 명수가 왔다. 그놈이 왔다. (명서에게) 자, 내 말이 거짓말인가 봐요.


명서 : ……이상헌걸.


남자의 소리 : 여보!


명서 처 : 금녀야, 빨리 사립문을 열어 귀인을 맞아라. 얼른!


금녀 : 어머니, 무서워!


명서 처 : 에그, 병신 같으니! 그럼, 같이 가자.


(모녀, 다소 공포에 떨면서 입구 쪽으로 나간다.)


남자의 소리 : 이 집에 최명서란 사람 있소?


명서 처 : 일본서 왔수?


남자의 소리 : 그렇소.


명서 처 : 일본서?


(그 때에 사립문을 박차는 듯이 한 남자 안으로 들어선다. 그는 우편 배달부다. 소포를 들었다.)


배달부 : (들어서며) 왜 밖에 문패도 없소?


모녀 : (무언(無言))


배달부 : 빨리 도장을 내요.


명서 : 도장?


명서 처 : (금녀에게 의아한 듯이) 너의 오빠가 아니지?


금녀 : 배달부예요.


명서 : (실망한 듯이) 칫!


배달부 : 얼른 소포 받아 가요! 원, 무식해도 분수가 있지. 빨리 도장을 내요.


명서 : (반항적 어조로) 내겐 도장 같은 건 없소.


배달부 : 그럼, 지장이라도…….


명서 : (떨리는 손으로 지장을 찍는다. 배달부 퇴장)


명서 처 : 음, 그 애에게서 물건이 온 게로구먼.


명서 : 뭘까?


명서 처 : 세상에, 귀신은 못 속이는 게지! 오늘 아침부터 이상한 생각이 들더니, 이것이 올려구 그랬던가 봐. 당신은 우환이니 뭐니 해도…….


명서 : (소포의 발송인의 이름을 보고) 하아 하! 이건 네 오래비가 아니라 삼조가…….


명서 처 : 아니, 삼조가 뭣을 보냈을까? 입때 한 마디 소식두 없던 애가……. (소포를 끌러서 궤짝을 떼어 보고)


금녀 : (깜짝 놀라) 어머나!


명서 처 : (자기의 눈을 의심하듯이) 대체 이게 …… 이게? 에그머니, 맙소사! 이게 웬일이냐?


명서 : (되려 멍청해지며, 궤짝에 쓰인 글자를 읽으며) 최명수의 백골.

 

금녀 : 오빠의?


명서 처 : 그럼, 신문에 난 게 역시! 아아, 이 일이 웬일이냐? 명수야! 네가 왜 이 모양으로 돌아왔느냐!

              (백골 상자를 꽉 안는다.)


금녀 : 오빠!


명서 : 나는 여태 개 돼지같이 살아 오문서, 한 마디 불평두 입 밖에 내지 않구 꾸벅꾸벅 일만 해 준 사람이여.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내 자식을 이 지경을 맨들어 보내느냐? 응, 이 육실헐 눔들! (일어서려고 애쓴다.)


금녀 : (눈물을 씻으며) 아버지! (하고 붙든다.)


명서 : 놓아라! 명수는 어디루 갔니? 다 기울어진 이 집을 뉘게 맽겨 두구 이눔은 어딜?


금녀 : 아버지! 아버지!


명서 : (궤짝을 들구 비틀거리며) 이놈들아, 왜 뼉다구만 내게 갖다 맽기느냐? 내 자식을 죽인 눔이 이걸 마저 처치해라! (기진하여 쓰러진다. 궤짝에서 백골이 쏟아진다. 밭은 기침! 한동안)


명서 처 : (흩어진 백골을 주우며) 명수야, 내 자식아! 이 토막에서 자란 너는 백골이나마 우리를 찾아왔다. 인제는 나는 너를 기다려서 애태울 것두 없구, 동지 섣달 기나긴 밤을 울어 새우지 않아두 좋다! 명수야, 이제 너는 내 품안에 돌아왔다.


명서 : …… 아아, 보기 싫다! 도루 가져 가래라!


금녀 : 아버지, 서러 마세유. 서러워 마시구 이대루 꾹 참구 살아가세유. 네, 아버지! 결코 오빠는 우릴 저버리진 않을 거예유. 죽은 혼이라두 살아 있어, 우릴 꼭 돌봐 줄 거예유. 그 때까지 우린 꾹 참구 살아가유. 예, 아버지!


명서 : …… 아아, 보기 싫다! 도루 가지고 가래라!


(금녀의 어머니는 백골을 안치하여 놓고, 열심히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합장한다. 바람 소리, 적막을 찢는다.)


―막―  


의의 

     - 한국 근대극의 출발

     - 1920년대 궁핍한 한국 농촌의 현실을 묘사한 사실주의적 희곡의 첫 작품이자 전형으로 꼽힘

     - 유치진의 처녀작인 동시에 대표작

 

 

 

    글쓰기는 고달픈 현실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른 이와 공감하기 위해 설득력 있게 제안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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