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국어 바루기

바른말 고운 말/ “‘가시버시’의 어원”

수로보니게 여인 2008. 11. 15. 19:03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문(文)은 무(武)보다 강하다.   


   

        글은 쓰는 사람의 인격, 말은 하는 사람의 품격  

 

  

           “‘가시버시’의 어원”     


복잡한 서울 시내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읽기도 어렵고 뜻도 알 수 없는 외래어나 외국어 간판도 눈에 거슬리지만 그 가운데는 우리말 간판도 눈에 띄어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아가방’, ‘다사랑’, ‘맛자랑’, 따위는 아주 반가운 우리말 간판들입니다.

이러한 우리말 간판 중에는 우리말인 듯한데 그 의미가 잘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간판도 있습니다. ‘가시버시’라는 간판도 그러한 것 중의 하나인 듯합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 말은 ‘부부(夫婦))의 낮춤말’ 이라고 되어있어 ‘부부’(夫婦))의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낱말은 중세 국어나 근대 국어의 문헌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중세 국어에는 ‘부부’(夫婦))를 뜻하는 단어로 ‘남진겨집’이 주로 쓰였으며 이것이 ‘남진계집’으로 변하여 근대 국어로까지 이어집니다. ‘가시버시’라는 낱말의 처음 출현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0세기 초 소설인 『임꺽정』에 등장하며, 문세영 저서 『조선어사전』(1938)에도 ‘가시버시’가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조선어사전』에는 ‘부부’(夫婦)의 사투리‘로 기술되어 있고, 약간 늦게 출간된 『조선말큰사전』(1947)에는 사투리라는 지적은 없어지고 ‘부부’(夫婦에) 대한 낮춤말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가시버시’라는 낱말은 ‘가시’와 ‘버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가시’는 ‘가시어미’, ‘가시아비’, ‘가시할미’ 등에 보이는 ‘가시’를 말합니다. ‘가시’는 ‘갓’(妻)과 ‘-이’(속격조사)로 분석되며 ‘가시’에서 ‘가싀를 거쳐 ’가시‘로 정착된 것이며 ’아내의‘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가시버시’의 ‘가시’와 ‘가시어미’의 ‘가시’가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성격은 아닙니다. ‘가시어미’류의 ‘가시’는 ‘아내의’(관형격)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가시버시’의 ‘가시’는 ‘아내’라는 명사적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그다음에 ‘버시’의 경우는 연계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그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조선어사전』(1938)에는 ‘가시밧’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내외의 옛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곧 ‘부부’라는 의미인데 ‘가시버시’는 사투리로 규정하고 ‘가시밧’은 옛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 ‘가시밧’의 ‘밧’은 ‘밖’(外)의 다른 표기인데 ‘밖’은 단순히 ‘외’(外)의 뜻뿐만 아니라 바깥에서 활동하는 사람, 즉 ‘사내’, ‘남편’의 의미도 함축하고 있습니다. ‘바깥양반’, ‘바깥주인’이라고 할 때의 ‘바깥’의 의미와 관련이 있습니다. ‘가시밧’의 ‘밧’이  ‘남편’을 가리킨다면 ‘가시밧’이라는 낱말은 ‘아내’를 뜻하는 ‘가시’와 ‘남편’을 뜻하는 ‘밧’이 결합된 합성어이고 ‘부부’(夫婦)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시버시’의 ‘버시’는 바로 이 ‘밧’으로부터 변한 것이며, ‘밧’에 접미사 ‘-이’가 붙어 ‘바시’가 되었다가 후에 ‘버시’로 변한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가시밧’의 ‘밧’이 ‘남편’의 의미이기에 ‘가시버시’의 ‘버시’도 ‘남편’의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결국 ‘가시버시’는 ‘가시밧’에서 ‘가시바시’를 거쳐 ‘가시버시’로 정착된 어형이며, ‘아내’를 뜻하는 ‘가시’와 ‘남편’을 뜻하는 ‘버시’의 결합체로 볼 수 있으며 ‘夫婦’가 아니라 ‘婦夫’ 의 의미일 것입니다.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교육부장    

                                                                                                                                                                                

    ‘음양’의 이치에 따라 “‘夫婦’가 아니라 ‘婦夫’일 것”이라고 최용기 교육부장님은 말씀하셨지요

 

 

       영어사전홈

                            Write It Down Make It Hap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