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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애인, '부지런한' 당신 탓?

수로보니게 여인 2008. 10. 23. 17:37

김태훈의 러브 토크] 


게으른 애인, '부지런한' 당신 탓?


'개미이론'이라는 게 있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개미 속에서도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개미는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80%는 적당히 눈치를 보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더욱 재미있는 건 이때 가장 부지런한 20%의 개미만을 따로 떼어내 새로운 무리를 만들면, 그중에서도 다시 20%만이 일을 하고 나머지는 빈둥거린다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정리하면 '일 복 있는 사람은 어딜 가나 따로 있다' 정도 되겠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도 늘 내게 이런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소지품 챙기는 것까지 내가 다 해줘야 하니, 나 죽고 나면 도대체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사실 이런 어머니의 걱정은 지나친 노파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난 군대생활을 했던 30개월 동안 기상 점호시간에 늦었던 적도 없었고, 혼자 지냈던 긴긴 자취생활 동안에 누가 깨워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제때 출근하지 못하고 지각했던 적도 거의 없었다.

밥하고 설거지 하고 세탁기 돌려 빨래하는 것까지, 귀찮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혼자서 잘 해냈다. 나 이외에는 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선 늘 예외였다. 집에 들어서면 어머니를 믿고 난 마음껏 게을러졌다. 집에 있으면 잠시나마 80%짜리 개미가 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오래된 연인관계도 이 개미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데이트에 좀 더 적극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수동적으로 상대가 세워놓은 계획에 따라가는 사람이 있다.

잡지사 기자인 여자 후배도 이런 불평을 했다.

"모처럼 여름휴가 동안 여행을 같이 가려고 했었죠. 그런데 장소 선정부터 항공권 예매, 호텔 예약과 일정까지 모두 나에게 맡겨 놓곤 자신은 일 때문에 바쁘다고만 하더군요. 이 남자를 믿고 앞으로 살아야 할지 답답하네요, 진짜…."

여자 후배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이런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혹시 네가 지금껏 남자 친구에게
스스로 고민하고 직접 해결해야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지 않고 지내왔던 건 아니냐?'

한동안 연애를 멀리했던 적이 있다. 그 후 몇 년 만에 소개팅에 나갔는데 첫 데이트부터 문제가 생겼다. 커피숍에서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나섰지만 맛있는 음식점이나 분위기 좋은 와인바 하나 제대로 찾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결국 단골 술집만 전전하게 됐고, 여자는 나를 알코올 중독자로 의심하는 듯한 눈빛만을 남긴 채 연락처도 알려주지 않고 가버렸다.
몇 년간의 공백기가 데이트에 필요한 데이터를 몽땅 지워버린 것이다.

연인들 간의 연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용불용설이라는 고전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데이트와 연애를 위한 감각을 상실했을 땐 이미 어린아이처럼 퇴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람둥이들의 특징은 끊임없이 상대를 현혹시키기 위한 레퍼토리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키스를 나누기 좋은 장소들을 항상 암기하고 있다. 또한 감각적으로 잘 훈련돼 있기 때문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현재 상태는 어떤지에 대해서 안테나를 세우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본격적인 연애에 빠지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연애 초기 주도권싸움에서 상대에게 밀리기 시작하면 본래의 창의적인 패턴은 수동적으로 바뀌게 되고 곧 상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 채 게으른 연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재의 연애가 일방적인 주도로 전개되고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상대를 휘어잡으려는 과도한 욕심이 그 사람의 데이트 감각마저 잃어버리게 한 것은 아닌지. 운전석 옆에 탄 승객은 몇 백 번이나 지나다닌 길이라도 자신이 직접 운전대를 잡으면 낯선 길처럼 방향 감각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연애도 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는 운전대를 넘겨주고 초보운전의 답답함도 참아주면서 실력이 향상될 기회를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입력 : 2008.10.23 06:58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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