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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결말, 예측하지 말 것

수로보니게 여인 2009. 4. 17. 00:23

[김태훈의 러브 토크] 사랑의 결말, 예측하지 말 것

입력 : 2009.04.15 16:11

이제 막 사랑에 빠진 남녀가 찾아와 물었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게 뭐죠?"

백만 가지의 대답이 나올 수 있다. 믿음, 의리 등등 재미없는 단어들이 나열된다. 그러나 연애라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를 시작한 사람들에겐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의 시작은 단순한 행동강령 하나만 암기하면 될 뿐이다.

'아무것도 예측하지 마라.'

거리를 걷다 보면 납득할 수 없는 풍경을 만나곤 한다. '타로', '궁합'이라는 간판을 건 공간에 연인들이 나란히 앉아 낯선 이의 무책임한 예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생년월일과 별자리가 동원되어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두 사람의 미래가 펼쳐진다. 이 익숙한 상황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멍청한 짓이란 말인가?'

결과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랑에 있어 가장 우둔한 행동이다. 스포일러로 가득 찬 영화 리뷰를 꼼꼼히 살펴본 뒤 극장에 가는 꼴이다. 8000원짜리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서도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그런데 왜 삶의 최고 쾌락이라 할 사랑에 빠져드는 순간, 결과를 미리 엿보려 하는걸까?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인다는 것은 미래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연히 불안감도 찾아든다. 과연 지금 눈앞의 이 사람이 나의 미래를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장식해 줄 것인가? 한번쯤 상상해 볼 만한 명제다. 그러나 결과를 알 수 있는 사랑 따윈 없다.

사랑이란 목적지까지의 긴 여정이 지루해 밤차를 타고 한숨 자고 일어났을 때, 원했던 곳에 정차해 있길 바라는 여행이 아니다. 느릿느릿 완행열차를 타고, 창 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지나치는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다. 옆자리의 승객과 대화하고, 코를 심하게 고는 앞자리 아저씨를 쳐다보며 무엇이 그를 지치게 했을까 상념에 빠져보는 것이다. 그러곤 막연하지만 낭만적인 낙천주의로 여행의 끝에 아름다운 일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무턱대고 기대해보는 것이다.

사랑은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다. 사랑의 확률이란 언제나 5:5인 셈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승리를 확신한 방심은 홈런 한 방의 역전패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질지도 모른다는 선수들의 초조함은 정교한 패스를 불가능하게 하고 의미 없는 센터링을 남발시킨다. 가장 훌륭한 게임의 자세는 그저 즐기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원했던 결말을 얻지 못한 사랑에 '실패했다'라는 평가를 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란 그것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이별의 아픔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사랑했다는 것을 말해주니, 적어도 인생에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 많았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 여자를 떠나 보낸 남자가 울음을 참고 있었다. 마주 보고 있던 사람이 위로를 건넸다. 떠난 여자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라고. 눈물을 감추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들고 잠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지금의 괴로움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지금 괴로운 것은 그녀와의 나쁜 기억 때문이 아닌, 좋았던 기억 때문이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사랑에 대한 너무도 멋진 긍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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